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망대] 신종플루 안전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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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 밖에서 일어나지만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박봉현의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신종플루 안전지대'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중미 멕시코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플루로 온 세상이 난리입니다.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해 11월 5일 현재 사망자가 6천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42명이 숨졌습니다. 미국의 사망자는 어린이 114명을 포함해 1천 명이 넘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감염자가 10만 명을 초과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3천여 명이 감염되고 14명이 숨졌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5만5천 명이 감염돼 67명이 사망했습니다. 중국은 약 5만 명의 감염자가 나와 이 가운데 7명만 사망했습니다. 일본의 사망자는 46명이고 추가 사망자가 속출할 것입니다.

이란에선 22명이 숨졌고 터키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북한과 함께 신종플루 안전지역으로 꼽히던 몽골도 무너졌습니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망자가 쏟아지자 각국 정부는 예방과 치료책 마련에 전전긍긍합니다.

남한정부는 신종플루 전염병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감염을 우려해 아예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는 신종플루의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생산을 늘려 연말까지 1억2천 만 명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캐나다에서는 전 국민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합니다. 캐나다 의회도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는 수백만 명의 순례자들의 이동으로 신종플루가 확산할 것을 우려해 순례자들을 돕는 수십만 명의 근로자들에게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일본은 1만 4천여 학교를 일시폐쇄 조치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국의 모든 교육기관에 1주일간 휴교령을 내리고 세계보건기구에 신종플루 대응팀을 파견했습니다.

이처럼 지구촌에서 신종플루 안전지대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직 도 사망자는 고사하고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한 정부의 발표를 들으니 그렇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문제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신종플루가 전혀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북한 당국은 비행장, 무역항, 국경초소 등 외국과의 교류가 있는 곳에서 검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주민들에게 '손 씻기'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눈만 뜨면 증가하는 환자 수를 보면 북한의 조치가 하등 이상할 게 없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의당 그래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연말께 신종플루 백신을 북한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종플루에 관한 북한의 '긍정적인 소식'을 듣는 사람들은 왠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만일 북한에 신종플루 감염자가 생기더라도 북한 당국이 이를 있는 그대로 밝힐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의구심에서입니다. 진짜 감염자가 있더라도 북한주민들이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점이 신종플루 감염 자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염병이 돌면 북한 의사들이 동네를 직접 돌면서 상태를 점검한다고 합니다. 아픈 이들을 돌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헌데 여기에서 북한의 잘 짜인 주민통제체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요즘엔 신종플루 감염자가 없다는 게 오히려 이례적입니다. 북한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면 전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나옵니다. 세계화가 신종플루의 확산을 가속한 사실을 고려하면 신종플루가 들어가지 못하는 북한은 그만큼 세상과 담을 높이 쌓고 산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신종플루를 막아내는 대단한 사회입니다. 동시에 신종플루 마저 파고들어가지 못하는 독특한 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