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 주민들은 25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12년제 의무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주 의제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 9월 25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불참했는데요. 그동안 남한의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던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에 의해 해마다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열리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헌법에 규정한 대로 올해 3월 9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진행했고 4월 9일에는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열린 13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는 해마다 두 차례씩 열리게 된 헌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오중석: 네, 그런데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김정은 제1비서가 참석을 하지 않았는데. 그동안 쭉 참석해 오지 않았습니까? 이런 사실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관심이 갑니다.
문성휘: 네, 솔직히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 참가하지 못한데 대해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김정은의 건강에 문제가 있음은 알고 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인데요.
앞서 북한은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김정은 제1비서가 다리를 저는 모습을 방영했습니다. 김정은의 이런 모습을 놓고 한국 언론에서는 건강이상설이 거론됐고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김정은이 불참하면서 건강이상설은 더욱 증폭되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다리를 전다고 해서 건강을 걱정하거나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하여 뭔가 큰 문제가 생겼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갑자기 공개행사에 등장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하는 행동을 되풀이했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이번 최고인민회의 불참도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여준 행태를 따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오중석: 과거 김정일의 행동을 따라서 되풀이하고 있다는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논의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문성휘: 네,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에 관한 이번 최고인민회의 의제에 대해 주민들은 물론 북한의 지식인들과 간부들조차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이미 2012년 9월에 열린 제12기 2차 회의에서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시행함에 대하여’라는 법령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법령에 따라 북한은 올해 신입생들을 상대로 ‘12년제 의무교육’을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별 뚜렷한 알맹이도 없이 기존에 법으로 제정한 ‘12년제 의무교육’에 대해 주먹구구식으로 논했는데요.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에 대해 교육의 행정적인 절차가 바뀐 것이지 교육의 의무화 기간이 늘거나 질이 개선된 건 절대로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12년제 의무교육’의 기본 내용을 보면 기존 4년제의 소학교를 5년제 초등학교로 바꾸고 6년제였던 고등중학교 과정을 초급중학교 3년제, 고급중학교 2년제로 바꾼다는 건데요. 종합적인 교육연한을 모두 합치면 기존의 11년과 꼭 같습니다.
다만 기존에는 유치원 과정이 의무화되지 않았는데 ‘12년제 의무교육’ 과정을 통해 유치원 ‘높은 반’을 의무교육과정에 포함해 기간을 1년 더 늘였다는 건데요. 북한의 유치원은 2년제로 ‘낮은 반’과 ‘높은 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낮은반’은 숫자에 대한 기초적 개념과 김일성, 김정일 ‘도록’이라는 우상화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요. ‘높은반’ 역시 우상화 교육을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 말’이라는 교재를 통해 문자를 쓰고 읽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오중석: 우상화 교육을 제외하면 한국의 유치원 교육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군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이러한 유치원 과정은 사실상 1980년대부터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유치원과정을 의무화한 원인은 어린이들에게 일찍부터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과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이 사회에 대한 분석능력을 가지기 전에 유치원 교육을 통해 김일성 일가의 신격화를 주입시킨다는 의미인데요. 이런 유치원, 그것도 ‘높은반’을 교육과정에 추가해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시행한다고 하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다른 모든 사업들보다 교육에 우선적 순위를 두고 교육의 질과 수준을 개선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개선하겠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은 그야말로 빈 말장난에 불과한 최고인민회의를 왜 조직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라 합니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네, 북한 당국이 지금까지 ‘의무교육’, ‘무상교육’이라고 선전했지만 실제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없다 보니 “학교시설 보수문제, 또는 난방문제, 지어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모두 학생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문 기자가 그 동안 보도를 해왔었죠?
문성휘: 네, 맞습니다. 북한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교육의 질과 수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렇게 열악한 교육환경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주민들은 관심이나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네, 남한의 언론들도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일부 간부사업과 함께 교육문제가 주로 거론된 데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의 불참으로 인해 회의 의제가 바뀐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좀 알려진 사실이 있습니까?
문성휘: 당초 한국의 언론들에서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새경제관리체계’에 따른 ‘5.30조치’가 논의될 것이다, 이런 추측들이 많았는데요. ‘5.30조치’는 ‘새경제관리체계’를 활성화하는 내용보다 위축시키는 내용들이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도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새경제관리체계’ 활성화와 관련된 어떤 법이 채택되기를 고대했는데 그런 토의는 전혀 없어 실망감이 컸다고 하고요.
일각에서 제기된 군복무제 연장과 관련해서는 과거 1985년부터 1999년까지 북한은 13년 군복무제를 시행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도부터 의무복무제가 시행되면서 복무연한을 13년에서 10년으로 줄였는데요. 이런 문제는 절대로 최고인민회의에서 토의되지 않습니다.
오중석: 지금 문 기자 말씀대로라면 자칫 북한이 군복무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외부세계에 최악의 국가라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런 문제를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다룬다는 건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말씀인가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손해가 되는 행위를 법적으로 공개하거나 외부에 절대로 알리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기대를 모았던 문제들은 하나도 토의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고요.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은 굳이 최고인민회의가 아니더라도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나 방침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비공개로 논의될 여지는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네, 북한 주민들과 남한 언론들의 예상을 깨고 알맹이 없이 끝난 이번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제1비서가 참석하지 않아 그의 신변에 관한 궁금증만 한층 더 높아가고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 한마디가 곧 법이 되는 북한에서 우리 모두가 실권 없는 최고인민회의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문 기자 수고 하셨고요. 다음 주 이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