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빈 라덴, 김정은, 그리고 뉴욕'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세계 경제 중심지 미국 뉴욕의 110층짜리 쌍둥이 건물인 세계무역센터가 2001년 9월 11일 순식간에 붕괴돼 잿더미로 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자살특공대원들이 미국 여객기를 납치한 뒤 건물로 돌진해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내고 어마어마한 재산피해를 낸 사건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관영 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접했다는 탈북자처럼 청취자 여러분도 익히 아실 겁니다. 미국의 비극은 북한정권에는 주민선전선동의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을 테니까요.
미국인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가시지 않는 분노는 테러범에 대한 응징으로 응집됐습니다. 미국은 끈질긴 추적 끝에 사건 발생 10년만에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단체 지도자의 말로였습니다. 일명 '9.11 사태'로 불리는 뉴욕테러 참사는 발생한 지 15년이 흘렀어도 매년 희생자를 기리는 식이 거행되고 공항 등에서는 또 다른 테러를 막기 위해 검색을 철저히 하고 있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또 다시 뉴욕을 목표로 한 경고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9.11사태'와는 아예 급이 다릅니다. 대형 건물들을 노리는 게 아니라 뉴욕 전체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800만명이 넘는 뉴욕주민 전체가 몰살한다는 섬뜩한 협박입니다. 이를 결행하려면 웬만한 폭탄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핵폭탄 정도는 동원해야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뉴욕에 대한 테러 가능성 경고는 원자폭탄보다 위력이 센 수소탄(수소폭탄)을 공격 수단으로 명시했습니다.
북한의 핵 과학자는 최근 대외선전용 매체인 '조선의 오늘'에 실명으로 기고한 글에서 "우리(북한)의 수소탄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려 미국의 뉴욕 맨해튼 상공에 떨어진다면 주민 전체가 즉사하고 온 도시가 잿더미로 되고 만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 과학자는 "구 소련이 시험한 수소탄이 100km 밖에서도 3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열을 발생시키고 후폭풍이 1천km 떨어져 있는 건물의 유리창을 깰 정도였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수소탄 위력은 그 정도에 비할 바 없이 크다"고 호기를 부렸습니다.
한 과학자의 주장이지만, 사안의 휘발성을 고려하면 노동당의 재가 또는 묵인 없이 이런 글이 공개될 리 만무하니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뉴욕을 핵폭탄으로 공격한다면 '9.11 사태'보다 수백 배 많은 희생자와 재산 피해를 낼 것입니다. 미국 비확산연구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북한을 계속 방치하다간 언젠가 핵 무장한 북한이 자국민과 이웃을 위협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북한을 웃음거리로만 여기선 안 된다는 당부입니다.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으로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에 실질적인 해를 끼치기 위해 능력향상에 매진하고 있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북한의 핵폭탄이 잠재적인 대형 위협요소란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유엔대북제재와 함께 개별 국가의 독자 대북제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에 대한 수소탄 공격 운운하는 것은 뒷감당엔 관심 없다는 식의 무모한 언급으로 풀이됩니다.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의 뉴욕 테러 감행은 세계 경제의 심장부를 노린 것입니다. 반면 북한의 수소탄 공격 운운은 경제적 측면뿐이 아닙니다. 뉴욕은 수 차례 대북제재를 결의한 유엔의 보금자리이고 각국 정상들이 국제사회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세계 정치 무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뉴욕 수소탄 공격'을 입에 담는 것은 그 파장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확대 해석될 소지가 있습니다. 자그마하고 가난하며 고립된 북한이 핵폭탄을 무기 삼아 전세계 대다수 나라를 상대로 겨뤄보겠다는 투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탄두 실전 배치, 핵탄두 모형 공개, 탄도 미사일 훈련 지도 등 연일 핵 위협 발언을 숨가쁘게 쏟아내고 있습니다. 진정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처럼 섶을 지고 이글거리는 불구덩이로 들어가려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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