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공수’제도에 퇴색되는 농업개혁

중국 접경 신의주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금평에서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 하는 모습.
중국 접경 신의주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금평에서 북한 주민들이 모내기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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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당국이 ‘농촌지원’ 제도와 ‘노력공수’ 제도를 악용해 농민들로부터 식량을 수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민들 , '농촌지원' 대 놓고 반대

박성우: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북한의 ‘농촌지원’ 기간이 7월 20일까지다, 지난주 문 기자가 이런 기사를 썼었죠.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도시 주민들을 집단적으로 ‘농촌지원’에 내 몰고 있지 않아요. 개별적 농장원 위주의 ‘분조관리제’ 그리고 ‘포전담당제’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거죠?

문성휘: 네, 김정은 정권이 강한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농업개혁’은 내용적인 면에서 땅을 매 개별적인 농장원들에게 나누어주고 거기에서 생산된 알곡 수확량에 따라 ‘현물분배’를 차별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개인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는 개혁을 북한 당국은 ‘포전담당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박성우: 거기까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포전담당제’를 위해 협동농장들에서 말단 관리단위, 분조라고 하죠? 분조도 기존의 20~30명 단위에서 가족 단위로 바꾸지 않았어요. 3~5명씩 이렇게 개편을 한 거죠?

문성휘: 네, 그렇게 가족 단위로 개편해 분조를 운영하는 방식을 ‘분조관리제’라고 하죠. 그리고 분조 안에서, 간단히 말하면 가족들끼리도 또 땅을 나누어 주어 서로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포전담당제’입니다. 도시 주민들이 이렇게 개별적인 농장원들에게 나누어준 포전에 와서 농사일을 도와주는 것을 ‘농촌지원’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농촌지원’이라고 하면 주민들을 집단적으로 농사일에 동원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에서도 ‘농활’이라고 대학생들이 농촌을 돕는 활동이 있는데 이거와 비슷한 거군요.

문성휘: 네, 형식상으로는 대학생들의 ‘농활’ 활동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소식통들에 따르면 농업개혁 이후 북한에서 ‘농촌지원’ 제도가 큰 문젯거리로 되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 주민들도 ‘농촌지원’을 싫어하지만 농사를 직접 짓는 농민들은 드러내 놓고 ‘농촌지원’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농민들은 도움을 받는 입장이지 않아요. 그런데 왜 ‘농촌지원’을 반대한다는 거죠?

문성휘: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농업개혁 이후 ‘농촌지원’ 제도는 농민들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전락됐다는 겁니다.

박성우: 착취를 하는 수단이다, 어떻게 착취를 한다는 거죠?

문성휘: 예전에도 설명을 드렸던 적이 있지만 농업개혁에 따라 북한 당국과 농민들은 생산된 알곡을 7:3의 비율로 나누게 되어있지 않습니까?

박성우: 정부가 7을 가져가고 농민들이 3을 가져간다 이거죠?

문성휘: 네, 맞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농촌지원’을 나온 주민들에게도 농민들과 꼭 같은 ‘노력공수’를 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원자들이 받은 ‘노력공수’가 가을철 농민들의 식량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거죠. 그래서 농민들이 ‘농촌지원’을 대 놓고 반대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러면 ‘노력공수’는 어떤 겁니까?

문성휘: 북한은 예전에도 그래, 농업개혁 후에도 ‘현물분배’라고 해서 가을철이면 농민들에게 식량을 현물을 나누어 주고 있는데요. 농업개혁을 시작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이러한 ‘현물분배’를 ‘노력공수’에 따라 나누어 주었습니다.

협동농장들에서 매일 정해진 작업량을 ‘노력공수’라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북한은 농장원 1인당 9정보(약 1ha)의 밭을 다루는 것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1인당 기준으로 정해진 9정보의 땅을 다루기 위해서 월별, 주별, 그리고 일별로 작업과제가 미리 정해지는데요.

협동농장들에 가면 이렇게 미리 정해놓은 작업계획을 공시한 ‘노력공수 게시판’이라는 게 있습니다. ‘노력공수 게시판’에 정해진 하루 작업과제를 다 수행했을 때에 농민들이 받는 노력공수는 1점입니다.

