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핵을 포기하면'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마침내 1월 16일 해제됐습니다. 이란이 지난해 7월 도출된 최종합의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제재를 푼 겁니다. 중동은 물론이고 지구촌이 좀 더 안전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핵 개발로 주목 받던 이란과 북한 가운데 이란은 ‘안전지대’로 서서히 변신 중인데 북한은 여전히 위험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란은 핵개발을 봉인한 반면 북한은 ‘핵개발 경연대회’ 참가자인양 보다 강력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이 백해무익하다는 국제사회의 간곡한 권고에 귀를 막은 북한은 제동장치 없는 열차처럼 질주 본능을 과시하듯 달립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도 국제사회는 대화와 타협 원칙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대북제재도 어떻게든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나오길 바라는 데서 취해지는 겁니다. 김정은 정권은 ‘허튼소리’라며 핏대를 올리지만, 국제사회는 대 이란제재 해제가 북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를 반복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얼마나 큰 이득을 볼 수 있는가 말입니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은 나라 예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한국과의 긴장관계가 해소되면서 상호 합의하에 군비를 점차 줄일 수 있습니다. 군비를 줄였다가 미국이 공격해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될 겁니다. 그리고 나라 금고가 빈약해 온갖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갹출해 충당하며 빈축을 사는 치사한 일은 그만해도 됩니다.
핵을 포기하면, 북한이 야심 차게 추진하려는 경제특구 개발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현재 개성과 나선 특구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강산이나 황금평 위화도 특구는 지지부진합니다. 게다가 지난해 발표한 13개 특구 개발도 ‘그런 계획이 있었나’ 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외국자본을 들여와야 하는데, 한 손에 핵무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니 어느 누가 선뜻 돈 보따리를 들고 들어가겠습니까? 하지만, 한 손에 든 핵무기를 내려놓으면 상황은 달라질 겁니다.
핵을 포기하면, 남북한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로 연결되는 대륙횡단철도가 놓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이 거둘 경제적 이득은 엄청날 겁니다. 경제교류는 물론 이동인구를 대상으로 한 북한 내 관광 개발과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핵을 포기하면, 이란처럼 제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외국과 당당하게 무역할 수 있습니다. 외화벌이 기회가 늘고, 위조지폐를 뿌리거나 마약을 팔아 쓰게 된 불량국가의 오명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핵을 포기하면, 나라 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고, 더불어 해외노동자 착취구조를 바로 잡으면 주민의 생활도 개선될 겁니다. 살림이 피면 주민들의 불만은 줄고 정권에 대한 지지는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강제와 탄압을 통해 끌어낸 ‘마지못한 충성’ 대신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이 조금씩 싹틀 겁니다. 김정은을 우상화하느라 세 살 때 총을 쏘았다는 식의 만화 같은 내용을 더는 꾸며내지 않아도 됩니다.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는 북한을 도와줄 겁니다. 개발할 곳이 도처에 있고 값싸고 능력 있는 인적자원이 풍부한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자신들에도 득이 되는 일이니 관심을 보일 겁니다. 아니, 여건이 마련되기라도 하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 겁니다.
북한의 일부 특권층과 주민은 핵개발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특권층은 김정은 정권에 붙은 수혜자이고 일부 주민은 언론자유 없는 북한의 선전선동으로 그리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핵개발과 제재로 이어지는 불안정한 상황이 먹고 사는 것을 더 힘들게 한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대다수 주민과 국제사회의 바람을 김정은 정권이 받아들이는 날, 북한은 단단한 고치를 뚫고 밖으로 나온 나방처럼 어엿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