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일부 도심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모자이크 벽화를 없앤데 이어 마을 주변 산허리에 새겨 놓았던 김일성 우상화 구호들도 대부분 없앤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 북한 당국이 지방의 ‘완전독립채산제’를 강조하면서 지역주의, 지방주의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1.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 이어 구호판도 없애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우리가 지난 5월 26일, 바로 이 ‘북한은 오늘’ 시간에 소개해 드렸던 내용인데요. 북한 당국이 역전을 비롯해 몇몇 공공장소에 설치되었던 일부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를 철수했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모자이크 벽화뿐만 아니라 산허리에 새겨놓았던 김일성 우상화 구호들도 철수하고 있다면서요?
문성휘: 네, 모자이크 벽화도 많이 없앴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산중턱에 세워진 김일성 우상화 구호판들을 전부 제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전국적으로 다 같이 일어나는 일인지는 확인을 못했지만 제가 확인한 자강도와 양강도, 함경북도 지역은 확실히 구호판이 다 제거됐다고 합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이건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산 중턱에 세워진 김일성 우상화 구호판이라면 이게 뭘 뜻하는 겁니까?
문성휘: 네, 북한은 지금까지 도시는 물론이고 작은 농촌마을들까지 주변의 산중턱에 어디서나 잘 보이게 나무판자로 큰 구호들을 새겨 놓았습니다. 대부분 한쪽에만 산이 치우쳐 있을 땐 그 중턱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 이런 구호들을 판자로 새겨 세웠고요.
양쪽이 산으로 둘러막힌 마을들 같은 경우엔 그 맞은편에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만세!’ 이런 구호들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봄부터 도시에 있는 구호판들을 철거한데 이어 가을부터는 농촌에 있는 구호판들도 철수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산허리에 세워 놓은 구호판이라면 멀리서 볼려면 이게 꽤 커야 될 것 같은데요? 문 기자도 북한에서 살아보았으니깐 알 수 있겠지만 이게 크기가 어느 정도입니까?
문성휘: 네, 이게 매우 큽니다. 글자 한자의 크기는 산의 크기에 따라 규정되는데 작은 구호들은 글자 한자의 크기가 가로 세로로 6미터입니다. 그리고 산의 길이가 2천미터 이상인 긴 산들은 글자 한자의 크기가 가로 세로로 8미터입니다.
또 매 글자 사이의 거리는 1백미터이고요. 띄어 써야 할 단어의 간격은 150미터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만세!’라고 쓴 구호의 길이는 매 글자의 간격을 다 합치면 약 1천 8백 미터에 달한다는 거죠.
박성우: 그런 거대한 구호들을 판자로 한 글자씩 만들어서 산허리에 설치했다, 이거군요.
문성휘: 네, 그렇죠. 이런 구호는 북한에서 사람들이 얼마 살지 않는 작은 동네에까지 다 세워져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사는 거리와 마을 주변 산들은 모두 김일성 우상화 구호로 뒤덮여 있었다는 거죠.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구호들을 없애고 있다는 거죠?
문성휘: 네, 거기에 대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는 모두 각각입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 했듯이 김일성, 김정일 모자이크 벽화들을 없앤 거나 비슷한 얘기인데요. 소식통들의 말들을 들어보면 몇 가지 신빙성 있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우선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함경북도 부령일대에서 고의적인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방화 사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방화사건이 산허리에 세워놓은 김일성 우상화 구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이 구호들이라는 게 판자를 말려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봄철이나 가을철엔 아주 불이 쉽게 난다는 거죠. 그래서 산허리에 설치했던 구호들을 모두 없앴다, 이게 함경북도 소식통의 얘기이고요.
반면 양강도 소식통은 다르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은 도시나 마을 주변의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산을 모두 뙈기밭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나무 한 대도 없고 뙈기밭뿐인 산 중턱에 김일성 우상화 구호만 허술하게 세워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구호판들은 누가 지키는 사람도 없다는데요. 그러니 뙈기밭을 다루는 주민들이 유일하게 가림막이 될 수 있는 김일성 우상화 구호들 밑에서 용변 같은 걸 해결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관리가 잘 안되면 해체하는 게 맞는 거겠죠. 그리고 전국적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건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리겠습니다.
2. 지역주의, 지방주의 강화 조짐
박성우: 네, 이번엔 다른 얘기 좀 해보죠. 북한 주민들속에서 최근 지역주의, 지방주의가 살아나고 있다, 얼마 전 문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북한에서 지역주의, 지방주의는 ‘종파의 온상’이라고 해서 엄격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북한의 간부선발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하면 함경북도 출신으로 간부로 등용된 사람은 절대로 함경북도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 간부로 배치되면 끼리끼리 뭉쳐서 지역주의, 지방주의를 형성하게 된다는 건데요.
과거 김일성 주석이 지방주의를 ‘종파의 온상’이라고 매우 경계했고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지금 김정은 정권도 지방주의만큼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그렇게 통제를 하는데 최근 북한에서 지역주의, 지방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겁니까?
문성휘: 네, 지금 북한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지역주의, 지방주의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계하던 그런 지방주의하고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북한에서 이런 지역주의, 지방주의가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건 북한 당국이 ‘지방 완전독립채산제’를 시작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게 한국으로 말하면 지방 자치제입니다.
북한이 중앙당국의 힘으로 지방까지 다 먹여 살릴 수 없으니 결국 지방 자체의 힘으로 어떻게든 먹고 살아라, 이런 건데 올해 들어 북한 당국은 벌써 몇 차례에 걸쳐 지방단위들에 ‘완전독립채산제’를 이행하라고 독촉하고 있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하면 “도의 살림은 도가 알아서 하고, 군의 살림은 군이 알아서 해라, 국가엔 절대로 손을 내 밀지 말라” 이런 건데요. 결국 지방 자치제라는 말을 못하니 ‘지방 완전독립채산제’라고 이름만 살짝 바꾸었다는 거죠.
이러다나니 각 도마다 자원 지키기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는 겁니다. 예하면 함경남도 하면 함경남도의 기본 자원인 해산물이나 약초, 지어는 식량이나 과일조차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지키는 거군요.
문성휘: 네, 역전이라든지, 해당지역을 벗어나는 도로들에 보안원들과 노동자 규찰대가 지켜 서서 자기 지방의 외화자원, 식량자원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엄격히 단속을 한다는 건데요. 이게 비단 어느 특정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단속이 이렇게 심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양강도의 경우만 놓고 보면 소식통들은 외부에서 양강도로 들어오는 자원, 그러니까 약초라든지, 식량, 지어는 밀수품에 해당하는 고철까지도 모두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러나 장사꾼들이 사가지고 양강도를 벗어나려는 장마당 상품들, 산에서 나는 약초들이나 식량까지 일체 양강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통제한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서 예전에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지방주의, 지역주의가 형성됐는데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가 지방을 지키고 지역을 보호하는데 똘똘 뭉치게 됐다는 겁니다. 이게 ‘완전독립채산제’를 시행하면서 북한 당국이 바라던 바는 결코 아닌 것 같다, 소식통들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박성우: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앞으로 북한체제에서 이런 지역주의나 지방주의가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라는 말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문 기자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뵙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