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3월 15일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 국장이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자문위원 안톤 클로코프 에너지안보연구소 소장을 만났습니다. 클로코프 소장은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자문위원이고 유일한 핵 비확산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날 북한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과 6자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의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가로막고 있다는 이날 북한의 주장은 “도적이 오히려 매를 든다”고 할 만큼 황당한 궤변이었습니다. 미국은 언제나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주체는 엄연히 북한과 한국입니다. 외세에 빌붙어 그 무슨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발상 자체가 우둔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 역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핵으로 무장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으로 등장할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상 진출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호주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핵무기를 만들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만약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아시아는 걷잡을 수 없는 핵무장 경쟁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미국도 그렇지만 동북아에 위치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에는 그야말로 날벼락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핵보유국과 같은 허황한 꿈에서 깨어나 이젠 북한의 지도자도 좀 이성적으로 판단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국제사회를 우롱하는 김정은 정권의 핵, 미사일 도발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지난 2월 12일 일본 영해를 향해 4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했습니다. 이날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이 직접 현장에서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북한은 3월 22일 아침 7시 30분경에도 강원도 원산비행장 근처에서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을 발사했습니다. 이날의 미사일 발사 역시 김정은이 현장에서 지휘한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을 미국의 상업위성과 정찰위성이 포착했습니다.
이 가운데서 2월 12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발사된 미사일 4발은 북한 당국이 우리식 전략무기의 위력을 남김없이 과시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더욱이 이 미사일은 북한의 기존 미사일들과 달리 고체연료 미사일이어서 발사시간이 짧았습니다. 3월 22일에 김정은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무수단 미사일은 액체연료를 쓰는데 발사하자마자 공중에서 폭발해버렸습니다.
또 한 가지, 북한이 2월 17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4발이 아니라 모두 5발이었고 그중 한 발은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발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미사일이 이렇게 연속 실패하면서 북한의 전략자산들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2월 12일 동창리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해 은밀성과 신속성을 확보했다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발사한 고체연료형 미사일은 액체연료형에 비해 발사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사전에 탐지되어 요격당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패를 거듭하면서 북한은 지금 길주군 풍계리에서 또 다시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풍계리의 만탑산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으로 하여 주변 지층이 7m나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인 2006년 10월 9일에 길주군 풍계리에서 첫 핵실험을 실시한데 이어 지난해 9월 9일까지 그곳에서 모두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그중 2010년의 실험은 실패해 지금까지 성공한 핵실험은 다섯 차례에 이릅니다. 북한이 강행한 다섯차례의 핵실험 중 세 차례는 김정은 집권 후 이루어졌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렇게 핵실험을 할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원료를 어디서 얻는 것이며 만탑산의 단단한 암석층을 뚫고 핵실험에 필요한 갱도를 무슨 재간에 이렇게 빨리 구축 했는가 입니다. 여기에 대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3월 회령 22호 정치범관리소와 함경남도 요덕군에 있던 15호 정치범 관리소를 해체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22호 관리소엔 2만 명, 15호 관리소엔 5만 명의 정치범들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체된 회령 22호 관리소는 함경북도 화성 16호 관리소와 합쳐졌으며 화성 16호 관리소의 규모가 더 커졌음도 위성사진을 통해 모두 확인이 됐습니다. 대신 해체된 요덕 15호 관리소는 지금까지 개천 14호 관리소와 합쳐진 것으로 추정돼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평안남도 개천시를 직접 다녀왔다는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요덕 관리소에 수감됐던 정치범들이 14호 관리소로 옮겨진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14호 관리소는 개천시 외동리에 자리 잡고 있는 정치범 관리소입니다. 그동안 북한 내부소식통들을 통해 추적한 결과 요덕 15호 관리소에 수감됐던 정치범들 중 일부는 황해북도 평산군으로 나머지는 평안북도 정주군과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평안남도로 옮겨져 우라늄 광산에 보내졌다고 알려졌습니다.
황해북도 평산군에는 북한에서 제일 큰 우라늄 광산이 있는데 2009년부터 이 곳은 국경연선과 같은 증명서 제한구역으로 선포돼 외부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됐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15호 관리소 정치범들이 이곳 우라늄 광산에 보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평안북도 정주군에도 우라늄광산이 있는데 15호 수용소에 수감됐던 정치범들의 일부가 정주군에 있는 우라늄광산으로 보내졌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15호 관리소 정치범들이 북한의 핵물질 생산에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16호 관리소 정치범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은 함경북도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연이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새로운 핵실험을 위한 갱도를 빨리 구축할 수 있는 배후엔 이들 정치범들의 희생이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현재 이곳 16호 관리소는 국가안전보위성 산하 경비국 성원들이 경비를 맡고 있는데 석탄이나 휘발유, 등 후방물자를 받기 위해 병사들이 주민지구에 자주 나오고 있다며 주민지구에 나온 병사들은 장마당에도 들린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16호 관리소를 지키는 병사들이 장마당에 나오면 “핵실험장에 정치범들이 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며 그런 질문을 하면 병사들은 “뻔한 걸 왜 묻느냐?”고 무뚝뚝하게 대답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오늘은 여기서 전부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