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말은 ‘6.25’ 전쟁 이후까지 공감이 가는 말이었죠. 나이 드신 분들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신형 자동차나 텔레비죤(TV) 같은 건 보통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형태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4년에 한 번씩 자동차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차를 구형이라고 버리고 신형으로 교체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젊은이들에겐 10년 이 아닌 ‘4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세상 발전 참 무섭죠. 이제 4년쯤 지나면 이렇게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런데 세상엔 10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변할 줄 모르는 나라도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이 나라의 세월은 거꾸로 흐른다는 거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지 벌써 4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북한에서 변한 게 뭐가 있습니까?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6년까지만 해도 북한은 인민들에게 배급을 주었습니다. 비록 넉넉지는 않았지만 전기도 정상적으로 공급됐고 수돗물도 잘 나왔습니다. 무료교육, 무상치료라는 제도도 빈약하게나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1995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한방에 날아갔습니다. 전쟁을 치룬 것도 아닌데 ‘고난의 행군’으로부터 20년이 넘도록 북한은 그 후유증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해마다 태풍피해를 겪는 나라입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최근에도 규슈의 구마모또 현에서 전쟁보다 더 참혹한 지진이 일어나 도로까지 모조리 붕괴되면서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은 몇 달만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것처럼 말끔히 흔적을 털어버립니다.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 이것이 김정일 시대부터 북한이 들고 나오는 구호입니다. 내일이면 북한은 어떻게 변할까요? 북한의 언론들이 벌써부터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을 것이고, 북한주민들은 내일에 있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위해 오늘을 바친다고 얘기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고 나면 그 다음의 내일은 또 어떤 고난이 북한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 오늘도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며 ‘북한의 오늘’ 속으로 들어갑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완공된 ‘백두산영웅청년3호발전소’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습니다. 애초 ‘청년절’인 8월 28일까지 완공계획이었는데 김정은의 독촉으로 노동당 7차대회가 열리기 전으로 공사일정을 앞당겼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백두산영웅청년3호발전소’를 북한의 청년들이 노동당 7차대회에 바치는 ‘충정의 선물’이라고 선전했으나 정확한 완공 날짜와 김정은이 시찰한 날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완공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2단계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직접 3호발전소 건설을 2016년 8월 28일, ‘청년절’에 맞춰 완공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전소를 둘러 본 김정은이 “우리의 미더운 백두청춘들이 백두산영웅청년 3호발전소 건설을 넉 달 앞당겨 당 제7차대회를 앞두고 완공하는 새로운 영웅청년신화를 창조했다”며 매우 만족해했다고 전했습니다.
지어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가 전력생산기지이면서도 우리 당의 청년중시사상의 정당성과 생활력, 우리 청년들이 어떤 정신을 안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조했는가를 웅변으로 보여주는 교양거점”이라고 강조했음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는 양강도 백암군의 하천인 서두수 상류에 3개의 계단식으로 건설된 수력발전소입니다. 지난해 10월 1, 2호발전소를 동시에 완공한 데 이어 올해 4월 중순경에 3호발전소를 완공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렇게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백두산청년발전소’가 건설된 양강도의 주민들, 특히 ‘백두산청년발전소’ 건설에 동원됐던 백암군 주민들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와는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김정은 정권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백암군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주민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백두산청년영웅 3호발전소는 기본언제만 건설됐을 뿐 아직 발전소 시설이나 변전소 건설은 시작도 못했다며 공정률로 따지면 6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백두산청년영웅 3호발전소’ 준공식은 인민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완전히 ‘가짜준공식’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북한에서 ‘가짜준공식’ 놀음이 한두번이 아니며 하나의 관행이 돼버려 인민들도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백두산청년 3호발전소’ 언제 완공을 앞당기기 위해 북한은 “군인들과 돌격대원 6만 명을 투입했다”며 북한에서 “백암군은 삼지연군 다음으로 추운 지방이어서 “겨울철에 진행한 공사는 그 결과를 불 보듯 뻔하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백두산청년발전소’ 건설이 부실공사였음을 강하게 시사한 대목인데 “겨울철에 건설을 진행하다 보니 깨끗한 모래를 채취할 수 없어 강바닥의 흙모래를 그대로 언제 공사에 썼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백두산청년발전소’ 건설장에서 돌격대원으로 일했다는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백두산청년발전소는 중국의 발전설비들을 사용하도록 설계됐으나 자금사정으로 아직 발전설비들을 들여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껏 북한의 발전소들은 ‘룡성기계연합총국’에서 생산하는 수력터빈과 변전설비들을 사용했는데 ‘삼수발전소’나 ‘희천발전소’가 보여주듯이 북한에서 생산하는 전력설비들의 효율성이 높지 못해 전력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만드는 수력터빈은 수평식인데 이것으로는 기껏해야 수압의 30% 정도밖에 전력으로 변환시킬 수 없다며 그러나 중국에서 만드는 수력터빈은 수직식이어서 수압의 70%정도를 전력으로 변환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일단 수력터빈은 한번 설치하면 수압을 조성하는 물길 설계 때문에 구조변경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때문에 설계 자체가 수평식이냐, 수직식이냐에 따라 발전소의 전력생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수평식 수력터빈은 양수기와 구조가 비슷하나 수직식 수력터빈은 화력터빈과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며 그러한 수직발전기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해 아직 북한의 수준으로는 아직 만들지 못한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끝으로 소식통은 “아직 1호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데 3호발전소가 완공됐다는 게 말이 되는 거냐”며 “백두산청년발전소 말고도 국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건설 보도가 거짓으로 일관돼 있어 믿을만한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