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오늘은 먼저 전쟁이야기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전쟁이라는 건 국가 대 국가, 어떤 집단과 집단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물리적인 수단을 쓰는 가장 야만적인 폭력행위하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전쟁에 휩쓸린 나라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전쟁을 하는 상대들도 지치고 힘들면 서로가 일정기간 휴식을 위해 전투를 잠시 멈추자고 약속을 한다는 거죠. 그런 약속을 전쟁용어로는 휴전, 혹은 정전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백년전쟁을 비롯해 역사에 수많은 전쟁을 치룬 나라들의 사례들을 보면 휴전사태가 한 세기 이상 지속된 나라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휴전 사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입니다. 6.25전쟁 3년 만에 남과 북은 휴전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전쟁의 끝이 아닌 휴전을 지속하고 있는 거죠. 언제든 방아쇠를 당기면 남과 북은 다시 전쟁을 시작하게 될 운명에 있습니다. 이런 휴전사태를 바꾸고 영원한 우리민족의 평화를 조성하려는 게 바로 조국통일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전쟁도 아닌 시기에 무슨 ‘전투’가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금방 ‘70일 전투’를 치뤘는데 또 6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200일 전투’를 선포했습니다. 전쟁도 하다가 지치면 서로가 약속을 하고 일정기간 휴전을 합니다.
하지만 포성 없는 북한의 전투는 휴전을 잊은 듯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투’에 지친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도 격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북한 소식통들이 보낸 내용을 가지고 ‘북한은 오늘’을 시작하겠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끝내 도발하고 말았다" 북한의 주민들은 '200일 전투'를 강요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도발이라고 표현하며 매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일 전투'는 6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라고 그들은 전했습니다.
“‘전투’로 시작해 ‘전투’로 마감 짓는 게 올 한해”라며 북한 주민들이 한탄하고 있음도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인민이야 고달프든 말든 주인 없는 소처럼 마구 부려도 되는 것이냐”고 ‘200일 전투’를 비난했습니다.
“인민들이 참고 견디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소식통은 북한 인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음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노동당 7차대회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5개년 계획’의 불길을 지피기 위해 인민들에게 ‘200일 전투’를 강요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200일 전투’의 성과를 위해 북한 당국은 ‘만리마’라는 새로운 구호를 만들어 냈다며 정작 ‘만리마’라는 구호를 들었음에도 구체적으로 ‘만리마’가 어떤 의미인지는 북한의 언론들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상태라고 그는 결론지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만리마’는 김일성이 내놓은 ‘천리마’에 김정일이 내놓은 ‘속도전’을 합친 것”이라며 “‘만리마’는 ‘천리마’보나 날개가 열배나 길어 얼마 못가 날개가 부러질 것”이라는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천리마(김일성)’는 이미 송장이 된지 오랬고 ‘속도전(김정일)’은 아직도 지옥의 불바다에서 행방 없이 헤매고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는다며 시대를 망각한 ‘만리마’는 태어나면서 부터 수명을 다했다는 진단을 앞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천리마’는 1956년 12월, 김일성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투자 없이 내부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자는 내용의 이른바 ‘천리마 운동’이라는 걸 제시하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천리마’는 사실상 수정주의를 택한 쏘련과 대약진 운동이라는 극단적 좌경주의를 걷는 중국 사이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김일성이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내놓은 방법에 불과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김일성은 ‘천리마’를 새로운 혁명이라고 요한하게 포장했지만 사실상 외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더 이상의 발전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당분간 쏘련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현상유지를 위한 발판으로 ‘천리마’를 활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균형적 발전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속도전’에 대해서도 “1974년 후계자 선정을 둘러싸고 김일성의 동생인 김영주와 김일성의 배다른 아들인 김평일 사이에서 갈등을 겪던 김정일이 내놓은 최후의 도박이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속도전’은 최단 기간에 량적이나 질적으로 최상의 수준에서 경제건설을 다그친다는 것인데 그 방법론으로 김정일은 사상, 문화, 기술의 ‘3대혁명’을 핵심으로 한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만들어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김정일 역시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요란하게 포장했지만 ‘공칭능력 타파운동’이라는 걸 벌려 기계수단들을 파괴해 가며 단숨에 김일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림시방패’로 ‘속도전’을 악용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김정은이 ‘200일 전투’를 앞세우며 들고 나온 ‘만리마’는 그동안 경제를 파탄낸 ‘자력갱생’이라는 암 덩어리를 더 키운데 불과하다며 인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만리마’는 날개도 펼치지도 못한 채 추락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5개년 계획’이나 ‘200일 전투’는 경제의 균형적인 발전보다 구멍 난 경제를 돌려 막기식으로 버텨내려는 김정은의 현상유지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천리마’와 ‘속도전’을 제기했을 당시에는 그나마 제 각각의 판단과 방법론이 있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7차 당대회에서 갑자기 꺼내든 ‘5개년 계획’과 ‘만리마’는 인민들에게 더는 보여 줄 것 없는 김정은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가를 보여준 사례였다며 ‘5개년 계획’의 불을 지피려 ‘200일 전투’를 꺼내들었는데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200일 전투’는 ‘5개년 계획’의 돌파구를 열려는 중앙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며 그러나 ‘5개년 계획’도 그래 ‘200일 전투’도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도가 없이 두루뭉술하게 엮어 놓은 어색한 그림에 불과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특히 북한 인민들은 ‘70일 전투’를 치루면서 지칠 대로 지쳐있다며 일어설 기운조차 없는 인민들에게 ‘200일 전투’같은 날벼락이 어데 또 있겠냐는 주민들의 분노를 설명했습니다. 주민들만이 아닌 북한의 간부들도 의견이 많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은 나라의 발전을 위한 뚜렷한 대책도 없이 왜 당 대회를 서둘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50년대 식 잣대를 들이 댄 ‘200일 전투’를 장마당 경제에 의존해 사는 인민들이 감당할 수 있겠냐고 말해 ‘200일 전투’의 실패를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