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병사들 영양실조는 지휘관들의 탓

북한군이 콩 재배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인민군출판사가 발행하는 월간 `군인생활' 2004년 6월호에 콩 음식을 권장하는 삽화가 실렸다.
북한군이 콩 재배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인민군출판사가 발행하는 월간 `군인생활' 2004년 6월호에 콩 음식을 권장하는 삽화가 실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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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을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김정은이 올해 들어 병적이라 할 만큼 장성택 흔적 지우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간으로선 상상 못할 잔인한 방법으로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지만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장성택 흔적 지우기에 얼마나 혈안이 됐는지는 올해 4월 “평양민속공원을 폭파하라”고 지시한 사례를 놓고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평양민속공원은 2009년 장성택의 주도로 고구려시대 유적지인 안학궁터 주변에 조성한 공원입니다.

그런가하면 장성택이 관여한 시설들이 ‘대동강’, ‘해당화’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이며 지난 6월 평양 용성구역에 있는 ‘해당화김치공장’을 시찰하던 중 ‘해당화’라는 이름을 모두 ‘류경’으로 바꾸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로 평양의 이름난 편의종합시설인 ‘해당화관’은 ‘류경관’으로, ‘해당화식품교류사’는 ‘류경식료품회사’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작년 5월 김정은은 ‘대동강 자라공장’이 “영도업적을 말아 먹었다”며 지배인과 당 비서를 처형했습니다.

‘대동강 자라공장’ 역시 2009년 장성택의 주도로 건설이 됐는데 김정은은 이 공장의 이름을 ‘평양 자라공장’으로 바꾸도록 지시한 뒤 올해 7월에 다시 찾아와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고 주변 간부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장성택의 흔적을 지우며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고 말한 김정은의 속내가 정말 가볍고 즐거운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고모부까지 잔인하게 처형한 김정은의 비인간적인 처사는 세상에 잘 알려졌습니다.

건물의 이름이나 바꾸고 숱한 자금을 들인 민속공원을 허문다고 장성택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장성택 흔적 지우기를 보면서 북한의 인민들은 김정은의 잔혹성을 가슴속에 더 깊이 새겨 둘 것입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8월초부터 각 인민군 부대들과 집단생활을 하는 돌격대에 껍질을 벗기지 않은 벼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껍질을 벗겨 먹으라는 것인데 군인들과 돌격대원들은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표정들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부터 군인들에게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겉벼를 식량으로 공급하는 게 일반화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2014년부터 제대로 도정한 벼를 군인들에게 공급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은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지금은 햇곡식들이 나와 식량가격이 더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군인들과 돌격대에 껍질을 벗기지 않은 벼를 공급하게 된 이유는 전기사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들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모든 전기를 도시에 집중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올해 3월에 내렸다”며 “지금은 살림집과 건설장들에 우선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느라 군량미를 도정할 시설조차 가동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에 나와 있는 한 북한의 간부는 “모든 도시에 전기를 집중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는 위성사진에서 비롯됐다”며 “대북제재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이 일부러 도시들에 전기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구글이라는 미국의 인터넷 봉사업체가 컴퓨터를 통해 일반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위성사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성사진에 찍힌 북한의 야경은 불빛하나 없어 깜깜한 지옥처럼 느껴진다는 반응이 높았습니다.

구글 위성사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북한의 야경을 바꾸기 위해 김정은은 유엔안전보장 이사회가 핵실험에 따른 대북 경제제재를 결의한 올해 3월 평양을 비롯해 모든 도시에 전기를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올해 북한은 도시에 전력을 집중하느라 농촌에는 양수기를 돌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전기만 보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전기 공급이 중단돼 군인들의 식량을 도정할 설비들까지 가동을 멈추면서 병사들의 식생활 형편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군인들의 하루 식량으로 통 강냉이와 벼를 5:5의 비율로 섞어 하루 6백 그램씩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겉벼를 공급할 때엔 껍질과 겨로 나가는 량을 25%로 환산해 그만큼의 식량을 보태준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비록 군인들에게 겉벼를 공급하지만 량을 속이는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군부대 지휘부들에서 하급 부대들에 식량을 분배할 땐 쌀로 계산해 20%를 무조건 떼어 낸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떼어낸 식량은 고위급 지휘관들의 출장이라든지 가족들의 대사에 보태고 건물 유지에 필요한 물자들을 마련하는데 쓴다고 그들은 전했습니다. 인민무력부가 필요한 군수물자를 보장하지 못하다나니 각 부대들은 병사들의 식량을 팔아 필요한 물자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군단이나 사단 지휘부에서 20%를 떼어낸 식량은 다시 각 대대 지휘부에서 10%씩 떼어낸다며 떼어낸 식량은 장마당에 팔아 휘발유 값을 보태고 대대 간부들의 식사와 출장을 보장하는 자금으로 사용한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이렇게 떼이면 모자라는 밥 량을 맞추기 위해 각 중대들마다 쌀을 장마당에 팔고 대신 강냉이와 감자를 바꾸어 식량으로 보탠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중대 지휘관들은 장마당에 kg당 북한 돈으로 4천 5백원을 받고 쌀을 넘겨준다고 합니다.

대신 강냉이는 kg당 북한 돈 1천2백원, 감자는 6백원으로 사는데 이렇게 산 강냉이와 감자를 제대로 병사들에게 먹여도 허약이나 영양실조에 걸리는 병사들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대 지휘관들은 모자라는 식량을 보탠다는 구실로 쌀을 판 돈의 절반이 넘게 떼어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다든지 매일 술 놀이와 같은 먹자판을 벌려 놓는다며 병사들에겐 그릇이 곯게 감자와 강냉이를 섞은 밥을 먹인다고 그들은 밝혔습니다.

병사들의 식량을 훔쳐내는 부패행위는 군부대 어디라 할 것 없이 만연돼 있다며 군인들과 꼭 같은 식량을 공급받는 돌격대원들은 하루 종일 일만 하는데도 영양실조나 허약에 걸리는 대원들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그들은 전했습니다.

돌격대는 임시적인 집단이고 각이한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들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간부들이 식량이나 다른 물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대원들이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며 군인들은 고립된 생활을 하고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기에 지휘관들의 부정부패에도 어쩔 방법이 없다고 그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더욱이 김정은이 집권한 후 중앙급 간부들을 교체하는 데만 집중하면서 지방이나 하급 기관들의 부정부패를 방치하고 있다며 이런 틈을 타 군 지휘관들의 부정부패는 갈수록 심해지는데 그들에게 돈이 될 만한 게 식량뿐이라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특히 군인들에게 겉벼를 식량으로 공급하게 되면서 군 지휘관들은 수분감모와 도정비라는 명목으로 더 많은 식량을 떼어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청취를 기대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