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충성경쟁'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희망찬 계획을 세우고 소망이 이뤄지도록 간절히 기원하며 부단히 노력합니다. 특히 나라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면 국민은 큰 기대를 겁니다. 먹고 사는 걱정을 덜게 하고 흥겨운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북한은 2012년 새해와 함께 새 지도자를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북한이 그토록 외쳐 온 강성대국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 터진 해이고 김정은 체제가 돛을 올린 해입니다.
그래서 올해 북한주민들은 여느 해와 달리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그러나 큰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는 말처럼 북한주민들의 바람은 새해 한 달이 막 지났는데 벌써 깨져나가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새해에 세운 계획과 희망을 실현하도록 정부가 도와주어야 하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는커녕 허무맹랑한 우상화와 지나친 노력동원에 심신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북한정부는 연일 김정은 띄우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김정은이 외모와 인품에서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을 꼭 빼 닮았다고 선전합니다. 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행보를 따라 하도록 해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륜을 희석하려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을 하늘이 내리신 진정한 영웅이며 위대한 지도자로 포장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북한당국의 무리한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불만을 집단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표출할 통로가 없지만, 허구적인 김정은 띄우기는 민심과 완전히 겉돌고 있습니다. "하늘이 낸 위인인데 나이가 무슨 상관 있냐"는 주민들의 반응이 차가운 민심을 잘 드러냅니다.
이처럼 김씨 일가 우상화에 마음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만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우상화에 대한 간부들의 충성경쟁이 어렵사리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안긴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북한에서 김정일 전 위원장을 우상화하기 위해 동상과 영생탑을 만든다고 합니다. 김 전 주석의 100회 생일인 4월 15일까지 김 전 위원장의 동상을 완공하기 위해 이미 돌격대를 조직하고 동원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동상이나 영생탑 건설로 개인이 세 부담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급당에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김 전 주석의 영생탑을 건설할 때도 결국 주민에게 부담이 돌아갔습니다. 북한주민은 가정당 옥수수 5kg씩 바쳤다고 전했습니다. 영생탑을 세울 때는 일반 시멘트보다 3배나 비싼 고강도 시멘트를 쓰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듭니다. '정부의 곳간'이 빈약한 북한당국이 이번에도 가난한 주민들을 쥐어짤 게 분명하다고 걱정들입니다. 중앙당 간부들은 당 지도부에서 내린 영생탑 건설 계획을 거부할 수 없고 지방의 간부들은 중앙에서 하달된 지시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부들의 목숨 건 충성경쟁에 등골이 휘는 것은 힘없는 주민들뿐입니다.
북한 당국은 김 전 위원장의 유훈을 따라 김정은을 떠받들기 위한 '충성의 돌격대'를 조직하고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세차고 몰아대고 있습니다. 충성의 돌격대는 소위 '충성의 100일 전투'에 돌입했습니다. 새해 1월 초부터 4월15일까지 100일 동안 목표초과 달성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일감이 있는 직장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보통 12시간 넘게 일합니다. 일거리가 없는 직장에서는 비료로 쓰일 거름 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할당량이 많아 도저히 물리적으로 충족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장마당에서 돈을 주고 거름을 사서 바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겁니다. 졸라맨 허리띠를 다시 한 번 더 질끈 졸라매야 합니다.
김정은 우상화는 주민들에게 재정 부담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김정은을 '건설의 영재'라고 추켜세운 북한당국은 자강도 청천강 상류에 있는 희천발전소의 용림언제(댐)이 일정보다 앞당겨 완공단계에 이른 것을 김정은의 지도력 덕으로 돌렸습니다. 안전문제는 뒷전이고 무조건 올해 안에 마무리하라는 재촉에 속도전을 벌인 결과입니다.
북한 당국은 댐이 부실하므로 공사를 차근차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간부들은 자칫 김정은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뿐, 부실공사로 주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2007년 양강도 압록강에 세워진 삼수발전소가 날림공사로 댐이 터졌습니다. 당국은 김정일에게서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 학생들까지 불러모아 황급히 땜질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엉터리 공사로 쌓아 올린 댐은 언제 어디서든 대규모 인명, 재산피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의 간부들은 오로지 김정은의 마음을 얻으려는 충성경쟁에만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하기야 1990년대 중반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어 죽는 것을 보고도 김씨 일가에 대한 아첨으로 체제 유지에만 급급한 이들에게, 댐이 무너져 수십, 수백 명이 죽어나가고 수천 명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는다 한들 무슨 대수겠습니까.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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