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북한이 장성택 전 행정부장을 처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꼽은 범죄행위가 ‘양봉음위(陽奉陰違)’였습니다. 겉으로는 받드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딴 꿈을 꾼다는 말인데 김정은 위원장이야 말로 양봉음위의 가장 큰 범죄자 아니냐고 묻고 싶습니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2012년 3개월간을 국가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온 나라 인민들에게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해 통곡을 하라는 그야말로 생억지의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해 12월에는 국가안전보위성에 첫 김일성, 김정은의 동상을 세웠습니다.
이후 북한의 도시들에 수많은 자금을 들여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세우고 주요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만사를 제치고 김일성, 김정은 동상을 먼저 찾아가 집단적으로 추모인사를 올릴 것을 인민들에게 강요했습니다.
3월 2일 김정은은 북한의 ‘식수절’을 맞으며 아내 리설주와 함께 만경대 혁명학원을 찾아가 나무를 심고 원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경대 혁명학원에서 김일성이 태어난 고향집까지 직선거리로 5백미터에 불과합니다.
삼지연에 들려 제 아버지인 김정일의 동상에 허리를 굽히던 김정은의 모습, 그러면서도 정작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백두밀영 고향집은 끝내 외면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 이런 게 선대수령들의 이름을 팔아먹기 위한 ‘양봉음위’가 아닐까요?
김정은이 도대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에게 무슨 죄를 지었기에 고향집 방문마저 그리도 꺼리는지 그 원인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민들을 속여도 적당히 속이라 그 말입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식수절을 맞으며 북한의 각 도당위원장들이 직접 삽을 들고 육아원에 찾아가 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아가 나무를 심었다고 보도한 시각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입니다.
북한은 식수절인 3월 2일 전국의 모든 주민들을 나무심기에 동원했고 나무심기 월간을 3월초부터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 4월 중순까지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나무심기 계획이 주민들속에서 “산림조성이 아닌 산림훼손”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의 소식통들은 전해왔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식수절이라고 하니 지역적 특성과 계절의 차이도 무시한 채 무작정 나무를 심으라고 사람들을 내몰고 있다”며 “고산지대인 양강도는 식수를 하기에 적합할 정도로 땅이 녹자면 4월 중순경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강도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식수절’에 도로 옆 가로수들을 정리하거나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떠드는 산림조성 사업을 시작하기엔 양강도의 지역적 특성으로 볼 때 너무 이르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더욱이 식수절을 맞으며 양강도가 진행한 가로수 교체작업은 어린 묘목이 아닌 키가 2미터 이상의 분비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주로 심고 있는데 양묘장엔 그렇게 큰 침엽수가 없어 멀리 산에 가서 키가 큰 나무들을 떠와야 한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북한은 도시와 마을 주변은 산등성이까지 모두 뙈기밭으로 만들어 인가에서 50리 이상 떨어진 먼 산에 가야 식수에 적합한 나무들을 찾을 수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이런 가로수 심기를 해마다 반복한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단 한번 가로수를 심으려면 눈이 녹아 땅을 파기 쉬울 때 심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땅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산에 가서 가로수로 심을 나무를 떠 오라고 하면 뿌리를 제대로 파내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문제는 가로수용 나무를 제대로 떠 왔는지, 앞으로 살아날 수 있겠는지 검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일정한 간격으로 대충 심어 놓으면 된다”며 “이렇게 심은 나무들은 봄철이 되면 벌써 잎이 노랗게 되어 말라 죽는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특히 해마다 반복되는 가로수 심기로 오히려 북한의 산이 더 황폐화 된다며 나무 한 대를 떠오면 거기에 맞는 지지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살아 있는 주변의 나무 두세 대는 더 베어내야 한다고 소식통은 형식적인 나무심기 놀음을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단 가로수를 떠오고 심는 작업이 3~4일 간은 걸린다며 가로수 심기가 끝나면 우선 매 공장기업소 마당에 심어놓은 어린 묘목들을 떠내 지정된 산에 심어야 한다며 어린 묘목들도 살아남는 비율이 30%에 못 미친다고 전했습니다.
공장기업소에서 키운 묘목을 산에 옮겨 심은 뒤 각 시, 군에 대규모로 조성한 양묘장들의 묘목을 떠다 심는다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의 나무심기 지시를 주민들은 “당에서 하라면 해야지”라는 식으로 비꼰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온 나라 수림화를 위해 각 시, 군들에 있는 원림조업소의 인원을 대폭 늘였다”며 “거리와 마을의 가로수나 문화시설 주변에 심는 나무는 당연히 원림조성사업소가 맡아야 할 몫”이라고 불평을 털어놓았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 전으로 거름생산을 끝내야 하나 과제를 미달한 단위들이 많아 2월 말까지 거름생산 기간을 늘렸다”며 “거름생산이 끝나 겨우 숨을 돌릴 만하니 나무심기 과제가 떨어졌다”고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온 나라 수림화, 원림화’ 구호를 제시한지 벌써 5년이 지났다며 김정은이 구호를 제시하며 “10년 내로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라고 인민들 앞에서 큰소리를 친 때로부터 5년이나 지났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10년 내로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겠다고 했으면 그때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은 훼손된 산림의 절반 정도는 회복이 돼야 정상이 아니냐며 그런데 산림이 복구된 흔적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훼손된 흔적만 늘어났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같은 형식주의로는 10년이 아니라 백년이 지나도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라도 그동안 나무심기에서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검토하고 한 대를 심어도 살아날 수 있게 심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나무심기도 중요하지만 심어 놓은 후 제대로 자랄 수 있게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무턱대고 묘목을 심는 데만 주력한다면 자연과의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산림조성 사업이 실패의 쓴 맛만 남기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경고했습니다.
“지방의 간부들이 해마다 나무심기 면적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 놓은 지금의 실적평가제를 과감히 없애버려야 한다”며 “비록 적은 면적을 심더라도 정말로 살아 있는 숲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김정은에게 온 나라의 수림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나무심기에 앞서 인민들의 땔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이산, 저산을 몰려다니며 살지도 모할 묘목을 심는 건 심각한 자금 낭비이고 노력의 낭비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