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평창, 마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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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소치, 평창, 마식령'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러시아의 소치, 남한의 평창, 북한의 마식령은 겨울스포츠 하기에 좋은 곳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소치는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지이고, 평창은 4년 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이며 마식령은 북한의 대표적인 스키장이지만 동계올림픽 개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선수와 임원은 물론이고 고국에서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가족, 친지, 그리고 일반 관중은 손에 땀을 쥡니다. 1924년부터 4년마다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동장군’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순수한 도전입니다.

하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은 동계올림픽 개최에 엄청난 공을 들입니다. 경제적 효과와 함께 국가 이미지 제고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동계올림픽을 열려면 일단 춥고 눈도 많이 와야 하고 개최할 만한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날씨가 춥고 경제력이 탄탄한 유럽과 북아메리카 국가가 주로 개최했습니다.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국과 개최 건수는 미국이 네 번, 프랑스 세 번, 스위스, 캐나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일본이 각각 두 번, 도이췰란드와 유고슬라비아, 러시아가 한 번씩입니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북한보다 북반구에 있으며, 겨울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고 사회와 정부의 지원도 후해 ‘꿈나무’들이 대거 배출됩니다.

그런데 일본은 북한보다 춥지 않습니다. 영토의 대부분이 북한보다 남쪽에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1972년(삿포로)과 1998년(나가노) 두 차례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북한은 자신보다 덜 추운 일본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됐지만, 일본은 선진국이고 북한과는 민족이 다르니 크게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족과 언어가 같고 오랜 세월 팽팽한 긴장상태를 지속해 온 남한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이번 소치 올림픽이 끝나면, 4년 뒤 남한 강원도의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처음 열립니다. 평창이 개최지로 결정된 순간, 남한과 60여 년 간 피 말리는 체제 경쟁을 해 온 북한으로선 이런 현실을 감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남한의 동계올림픽 개최 발표는 북한엔 머리가 핑 도는 강 펀치였습니다.

겨울 스포츠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남한의 겨울 평균 기온은 영상 2도입니다. 반면, 북한의 평균기온은 영하 6도 안팎으로 남한보다 훨씬 낮습니다. 눈도 많이 오고, 물도 자주 업니다. 겨울 스포츠를 하기엔 제격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영예는 남한에 돌아갔습니다. 올림픽위원회가 남한 평창을 개최지로 선정한 것은 남한이 민주주의 사회여서가 아닙니다. 동계올림픽은 정치 체제와 무관합니다. 북한도 개최할 능력이 되면 얼마든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개최할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으면 될 일입니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선수촌을 건설해야 하고, 국제기준에 맞는 경기장과 제반 시설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북한이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력이 달리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먹고 살 만해야 스포츠에도 관심을 쏟을 텐데, 북한은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닙니다. 유리한 자연환경을 살릴 형편이 못 됩니다.

설상가상, 북한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예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 자격을 따낸 선수가 한 명도 없었으니 도리가 없었겠지요. 북한은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회를 시작으로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대회까지 8번 출전했으나 이번 소치 대회 예선에서는 전멸했습니다. 6개 종목에 선수 71명, 임원 49명 등 120명이 참가하는 남한이 미안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북한에 동계올림픽 개최는 눈앞의 과제가 아닙니다. 선수를 양성해 출전권을 획득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2018년 남한 강원도의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출전했으면 합니다. 남북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국제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던질 겁니다. 분단 시절 동서도이췰란드가 따로 출전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남북한이 하나 되면 좋겠다는 공감이 서서히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엔 아니더라도 시간이 흘러 2026년에는 북한 강원도의 마식령에서도 동계올림픽이 펼쳐졌으면 합니다. 그럴 능력을 꼭 갖추었으면 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