그런데 농사일은 여러 가지 자연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비가 온다든지 다른 여러 가지 영향에 따라 일을 못하고 휴식을 하는 날이 많다는 거죠. 이런 공간을 메우기 위해 협동농장들에서는 농민들에게 ‘노력공수 게시판’에 적혀있는 작업내용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농민들은 날씨가 좋지 않을 땐 휴식을 하기 때문에 노력공수가 전혀 없는데 반면 날씨가 좋은 날은 노력공수를 보통 1.2점, 최고 1.6점까지 높게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공수’ 제도는 개별적인 농장원들에게 땅을 나눠 준 농업개혁에 따라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라고 합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이 지금도 ‘노력공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아닙니까. 그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문성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노력공수’ 제도가 사회통제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지원자들이 받은 ‘노력공수’는 ‘농촌지원’에 얼마나 잘 참가했나를 가리는 수단으로 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노력공수’로 매일 주민들의 ‘농촌지원’ 상황을 체크하기 때문에 ‘노력공수’ 제도가 사회적인 통제수단이라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노력공수’ 제도가 농민들로부터 식량을 수탈하는 수단으로 된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가을철 농민들이 당국으로부터 30%의 식량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북한 당국은 지원자들에게 농장원들과 꼭 같은 ‘노력공수’를 주고 그만한 량을 가을철 농민들의 ‘현물분배’에서 받는 30%의 식량에서 떼어낸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농민들의 30%에서 떼어 낸 식량이 지원자들에게 차례지는 것도 아닙니다.

‘농촌지원’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동원한 것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서 떼어 낸 식량은 북한의 식량창고에 다 들어간다는 거죠. 이렇기 때문에 북한의 ‘노력공수’ 제도는 농민들로부터 식량을 수탈하는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 했지만 북한은 보통 농장원 1인당 논밭 9정보를 다루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해마다 1정보의 논에서 평균적으로 6톤 정도의 벼를 수확하는 것으로 계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보당 평균 벼 6톤이면 1인당 농장원들에게 정해진 9정보의 논에서 모두 54톤의 벼가 생산되는 것으로 계산이 됩니다. 이 54톤의 벼를 북한당국과 농민들이 7:3으로 나누게 되면 북한 당국은 70%에 해당되는 벼 38톤을 가져가야 하고요. 농민들은 1인당 30%에 해당되는 벼 16톤을 ‘현물분배’로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박성우: 그런데 이게 계산상으로 그렇다는 거고, 농민 1인당 평균 16톤 정도의 벼를 받는다면 이건 굉장히 많은 량 아닙니까?

문성휘: 네, 엄청난 량이죠. 벼 16톤이면 북한의 평균적인 4인 가족이 몇 년은 먹고도 남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농민들은 농업개혁이 시행된 이후에도 늘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농촌지원’ 제도와 또 ‘농촌지원’ 제도와 연계된 ‘노력공수’ 제도라는 거죠. 북한은 올해까지 농업개혁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실제 농민들이 받는 식량은 농업개혁 이전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인데요.

북한의 농민들은 당국이 농업개혁 때 약속한 수확량의 알곡 30%는 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매 농촌가정세대들에 알곡으로 5백kg씩만 주어도 식량난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16톤이 아니라 5백kg만 줘도 될 텐데, 이 말이 아닙니까? 농촌주민들이 ‘농촌지원’과 ‘노력공수’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를 알 듯 합니다.

문성휘: 네, 식량만 제대로 보장해 주면 자기들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농민들은 주장을 한다는데요. 하지만 북한 당국은 농민들의 힘만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일손이 모자라 철을 놓치게 되고, 또 철을 놓치게 되면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철에 맞춰 농사를 지으려면 ‘농촌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거죠. 결국 농민들은 이런 ‘농촌지원’제도와 ‘노력공수’제도, 그리고 영농자재 값을 비롯한 온갖 착취적인 제도적 장치들 때문에 식량을 모두 수탈당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농업개혁에 대한 기대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하는 내용입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농업개혁이라는 게 정말 쉬운 것 아닙니다. ‘분조관리제’나 ‘포전담당제’, 이게 지금 ‘농촌지원’과 ‘노력공수’라는 기존 제도와 충돌하는 양상이라는 게 아닙니까. 조속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문성휘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문 기자 오늘 수고하셨고요. 다음 시간 또 뵙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