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민들, 극심한 생활고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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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이러다 서울에서 일어난 촛불이 평양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요즘 북한의 고위 간부들 속에서 이런 탄식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촛불시위가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것도 아닌데 북한당국이 촛불시위를 두고 너무 떠드는데 대한 불만의 소리입니다. 실제 북한은 각종 언론들을 동원해 한국에서 일고 있는 촛불시위를 ‘반통일 세력들에게 쏟아진 불벼락’이라고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의 인민들도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의 인민들이 한국의 촛불시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왜 시위를 하느냐”가 아니라 저런 시위를 하는데도 왜 경찰들은 시위대를 마구 짓밟거나 잡아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의아해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한국의 촛불 시위에 대한 북한당국의 선전선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인민들이 한국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건은 1980년대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항쟁이었습니다.

시위참가자들의 옷과 구두를 보며 “저게 지금껏 헐벗고 굶주린다던 한국이 맞냐”며 북한의 인민들은 놀랐습니다. 북한의 인민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건 1989년에 있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었습니다. 당시 ‘전대협’ 대표로 평양을 방문했던 임수경 학생이 서울에 돌아가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는 사실에 북한의 인민들은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북한에서는 정치범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양심수라 불린다는 것도 그때에야 북한의 주민들은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일고 있는 촛불시위에 북한의 인민들은 다시 한 번 놀라고 있습니다. 자신이 뽑은 대통령도 잘못이 있으면 국민의 힘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한국 촛불시위의 참 뜻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정권의 참기 어려운 폭정에 항거하는 북한 인민들의 분노가 한국의 촛불시위를 경험으로 민주주의를 안아 올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뙈기밭 농사를 짓던 북한의 주민들과 협동농장 현물분배에 기대어 살던 북한의 농민들은 여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식량가격이 너무 내려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한 농업부문 관계자는 현재 북한의 가구 수는 대략 720만 세대이며 그중 협동농장에 소속된 가구가 220만 세대정도이고 뙈기밭에 의지해 사는 가구도 60만 세대정도여서 인구의 40% 이상이 농사에 의지해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내각 농업성이 추정하고 있는 자료라면서 북한 당국은 현재 인구수와 가정세대 수를 비밀로 붙이고 내외에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농업성에서도 대충 짐작으로 농사에 의존해 살아가는 가구를 계산하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협동농장과 뙈기밭 농사에 의지해 사는 가정세대를 최소한 280만 가구로 잡아도 9백만 명 이상의 인구가 농업에 의지해 살고 있는 것으로 된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농업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또 다른 소식통도 김정은 집권 후 세포등판 개관과 고산과수농장을 비롯해 농업과 축산부문을 확대하면서 협동농장 가구가 늘었고 기존에 장마당 장사로 살아가던 주민들도 장사가 안 돼 뙈기밭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농업인구가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북한의 농업가구가 최소 280만 세대라 해도 어린이를 비롯해 부양해야 할 가족들까지 합치면 9백만 명이 넘는 인구가 농사에 의지해 사는 것으로 된다며 그런데도 농사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나날이 쪼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장마당에서 팔리는 식량가격과 생필품 가격을 대조하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에서 현재 보통품질의 쌀 1kg은 북한 돈 4천원입니다. 쌀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상당히 내렸는데 반면 서민들의 주식으로 알려진 강냉이의 가격은 북한 돈 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식량가격이 비정상적인데 이는 농민들의 생활난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냉이를 많이 심는 함경북도의 경우 장사꾼들이 장마당에서 직접 파는 가격은 북한 돈 2천원이고 농민들이 장사꾼들에게 넘기는 도매가격은 북한 돈 1천5백원인데 그래도 지난해보다 배가 넘게 오른 가격이라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언뜻 보면 농민들이 장사꾼들에게 넘기는 강냉이 도매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배가 넘게 올랐으니 농민들의 수익이 늘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장마당에서 땔감 1㎥의 가격은 중국인민폐 1백 위안이라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아직 낱알 털기가 채 끝나지 않아 앞으로 식량가격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땔감은 이제부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나무 1㎥은 중국인민폐 1백위안으로 농민들이 강냉이 70kg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돈입니다. 보통 북한의 함경북도나 양강도, 자강도와 같은 북부 고산지대는 겨울철 추위를 피하려면 약 12㎥의 땔감이 필요한데 이는 중국인민폐 1천2백 위안, 농민들이 강냉이 8백kg을 팔아야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장마당에서 동복 한 벌은 중국인민폐 5백 위안, 군인들이 신는 겨울신발은 중국인민폐 250 위안인데 북한에서 겨울철을 나려면 군대동화로 불리는 솜 신발을 사서 신어야 한다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동복 한 벌을 사려면 농사짓는 사람들이 강냉이 3백kg, 겨울 솜 신발을 사 신으려고 해도 강냉이 150kg을 팔아야 한다는 것인데 개인밭 농사를 짓거나 협동농장에서 현물분배로 받은 식량으로는 이런 생필품들을 구입할 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식들이 탁아소나 유치원,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들은 겨울철 아이들의 난방비로 땔감 2㎥이 아니면 중국 인민폐 2백 위안을 내야 한다며 결국 이런 것들을 다 사려면 농민들은 식량을 다 팔고 굶는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눈여겨 볼 점은 현재 북한에서 강냉이와 쌀의 가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인데 이는 그만큼 쌀을 주식으로 하던 주민들이 강냉이를 먹는 수준으로 전락했음을 뜻한다며 한마디로 북한의 중산층들이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소식통들은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 강냉이 가격이 오른데 비해 쌀 가격이 많이 내린 것은 돈 많은 사람들에겐 호재라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대신 강냉이의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식량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또 전반적인 농업인구는 계속 늘고 있는데 식량가격은 다른 생필품 가격을 따라 서지 못하면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생활은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농사를 짓지 않는 서민들은 극심한 생활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