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북한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실세 3인방이 참석한 것과 관련해 북한주민들과 지식인들도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10월 4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북한의 최고 권력실세들인 황병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는데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북한 주민들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들의 남한 방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이와 관련해 좀 알려진 게 있는지요?
문성휘: 네, 정말 깜짝 출연이라고 봐야죠. 북한 주민들도 신문과 텔레비죤(TV)을 통해 황병서와 최룡해, 김양건이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경지역의 경우에도 가을걷이가 끝나면서 최근 전력공급량도 좀 늘어 텔레비죤 시청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아시아경기대회 기간 ‘조선중앙텔레비죤’을 통해 아시아경기대회 소식을 꾸준히 방영했다고 합니다. 다만 북한 선수들이 메달을 딴 경기들만 방영해 주민들은 전반적인 대회의 흐름은 판단할 수가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했고요.
‘조선중앙텔레비죤’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참석했던 선수단의 평양도착 소식을 크게 보도하면서도 북한이 이번 경기대회 전체 메달 순위에서 몇 등을 했는지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오중석: 네, 무슨 일이든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상황을 알려주기 보다는 특정 사실을 감추기 위한 북한의 일방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일이고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북한권력 최고실세들이 참가한 사실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문성휘: 네, 그와 관련해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현재 북한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의 어떤 지시나 방침(구두지시), 그리고 북한 당국의 어떤 움직임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고 별다른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민감한 일부 지식인들은 이번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와 최룡해, 김양건비서의 아시아경기대회 폐회식 참가에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내부 언론을 유의 있게 살피고 있는 한 소식통은 이번 권력 최고실세들의 한국 방문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표했는데요. 이 소식통이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에 대해 특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황병서를 크게 내세운 사실입니다.
과거 김정일 정권은 절대로 2인자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권력 실세들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게 하는 통치 구조를 유지했는데요. 그러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2인자를 만들고 내세우는 통치방식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김정은 제1비서가 2인자를 만들어내고 내세우는 정치방식을 구사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문성휘: 김정일 사망 후 권력을 잡은 김정은이 장성택에 많이 의지해 왔음은 당시 북한의 언론들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김정은이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를 중국에 특사로 파견하면서 뭔가 권력의 변화를 예고했는데요.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후에는 해외 언론이 최룡해가 김정은의 2인자라고 인식할 만큼 관련 소식들을 많이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또 다시 인민군 총정치국장 자리에 오른 황병서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 언론들이 이번에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권력실세들에 대해 보도하는 자세는 예전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잠깐 10월 4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죤’의 보도 내용을 한번 들어보시죠.
조선중앙텔레비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 황병서 동지가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정부 비행대 비행기로 4일 오전 9시 인천을 향해 평양비행장을 출발했습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인 최룡해 동지, 김양건 동지가 동행했습니다.
오중석: 네, 방금 들어본 대로 평소에는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호칭하는 수준으로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의 이름을 길게 열거하고 최룡해와 김양건의 이름은 아주 간단히 언급했군요. 그런데 이번 행사가 엄연히 체육행사이니만큼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최룡해의 이름이 먼저 거론돼야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요?
문성휘: 엄연히 따지면 그렇습니다. 이번행사에 황병서가 참석하지 않아도 김정은 정권으로선 얼마든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고요. 김양건의 경우 통일전선부 비서이고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으로 한국과의 관계문제를 위해서도 그래, 충분히 참석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정치적 지위를 봐도 노동당 중심국가인 북한에서 최룡해는 당 비서이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김양건 역시 당 비서이고 대남관계 책임자인데 이들을 황병서에 비해 상당히 차별해 거론했다는 거죠.
오중석: 위치상으로 보나 직무상으로 봐도 황병서를 앞에 내세울 명분이 없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문 기자, 북한이 이번에 왜 황병서를 특별히 전면에 내세우고 권위를 인정했는지 그 의도에 대해 알려진 게 있습니까?
문성휘: 저의 개별적 의견이라기보다는 북한이 황병서를 특별히 내세운 원인이 분명치 않다는 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의문을 갖는 이유입니다. 누군가 2인자가 존재하는 듯 한 북한 언론의 보도 자세는 유일독재국가인 북한에서 자칫 최고지도자의 품위를 훼손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게 소식통의 이야기입니다.
오중석: 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김정은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2인자로 알려진 황병서를 일부러 파견했다, 이런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이 군부 내 서열 1위인 황병서까지 파견함으로서 최근 한국과 해외 언론들에서 거론되고 있는 자신의 건강이상설과 신변이상설을 한꺼번에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문성휘: 네, 분명히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병서의 이름을 마치 국가 최고지도자처럼 요란하게 열거한다든지, 다른 권력 실세들과 차별을 두면서까지 그의 이름을 특별히 부각시킨 행동은 이해가 어렵다고 보이고요.
아직까지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북한 최고 권력실세들의 남한 방문은 궁극적으로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을 더 크게 부각시키는 계기로 될 수 있다는 거고요. 김정은의 잠행이 계속된다면 북한의 민심 이반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중석: 이번 북한 권력실세들의 전격적인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데 북한 내 소식통들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문성휘: 북한 소식통들, 그중에서도 북한의 지식인들은 그런 부분에 많은 우려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방까지 박근혜 정부에 대고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다가 하루아침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뻔뻔하게 나오는 북한당국의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 이게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도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이번 황병서 일행의 갑작스런 한국 방문도 김정은의 예측 못할 행동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한다는 거죠. 이게 비단 남북관계뿐이 아니라고 합니다. 최근 김정은의 지시도 앞뒤가 맞지 않고 오락가락 하는 내용이 많아 북한 간부들속에서 큰 골칫거리라고 하는데요.
소식통들은 남북관계는 일정한 준비와 상당한 전략이 필요한데 과연 김정은이 그런 준비와 전략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북한 최고 권력 실세들의 남한 방문도 김정은의 예측 못할 행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면 지속적인 남북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북한 소식통들의 평가입니다.
오중석: 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이번 북한 권력실세 3인의 남한 방문이 꽉 막혀있는 남북관계의 숨통을 터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주에 또 만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