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위험한 생명 줄'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탯줄은 ‘생명 줄’입니다.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생명을 유지해주는 유일한 줄입니다. 하지만,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 탯줄은 잘립니다. 더는 생명 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깜깜한 어머니 뱃속에서는 없어선 안 될 줄이었지만, 빛을 본 아기에게 탯줄은 더는 필요 없는 줄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생명을 지켜주었다고 해서 세상에 나온 뒤에도 계속해 탯줄을 몸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지구촌 50억 인구 중 한 명도 없습니다. 거추장스러울 뿐 아니라, 옷 속에 잘 감추고 다닌다 해도 대중목욕탕에 갔을 때 정신병자로 인식될 겁니다.
생명 줄이라고 여겨 질질 끌고 다니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군대의 특수부대원들이 국가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은밀하게 투입되는 때가 있습니다. 야밤에 수송기에서 뛰어내린 특수부대원들은 오로지 낙하산 줄을 잡고 하강합니다. 만일 줄이 끊어지면 그대로 수직 낙하해 즉사하고 맙니다.
낙하산 줄은 특수부대원들에겐 생명 줄입니다. 적진 투입에 성공한 특수부대원은 즉각 낙하산을 접어 적이 찾지 못하도록 숨겨야 합니다. 낙하산 줄이 고맙다고 계속 끌고 다니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금방 적에게 들켜 체포되거나 사살될 겁니다. 낙하산 줄은 더는 생명 줄이 아니라 ‘사망 줄’인 셈이죠. 때 지난 생명 줄은 이처럼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생명 줄을 떼어내야 할 때엔 과감히 결행해야 합니다.
북한은 아직도 핵무기를 생명 줄인 양 꽉 잡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나라가 “이젠 그만 놓을 때”라고 간곡하게 당부하는데도 붙들고 있습니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어린이가 엄마 손을 놓지 않듯이 말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세상을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도 하는데 왜 우리만 갖고 야단이냐”고 항변하지만, 세상이 북한의 핵개발을 걱정하는 것은 북한의 폐쇄성과 지속적인 도발 행위 때문입니다.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지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신용도는 이미 파산상태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이 어떤 식으로든 세계 평화를 해칠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김씨 일가의 권력 세습에는 생명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개발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구한다는 핑계로 진행됐습니다. 생활고로 멀어지는 민심을 다독이고, 규합해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세습하는 데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핵개발로 국제사회를 위협해, 갈취하다시피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릅니다. 핵개발로 ‘몸값’을 높여 일정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핵개발은 불안만 가중시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위험한 존재임을 각인시킬 뿐입니다. 북한이 적으로 설정한 남한과 미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의 맹방인 중국도 핵 개발에 짜증을 냅니다. 핵개발에 목메는 북한에 중국이 지원을 중단하는 강수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도 커졌습니다.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중국과의 우정에 금이 간 듯합니다. 핵개발로 북한에 돌아갈 것은 따가운 눈총과 ‘지구촌의 이단아’라는 오명뿐입니다.
북한에는 식량난과 땔감부족으로 인한 남벌로 산림이 황폐화해 홍수가 자주 발생합니다. 홍수로 익사 위기에 처했다가 뗏목에 몸을 기대 간신히 빠져 나온 주민이 무거운 뗏목을 버리지 않고 생명 줄이라면서 머리에 이고 집에 갔다면 어떻겠습니까? 뗏목에 짓눌려 걸어오는 이 주민을 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다 살아서 그런지 아직 제정신이 아닌가”하면서 수군댈 겁니다. 감당하기 버거운 핵개발에 집착한 북한을 보는 국제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