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충렬 목사 살해사건을 둘러싼 의혹들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북한에서 올감자와 햇보리를 수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쌀값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현재 북한의 쌀값은 다른 소비품(생필품)들과 비교할 때 1990년대 이후 가장 눅(싸)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은 한쪽으로는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으면서 국제사회를 향해서 식량구걸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구걸질에 유능해서 그런지 올해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러시아 정부가 북한에 적지 않은 식량을 지원했습니다.

장마당에서는 쌀값이 오르지 않아 뙈기밭 농사로 얻은 여유식량으로 생필품을 마련해야 하는 주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쌀이 넉넉하다는 의미인데 그런데도 북한당국은 주민들로부터 ‘애국미’를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쌀이 없는 게 아니라 올해 가뭄이나 장마로 농사를 망칠 우려 때문이라고 하는데 ‘제2의 고난의 행군’까지 운운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식량난에 대한 압박감을 얼마나 크게 느끼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주체농법’을 아무리 떠들어도 북한은 지금껏 식량난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후진국입니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살게 만들자”는 김일성 주석의 소원을 아직까지 유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현재의 김정은 정권입니다.

미국은 가까운 장래에 화성과 달에 지을 집을 짓는 우주탐사 계획을 실험 중에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2020년까지 달에 우주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입니다. 인간이 우주에서 살게 될 시대가 됐는데 아직도 ‘이밥에 고깃국 타령’을 하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지금도 봉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고, 미사일을 가지고 있으면 뭐가 달라진다는 겁니까? 제발 허황한 꿈에 돈을 쏟아 부으며 ‘애국미’ 타령이나 하지 말고 이제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나 연구하라고 김정은 정권에 권고하고 싶습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4월 30일 양강도 혜산시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길림성 장백현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가 북한의 보위부 요원들로 의심되는 자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 사건을 수사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살해된 한충렬 목사는 먹을 것이 없어 중국으로 넘어 온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을 주어 돌려보냈고 장백교회 교인들의 힘을 빌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주민들에게도 식량을 비롯해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초기 이 사건은 탈북자들을 도와주는 중국인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차원에서 북한 보위부가 한충렬 목사를 살해했을 것이라고 추정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충렬 목사를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다른 소식이 전해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한충렬 목사에 대해 잘 안다고 전한 중국 길림성 장백현의 한 소식통은 “한 목사는 생전에 맞은 켠 북한 양강도 소재지 혜산시에 위치하고 있는 애육원과 중등학원 어린이들을 물질적으로 많이 지원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충렬 목사는 교인들을 직접 파견해 혜산시 혜명동에 있는 애육원 어린이들과 성후동에 있는 중등학원 학생들에게 옷과 신발, 식량을 주기적으로 지원해 왔기에 북한 보위부가 살해할만한 대상은 아니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특히 소식통은 “한충렬 목사는 북한주민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탈북자들을 직접 한국으로 보낸다든지,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방조하는 것과 같이 중국사법 당국에 의심이 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장백현 공안당국도 한충렬 목사에 대해 감시해왔지만 한 목사가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북한 주민들을 돕고 있을 뿐 탈북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든지 불법적인 활동은 하지 않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봐도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충렬 목사를 살해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짓이 아니라며 한 목사의 살해는 북한 보위부가 저지른 행위가 틀림없지만 북한당국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보위부가 중앙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한충렬 목사를 살해해야 할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여기에 대해 장백교회의 한 여성신도는 “한충렬 목사가 망원경을 가지고 교회 옥상에 올라가 혜산시 중등학원을 늘 감시했다”고 말했습니다.

“혜산중등학원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장백교회와 가까워 사람들의 움직임을 가려볼 수 있을 정도인데 한 목사가 혜산중등학원을 감시하기 시작한 건 올해 겨울 그곳을 탈출해 교회에서 잠깐 머물다 돌아간 학생들을 때문”이라고 그는 전했습니다.

이 교인의 말에 따르면 부모 없는 청소년들을 수용하는 혜산중등학원은 여름이면 가혹한 통제를 피해 학생들이 집단으로 탈출했다가 겨울이면 추위와 잠자리를 얻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데 학생들에 대한 교직원들의 폭행은 일상화됐다는 것입니다.

올해 겨울 교직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고 압록강을 건너 장백교회에 머물던 학생들은 한충렬 목사 앞에서 혜산중등학원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학대행위를 상세히 전하면서 “학교에서 수시로 건강한 학생들 서너 명씩 롱구반(승합차)에 태워 가는데 이후 학생들의 행처를 알 수가 없다”고 증언했다는 것입니다.

또 혜산 중등학원측에서는 롱구반에 실려간 학생들에 대해 누군가가 물으면 “규율생활이 싫어 도주했다”고 말하도록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한충렬 목사는 이들 사라진 학생들이 최근 장백현과 백산시를 중심으로 활개치고 있는 장기매매 조직들과 연계되지 않았는지를 늘 의심해 왔다고 이 신도는 주장했습니다.

중국 길림성 백산시와 장백현에서 활동하는 장기매매 조직들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자들은 보호자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서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중등학원과 양강도 보위부, 중국 장기밀매 조직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추리 할 수 있다며 한충렬 목사는 그런 장기밀매 조직들의 관련성을 파헤치려 하다가 피살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장기밀매 조직들이 북한의 애육원과 중등학원과 같이 부모 없는 어린이들을 목표로 접근하는데 돈벌이에 혈안이 된 혜산중등학원 관계자들과 양강도 보위부가 결탁돼 중국 장기매매 조직들에 부모 없는 청소년들을 팔아넘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들 소식통들은 북한의 혜산중등학원 관계자 윗선에서 부모 없는 청소년들을 장기밀매 조직에 팔아먹는 행위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하면서 범죄자들을 혜산중등학원 관계자들과 양강도 보위부로 한정지었습니다.

한충렬 목사 피살사건과 관련된 이러한 의혹들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공안당국은 더 이상 사건을 덮고 넘어가려 하지 말고 조사내용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