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김정일에 하이킥'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백두산은 북한주민뿐 아니라 남한 사람들에게도 '민족의 영산'으로 불립니다. 해발 2천744m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의 천지의 물은 쉼 없이 아래로 흘러내립니다. 동으로는 두만강, 서로는 압록강을 이루며 도도하게 하류로 향합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백두산 천지만이 아닙니다. 자연의 이치입니다.
좋은 것을 추구하고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힘으로 막는다고 무한정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북한 정권이 쇄국정책을 고집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기본적 욕구를 언제까지 틀어막을 수 있겠습니까? 외부를 보지 못하도록 담장을 아무리 높이 쌓아도 바늘구멍 같은 작은 틈새로라도 바깥세상을 내다보려는 주민의 열망을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북한 주민은 남한의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내리누르기만 하는 정권과 꽉 막힌 체제에서 조금이라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겠지요. 한국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는 바로 다음날 중국의 장마당에 DVD로 나온다고 합니다.
이 DVD가 장사꾼들에 의해 북한으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해서 남한의 드라마가 방영된 지 불과 며칠 만에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간접적으로나마 남한을 방문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생소했던 연기자들의 말투, 의상, 무대장치 등도 점차 익숙해집니다.
소위 성분이 좋은 사람들만 사는 평양에서도 외부의 물결은 여지없이 흘러들어갑니다. 남한의 드라마는 물론이고 미국의 인기 드라마를 즐기는 평양시민도 있습니다. 북한에 약 2년간 주재한 유럽의 한 외교관이 최근 탈북자를 돕는 인권단체 '크로싱 보더스' 관계자에 전한 바로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DVD를 구해 보는 가정주부들도 있습니다.
북한의 가정주부들은 드라마의 열혈 팬입니다. 남한과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김정일 정권에 대대로 흔들리지 않는 충성을 맹세한 평양 시민이라고 해도, 보고 싶은 드라마라면 남한산이든 미국산이든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에게 다가갑니다. 드라마는 평범한 주민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이 긴장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북한 사회에 남한의 생활풍습과 문화가 스며들지 않도록 해야 할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들까지 남한 드라마의 광적인 팬이 됐으니 말입니다.
보위부의 한 간부는 이동형 저장 장치인 USB에 남한 드라마를 저장한 뒤 틈나는 대로 보다가 적발돼 쥐도 새로 모르게 끌려갔다고 합니다. 간첩 잡는 반탐부서 간부가 남한의 드라마를 즐겼다는 사실에 북한 당국은 무척 당혹해했을 겁니다. 당성이 강한 반탐부서 간부라 할지라도 남한 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마냥 제어할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걸리면 패가망신할 수 있는 데도 말입니다.
드라마 인기는 어른에게 국한되지 않습니다. 북한 청소년들도 드라마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남한의 청소년들이 인기 드라마와 인기 연예인들에 환호하듯 북한 청소년들도 남한 드라마에서 활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청소년들은 남한의 또래들이 관심 쏟는 일에 흥미를 갖습니다. 남한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과 '거침없이 하이킥' 등 하이킥 시리즈는 북한 청소년들이 일일이 DVD를 살 수 없어 돌려가며 본다고 합니다.
북한 청소년들이 남한 드라마에 푹 빠진 것을 철모르는 아이들의 한 때 행동으로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닙니다. 북한 청소년들은 북한을 짊어질 기둥입니다. 영원한 쇄국이냐, 아니면 개방이냐를 가를 미래의 중추 세력입니다. 이들이 청소년 시기에 남한 드라마를 보고 웃으며 공감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에는 독이 될지 몰라도,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는 보약이 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남한 드라마의 북한 유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이 적으로 상정한 남한과 미국의 드라마가 북한에서 인기 상한가를 달린다면 사상교육이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김씨 일가의 그릇된 사상교육은 더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남북한의 경제력 차이만 보아도 금세 판명되지 않습니까? 남한의 드라마가 북한 청소년에게까지 인기몰이를 하는 판국에 주체사상이 무슨 효험이 있겠습니까? 이를 많은 북한 주민이 알고 있는데, 유독 김정일 정권만 모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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