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중국산 쌀이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물가와 환율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우리가 예전부터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였는데요. 오늘은 북한 장마당 물가, 그리고 환율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예전에는 북한의 장마당에서 환율과 물가가 많이 오르락내리락 했었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등락이 심하지가 않지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이게 관심사인데요. 북한 경제가 그만큼 안정적이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문성휘: 아, 그 부분에 대한 박 기자의 관심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박성우: 네, 제가 자주 물었었죠.
문성휘: 네, 저 또한 관심을 많이 가졌던 부분입니다. 그래서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았는데요. 알고 보니 그 이유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설명을 드리자니 참 어렵네요.
박성우: 매우 단순하다, 그런데 설명하긴 어렵다… 왜 그런가요?
문성휘: 네, 북한의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장마당의 식량 가격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환율은 물론이고 장마당 물가도 모두 중국산 쌀값에 따라 함께 변한다,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박성우: 중국산 쌀값에 따라 환율도, 장마당 물가도 바뀐다, 그러니깐 최근 들어 북한의 환율과 물가에 큰 변동이 없었던 것은 결국은 중국산 쌀값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라는 건가요?
문성휘: 간단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실례를 들면 이런 건데요. 지난해 9월 26일에 제가 조사한 북한 물가자료를 보면, 당시 중국 인민폐 1원(위안) 대 북한 돈의 환율은 1,270원 정도였습니다. 또 북한에 많이 나오던 25kg 포장의 중국산 ‘길림백미(吉林白米)’라는 쌀의 가격은 중국인민폐로 110원이었습니다.
중국에서 포장된 25kg의 쌀을 인민폐 110원으로 사들였는데 이건 1kg 당 인민폐 4원40전으로 계산이 됩니다. 당시의 환율대로 중국인민폐 4원40전이면 북한 돈으로는 5천6백원이 된다는 거죠.
박성우: 숫자가 많이 나오네요. 정리를 좀 해 보죠. 지난해 9월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9월에 중국산 쌀 1kg은 인민폐 4원40전, 북한 돈으로는 5천6백원에 살 수 있었다, 이렇게 되는 거죠?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1kg당 북한 돈 5천6백원으로 환산된 쌀이 도매상의 손에서 다시 장마당 소매상들에게 넘겨지고 나면 쌀을 사먹는 사람들, 즉 소비자들은 북한 돈 6천원을 내야 살 수 있었다는 거죠.
박성우: 도매상의 손을 거쳐 소비자인 북한 주민들이 쌀을 사먹게 되기까지 북한 돈 4백원 정도가 더 붙는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맞습니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중국도 식량가격의 변동이 매우 심했다고 합니다. 절대적인 식량이 부족하다나니 돈 없는 중국 시골사람들은 강냉이를 많이 먹었다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가을 중국의 농사가 아주 잘 되면서 쌀값이 크게 내렸다는 겁니다.
박성우: 중국도 그랬지만, 북한 역시 지난해 농사가 잘 됐지요?
문성휘: 네, 잘됐죠. 올해 2월 7일, 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개최한 ‘농업분조장 대회’에서 박봉주 내각총리가 2013년 “보기 드문 생산성과는 ‘포전담당제’ 덕”이라고 말해 지난해 농사가 잘 됐음을 시인했습니다.
박성우: 그렇죠. 그렇게 농사가 잘 됐으면 식량을 비롯해 생필품 가격이 좀 안정적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문성휘: 네, 당연히 그래야죠. 그러나 농사가 잘 됐다고 해도 북한은 절대적인 식량이 늘 부족한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북한의 외화벌이기관들이나 사사(개인)여행자들은 중국에서 식량을 많이 사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언급했듯이 지난해 여름까지 중국에서 25kg 포장의 ‘길림백미’가 인민폐로 110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을걷이가 끝난 후부터 쌀값이 연일 폭락하면서 110원을 하던 ‘길림백미’의 값은 80원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박성우: 중국인민폐로 30원이나 내렸다는 거군요.
