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쌍절곤과 방사포'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중국 무술 영화를 보면 가끔 쌍절곤이 나옵니다. 쌍절곤은 길이 약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나무 막대기 두 개를 쇠줄로 연결한 무기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두 손과 두 팔로 쌍절곤을 요리조리 현란하게 움직여 상대를 호쾌하게 제압합니다.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란 쿵후 스타이며 영화배우인 이소룡은 쌍절곤의 일인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무술인입니다. 이소룡은 당대의 화제작인 ‘용쟁호투’ ‘정무문’ ‘맹룡과강’ 등 영화에 출연해 쌍절곤 묘기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이소룡은 쌍절곤 하나로 수십 명을 때려눕혔습니다. 이소룡의 쌍절곤 사용기법은 후대 무술인에겐 모범 사례였습니다.
쌍절곤은 중국 고대 송나라 때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지지만, 지금도 남한에선 쌍절곤으로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쌍절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은 텔레비전에 나와 묘기를 선보이고 박수를 받습니다.
그런데 쌍절곤이 총칼은 아니지만, 언제든 사용하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젊은이들 가운데 쌍절곤을 잘 못 사용해 자기 머리나 몸을 때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웃음거리가 됩니다. 심신을 단련하고 자신을 지키려 배운 쌍절곤으로 제 몸을 상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최근 북한이 다연장로켓인 방사포를 마구 쏘아댔습니다. 이는 남한과 미국, 나아가 국제사회에 대한 무력시위였습니다. 북한은 이를 ‘외침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하지만, 언제든 공격용으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1950년 북한의 한국전 도발을 생각하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방어용이든 공격용이든 무기는 귀한 골동품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특히 방사포와 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다룰 때 신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쌍절곤이나 총은 몇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지만, 방사포를 함부로 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기 때문입니다.
마침 북한이 4일 발사한 300mm 신형방사포가 하늘로 날아가다가 여객기를 맞출 뻔했습니다. 발사지점인 강원도 원산을 떠나 동해 쪽 북동부 공해 상에 떨어진 이 방사포가 비행 도중 민간인 220여 명이 탄 여객기와 ‘꽝’하고 충돌할 뻔했습니다. 이날 오후 4시 17분에 발사된 방사포가 하늘로 치솟았고, 7분 뒤인 4시 24분 여객기가 방사포탄의 궤적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여객기는 일본 나리타에서 중국 선양으로 향하던 중국 여객기였습니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일은 북한이 방사포를 쏘면서 항행 경보를 공지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습니다.
남한 정부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 받은 중국은 화들짝 놀랐을 겁니다. 여객기가 몇 분 빨리 이륙했거나 방사포 발사가 몇 분 지연됐더라면 포탄과 여객기의 불행한 만남이 현실이 됐을 겁니다. 이래서 중국 여객기에 탄 무고한 승객과 승무원들이 물고기 밥이 됐으면 어땠을까요?
중국정부와 중국 사람들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마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할 겁니다. 중국 정부는 정치적 이유에서 어떻게든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려고 애쓰겠지만, 북한의 일련의 도발 행위를 비난해 온 중국 사람들은 분노를 억제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토록 무력 도발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말 안 들어 끝내 중국 사람들까지 죽이다니” 하며 성토할 겁니다.
중국 시민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양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껏 생명 줄처럼 중국을 붙잡고 있는 북한 정권에 치명타가 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안심하며 바다 쪽으로 쏜 방사포탄이 궤도를 벗어나 방향을 틀어 평양 집권층에 되돌아가는 형국입니다. 북한정권은 살상무기를 허투루 휘두르지 말라는 중국과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한 결과를 고스란히 안게 될 겁니다.
이소룡이 영화에서 쌍절곤을 멋지게 다루는 것만 보고, 어설프게 익힌 쌍절곤을 마구 흔들어대다 제 머리에 혹을 낸 사람은 아픈 머리를 감싸고 참으면 됩니다. 하지만, 만일 방사포가 중국 여객기를 격추했다면 북한이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유감을 표명하고 희생자 가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면 없었던 일처럼 말끔하게 마무리될까요?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북한이 말썽을 부려도 겉으로만 혼내는 척해 온 중국도 북한을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만 ‘문제아’로 취급되는 게 아니라, 중국에게도 ‘도저히 가만 놔둘 수 없는 문제아’로 찍힐 겁니다. 무모한 방사포 발사가 도로 물릴 수 없는 무리수가 되는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