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당 세포비서대회'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식스 팩’(Six Pack)이란 말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입니다. 우리 몸의 배 부위에 한자 ‘왕’ 자 모양으로 근육 6개가 균등하게 잘 발달한 것을 뜻합니다. ‘식스 팩’은 건강미를 상징합니다. ‘식스 팩’을 갖춘 사람은 상체뿐 아니라 당연히 하체도 튼튼합니다. 만일 상체에 ‘식스 팩’이 있는 사람이 하체가 부실해 뛰거나 공놀이를 못 한다면 웃음거리, 아니 뉴스거리가 될 겁니다. 단 한 번도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상체 운동으로 그토록 힘든 ‘식스 팩’을 만들 정도의 열정이 있는 사람이 하체 관리에 소홀할 리 없습니다. 상체와 하체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한몸인 까닭입니다.
우리 몸에 균형이 중요하듯, 나라의 조직에서도 균형이 긴요합니다. 나라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구성된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상부 조직은 ‘식스 팩’처럼 튼튼한데 하부 조직이 엉성하면 약한 충격에도 쉽게 주저앉게 됩니다. 상부 조직과 하부 조직이 튼실하고 서로 이끌고 밀어주어야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는 법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이 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이를 파악하기 시작한 듯합니다. 김 제1비서가 1월 29일, 5년 만에 열린 제4차 노동당 세포비서대회 둘째 날 한 연설에서 이런 부분이 엿보입니다. 김 제1비서는 당 내 관료주의와 세도가의 권력 남용이 당의 기간을 흔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세도와 관료주의를 “사회주의 화원에 돋아난 독초”로 비유하면서 이 독초를 “벌초만 할 것이 아니라 뿌리 채 뽑아버리기로” 했습니다. 북한을 움직이는 핵심축인 노동당 내에 관료주의와 세도가의 횡포가 만연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잘못을 인정한 점은 일단 긍정적입니다.
김 제1비서는 또한 “지금 적지 않은 당 세포들에서는 당의 방침과 지시를 전달이나 하고 그것을 관철하자고 호소나 하는 식으로 사업”하고 있다면서 이런 자세로는 주민의 생활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100번 지당한 말입니다.
상부에서 시키면 마지못해 하는 흉내만 내는 조직 문화는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조직을 망가뜨립니다. 동기부여가 약한 전체주의 북한에서는 당내 개체 세포들이 열심히 한다 해도 그 효율성이 자유민주사회보다 처지게 마련인데, 설상가상 형식주의마저 팽배해 있다면 북한의 당과 나라의 장래는 어둡습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한 꽃이라도 물을 주지 않아 뿌리가 마르면 시들어 이내 죽고 맙니다.
그리고 김 제1비서는 30일 세포비서대회 마지막 날 폐회사에서 “대회 참가자들과 전당의 세포비서들은 이번 당세포대회의 정신을 심장 깊이 새기고 당 세포 사업에 철저히 구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의 머리와 몸통, 그리고 뿌리가 모두 강건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당과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발본색원하느냐는 것입니다. 김 제1비서는 세포비서의 날을 제대로 운영하고, 세포비서들을 위한 강습과 경험 토론회를 조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과 사회를 바로 잡으려는 실천방안입니다. 그리고 추가 조치를 마련할 태셉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에 100점 만점에 50점을 주겠지만, 실현방책에서는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권력이 점차 공고화하면서 노동당 중앙부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뿌리 조직인 당 세포는 민심에 민감합니다. 민심은 올곧은 지도자를 원하고, 먹고 살만한 나라를 바랍니다. 이것이 민심의 두 축입니다. 나이 어린 김 제1비서가 고도의 지속적인 우상화 작업으로 겉으로는 인정을 받는다 해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도루묵이 됩니다. 중앙당에서 고압적으로 당 세포를 내리누르거나 다그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당의 기강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은 북한주민이 지금처럼 생활고에서 허우적대도록 내버려두어선 불가능합니다. 당 세포 사업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생활이 나아진다면, 중앙당에서 딱히 지침을 내리거나 호통을 칠 필요도 없습니다. 당에서 “좀 쉬면서 하라”고 말리더라도, 주민은 더 잘살게 해 주는 당 세포 사업에 온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