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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 밖에서 일어나지만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박봉현의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그레이엄 부자의 북한사랑’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세계적 복음전도사인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북한을 두 차례 방문했습니다. 그레이엄 목사는 1992년 첫 번째 방북 때 당시 김일성 주석에게 북미 간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메시지와 함께 성경을 선사했습니다. 김 주석은 그레이엄 목사에게 “북한을 이해한 첫 미국인”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레이엄 목사는 북한 핵 문제로 미국과 북한이 무력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4년 1월 다시 평양을 찾았습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했습니다.
그레이엄 목사는 김 주석의 비밀 메시지를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어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김 주석과의 담판으로 북핵 1차 위기가 일단 해소됐습니다.
이처럼 1990년대에 북한이 핵을 움켜쥐고 꿈적 않고 있을 때 그레이엄 목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비상사태를 수습하려고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게 하려는 그레이엄 목사의 노력은 그 아들에게로 이어졌습니다.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이며 기독교구호기관인 ‘사마리탄스 퍼스’(Samaritan’s Purse) 대표인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북한주민을 도우려고 2000년 처음 평양에 갔습니다.
‘사마리탄스 퍼스’는 북한에 의약품을 비롯한 기초생활품을 지원했습니다. ‘사마리탄스 퍼스’는 2007년 북한에 대홍수가 발생하자 의약품과 긴급 구호품 830만 달러 어치를 대형비행기 보잉 747 전세기에 실어 보냈습니다.
‘사마리탄스 퍼스’가 지금까지 북한에 지원한 물품의 규모가 1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프랭클린 목사는 삶이 고단한 북한주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정작 북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한켠에서나마 대신하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목사는 2008년 7월 나흘간 북한을 방문해 북한 최고위급 지도자들과 만나 화해를 역설했습니다. 그는 “나는 여기에 정치인이나 외교관 자격으로 온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사자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클린 목사는 평양 봉수교회에서 신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봉수교회에서 설교한 미국인 목사는 그레이엄 부자뿐입니다.
그레이엄 부자는 북한주민이 종교의 자유를 누리도록 몸과 마음으로 간절히 구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요지부동입니다. 종교의 자유를 체제를 위협하는 아편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목사는 ‘사마리탄스 퍼스’가 지원하는 사리원의 병원을 방문해 전력사업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비정부기구들의 대북식량 지원사업 현장도 둘러보았습니다.
프랭클린 목사는 북한의 종교 자유와 외부 지원단체에 대한 북한 당국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지원물품이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분배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더 많은 외부 지원단체들이 북한주민을 돕는 일에 동참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프랭클린 목사가 투명한 분배를 강조한 이유는 더 많은 단체들이 지원에 나서 결국 북한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도통 들은 척을 하지 않습니다. 분배를 투명하게 해 대북 지원단체들의 활동을 측면지원하기보다는 비효율적인 제약을 가해 이들의 운신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목사는 또 “나의 기도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며,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을 서약한다”고 다짐했습니다.
프랭클린 목사가 며칠 전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평양에 도착한 그는 “미북 사이의 더 좋은 관계를 위한 다리의 역할을 하기 위해 북한에 왔다”고 했습니다.
프랭클린 목사는 미북관계를 개선하고 핵 문제를 푸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민간인 신분으로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 협상에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대화로 핵위기를 타개하려는 국제사회를 애태우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위험하다며 그토록 만류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핵을 안고 갈 심산인가 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