문성휘: 그렇습니다. 이게 북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북한의 쌀값이 하락하기 시작해 지금은 4천5백원선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거죠. 또 쌀값이 하락하면서 환율도 기존의 중국인민폐 1원 대 북한 돈 1,270원에서 지금은 1,230원 대로 내렸다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재 25kg으로 포장된 ‘길림백미’라는 상표의 쌀은 인민폐 80원, 즉 1kg당 중국 인민폐 3원 20전이라는 값이 나옵니다.
지난해 중국인민폐 4원40전을 하던 쌀이 3원20전으로 내렸으니 쌀값이 기존보다 1원20전이나 더 눅어(싸)진 거죠. 인민폐 1원20전이면 지금 환율로 계산해도 북한 돈으로 1,476원입니다.
중국인민폐 3원20전으로 들여 온 쌀은 북한 환율로 계산하면 3,936원, 북한 돈으로 거의 4천원이 된다는 거죠. 이런 쌀이 도매장사꾼들의 손에서 다시 소매장사꾼들의 손으로 넘어가며 장마당에서 1kg당 4천5백원으로 부풀려집니다.
결국 비교하면 지난해 북한 장마당에서 6천원이던 쌀값이 올해는 4천5백원이 됐다. 왜? 지난해 인민폐 4원40전을 하던 쌀이 지금은 3원20전으로, 그러니까 중국인민폐 1원20전이나 내렸기 때문이죠.
박성우: 그러니까 북한 장마당에서 쌀값이 내린 원인을 추적해 보니 중국 쌀 가격의 하락이 그 출발점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군요.
문성휘: 옳습니다. 북한도 농사가 잘 됐다고는 하지만, 자급자족할 수 있는 양에는 크게 못 미치고요. 환율도 1,270원에서 1,230원으로 변동이 있긴 했지만, 큰 폭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죠. 때문에 장마당 쌀값이 떨어진 제일 큰 원인은 중국산 쌀을 수입하는 가격이 떨어진 걸로 볼 수 있다는 거지요.
박성우: 그럼 환율의 변동 폭이 작은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문성휘: 네, 이게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데요. 중국에서 쌀을 수입하는 가격의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환율도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상이 작아진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일 이야기가 있는데요. 예전에 화폐개혁을 했을 땐 북한 당국이 화폐를 마구잡이로 찍어냈습니다. 게다가 화폐 단위가 바뀌다보니 사람들의 혼란도 극심했었죠. 그래서 물가가 뛰고 환율도 급등했었는데요. 요즘은 통화량을 북한 당국이 어느정도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이런 복잡한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율의 등락이 줄어든 것 같다는 거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북한 당국의 통화정책도 작용을 하고 있겠지만, 현재 북한 장마당의 환율과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중국산 쌀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이게 ‘그림맞추기(퍼즐)’ 같아서요. 또 경제학 강의 듣는 것 같기도 해 주의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겠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문성휘: 아마 그럴 겁니다. 저도 북한의 소식통들로부터 수차례 설명을 들으면서 겨우 이해를 했으니까요. 북한 소식통들은 그나마 쌀 가격이 낮아졌고, 또 지난해 북한의 농사도 잘 돼서 먹는 문제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나마 다행이죠. 먹는 문제가 나아지면 주민들의 경제생활도 좀 나아졌다고 보면 되겠죠?
문성휘: 네, 예전에 비해 주민들의 경제생활도 많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쌀 가격, 그리고 식용유와 같은 먹을거리 가격이 눅어졌다는 걸 뜻하고요. 북한의 경제상황이 좋아졌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라는 점도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쌀값은 떨어졌지만, 예를 들어서 전자제품의 가격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더 비싸졌다는 거죠. 그래서 경제생활도 좋아졌을 거라는 생각은 일종의 착시효과 때문에 생긴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중국의 쌀값이 북한 장마당의 물가와 환율을 움직이는 사실상 기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쌀 가격이 내리긴 했지만, 북한 경제가 좋아졌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