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체제안정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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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체제안정 바란다면...’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요즘 북한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과 한국은 김정은 체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김정은이 새로운 인물이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김정은의 태도를 유의 깊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세계 언론도 올해 김정은의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김정은을 ‘올해 주목할 인물 100명’ 명단에 올렸습니다. ‘더 타임스’는 김정은이 세계에서 가장 어린 독재자로 핵무기를 통제하고 있으며 굶주리고 고립된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타임스’는 이어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하고 이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줄곧 초미의 관심사로 자리한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에 대해선 일단 ‘안정적’이란 견해가 우세합니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막내아들인데도 장남과 차남을 제치고 권력을 승계한 점은 지도력을 인정받은 것이고, 김정일 장례식 때 북한 권력 핵심인물들이 김정은과 함께 영구차 양 옆을 호위한 것은 김정은 주위에 권력이 모였음을 입증하므로 체제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불거져 심각한 갈등양상을 빚고 나아가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수년 내 체제가 붕괴해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경고도 있습니다. 북한 정권 붕괴로 탈북자가 쏟아져 나오고 핵무기를 적절히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겁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북한의 고위간부가 정부를 대표해 AP통신과 회견을 하고 김정은이 사망한 아버지의 의중을 꿰뚫고 있으며 이미 수년 전부터 아버지 곁에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고위간부는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역할수행에 결함이 없으니 국제사회의 우려는 가당치 않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외부세계에는 의연한 척하지만, 물에 뜬 오리처럼 보이지 않는 물밑으로는 김정은 띄우기에 분주합니다. 지난해 자강도의 용림댐이 조기 완공된 데는 김정은의 탁월한 지도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김일성 대학 홈페이지에 오른 논문은 김정은이 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재능과 담력을 보여주었으며 고결한 품격을 지닌 위인이라고 칭송했습니다. 김정은이 연륜이 짧다는 약점을 덮기 위해 소위 ‘준비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김정은은 북한 정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나이 많은 인사들을 견제할 심산으로 ‘젊은 피 수혈’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는 청년의 역할을 강조하고 높이 세우는 프로그램을 자주 방송합니다. 김정은은 청년들 사이에서 ‘청년 대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을 앞세워 세대교체를 이루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려는 포석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뿌리를 내렸다고 단언하기엔 이르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체제에 심각한 균열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장남이며 김정은의 이복 형인 김정남이 일본기자와 나눈 것으로 알려진 전자메일 대화에서 3대 세습을 통렬하게 비난한 사실이 앞으로 북한 체제 안정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더라도, 당장 김정은과 견줄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김정은으로선 맏형 격인 중국의 지원이 든든하고 북한 내부에서 별다른 항거의 조짐이 없어 체제 안정을 자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당과 군 실세들을 대동하고 평양의 4.25문화회관에 들러 느긋하게 음악 무용 종합공연을 즐겼습니다. ‘영원토록 최고사령관을 받들라’는 주제의 공연에 흡족해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과 아버지를 찬양하는 공연을 보고 “아, 이게 바로 주민들의 진심이구나” 했을 겁니다.

주민의 진심은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습니다. 북한주민은 외부세계로부터 거의 차단된 채 수십 년을 살아왔습니다. 북한 정권은 민심을 헤아리는 일을 수십 년째 외면해왔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는 중국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북한 군부와 당의 지지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얻었다 해서 찬양 일색으로 꾸며진 음악공연에 가슴 뭉클해할 상황은 아닙니다.

진정한 체제 안정은 주민의 진심 어린 지지에 달려 있습니다. 헐벗고 굶주리는 주민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고통을 덜어주어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게 체제 안정으로 가는 바른길입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독재 배우기에 급급한 김정은은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 듯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