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당국이 병사들에게 2015년에는 무력통일이 이뤄질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군복무 연한을 다 채운 병사들을 제대시키지 않고 붙잡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 9월 16일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이 올해 초모생(신입병사)부터 군복무기간을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씩 각각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좀 더 자세히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이야기에 앞서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 내년도 한반도 정세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2012년부터 군 장병들에게 “2015년까지 기어이 조국을 통일시키겠다는 것이 우리 장군님(김정은)의 철석같은 의지이다” 이런 선전을 계속 해 왔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015년에 전쟁을 일으켜 조선반도(한반도)를 통일시킨다는 무력통일 설을 계속 확산시켜 왔다는 건데요. 이게 뭐가 문제가 되냐 하면 북한의 군인들은 2015년에 김정은이 반드시 전쟁을 일으켜 무력으로 조국을 통일한다는 선전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중석: 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북한이 군 장병들에게 2015년에 무력통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아주 분명하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그런 주장을 취소하거나 또 적당히 얼버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말인가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 완성’이라는 허황한 구호를 내놓았고 또 2012년까지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완공한다’고 주민들에게 요란하게 선전을 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2012년 강성대국’은 완전히 실패했고 북한 당국으로선 이를 어떻게 변명해야 할 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북한은 그동안의 허황된 선전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거죠.
오중석: 네, 그러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2012년 강성대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따질 수 없게 되었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왜 이런 얘기를 하냐 하면 북한이 지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015년 무력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주장을 끊임없이 군 장병들에게 강조해 오다가 이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그 약속을 어떻게 거두어들이겠는지, 그런 우려 때문입니다.
2015년 무력통일 설을 강조해 온 북한이 군 장병들 앞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덮어 버리려면 무력통일을 이루지는 못해도 한국과 미국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주장할만한 그럴싸한 구실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군인들에게 불가능한 약속을 한 북한정권이 뭔가 변명거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내년에 남북한 정세를 얼어붙게 할 만한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문성휘: 네, 우선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2015년 무력통일 설을 군 장병들에게 설파하면서 실제로 군내부에서 여러 가지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군 내부의 여러 움직임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문성휘: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9월 16일에 내놓은 보도가 북한군의 그런 움직임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북한은 2015년 무력통일 설을 주장하면서 지난해부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10년의 복무연한을 마친 대부분의 군인들을 아직도 제대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오중석: 대부분의 군인들이 제대할 때가 되어도 제대를 못하는데 극히 일부는 제대시키고 있다고 하셨는데 극히 일부에 속하는 군인들은 어떤 군인들인가요?
문성휘: 우선 지난해 북한은 만기 복무를 마쳤다고 해도 일반 보병부대, 그리고 후방보급 부대에서 대학입학추천을 받은 군인들만 제대시켰습니다. 또 여성군인들도 기술병종이 아닌 부대에서만 제대를 시켰는데요.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기술병종’, 북한에서 기술병종이라고 하면 해군이나 공군, 그리고 육군에서도 기계화부대, 포병부대, 군수품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병사들까지 모두 포함된 의미입니다.
이런 부대의 군인들은 일체 제대를 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대학입학추천을 받은 군인들을 제외하고 여성들도 일체 제대시키지 않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과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10년 의무기한을 채운 병사들을 제대 시키지 않으면서 초모생, 그러니까 신병만 입대시키고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북한이 요즘 ‘초모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어려움 때문에 전체 군 병력이 줄었을 수도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틀린 얘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문성휘: 네, 실제로 2012년 초까지는 북한군 병력(인원)이 상당히 줄었으나 지난해 군인들을 제대시키지 않으면서 부족한 인원을 모두 메웠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까지 군인들을 제대시키지 않으면서 군 복무 인원은 오히려 늘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초모생’ 모집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해 말에 열린 ‘초병(1선병사)대회’에서 “사상만 가지고는 절대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군인들을 펄펄 나는 싸움꾼으로 키우자면 우선 병사들을 잘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북한은 올해부터 1선 병사들과 기술병종 병사들에게 물고기를 공급하는가 하면 각 사단, 연대급 검열성원들이 불시에 들이닥쳐 병사들의 밥 량을 측정한다고 합니다.
오중석: 네, 그런 방법으로 병사들에게 먹일 식량을 외부로 빼돌리는 것을 막고 있다 는 말로 들리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사병들의 급식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궁금합니다.
문성휘: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군인들의 먹는 문제는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북한은 올해 군인들에게 먹는 기름을 떨구지 않고 있다는데요. 이를 위해 각 군부대들마다 4.7kg 철판포장의 ‘통(포장)기름’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의 말대로라면 김정은의 특별지시에 따라 올해 북한 군인들의 식생활 형편이 많이 나아졌다, 이런 얘기가 되는데 믿을만한 소식인지 궁금합니다.
문성휘: 네,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올해 군인들이 몰라보게 ‘때벗이’를 했다, 이 ‘때벗이’라는 게 때를 벗겼다는 말인데요. 주민들은 군인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졌음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측면으로 북한은 군인들의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도 매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이 군인들속에서 펼치고 있는 ‘명사수 운동’이 바로 그런 사례라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명사수’는 한국의 저격수를 뜻합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군인들의 조준사격 거리를 짧게는 100미터, 길게는 300미터로 정했는데요. 그런데 올해는 조준사격 거리를 200미터에서 400미터까지로 늘렸다고 합니다.
물론 탄알이 부족해 실탄 사격보다는 훈련용 탄침 사격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존의 여러 가지 사상학습이나 전술훈련의 시간을 많이 줄이고 대신 조준사격 훈련에 병사들을 지겹도록 내몰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이 ‘명사수 운동’을 벌리게 된 까닭에 대해 한 북한군 관계자는 김정은 제1비서가 올해 3월, 군 장병들이 모인 자리에서 “적을 400미터 밖에서 모두 때려잡아야 한다”며 “적이 400미터 이내에 접근하면 전투에서 패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음을 전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이러한 지적은 최소한의 개인 보호 장구도 갖추지 못한 북한군의 장비 수준으로는 근접전투를 치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북한군의 생활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전쟁을 치룰 수준까지 되는지는 저도 판단할 수가 없고요.
다만 2015년 무력통일 설을 그토록 병사들에게 주입시킨 북한이 앞으로 이 황당한 주장을 어떻게 거두어들일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중석: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데요. 2015년 무력통일을 병사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요즘 행태, 매우 수상하고 위험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이 잘못된 선전의 후과를 무마하기 위해 남북관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행동에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