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공중에 떠돌 곡물 200만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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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공중에 떠돌 곡물 200만 톤’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청취자 여러분, 미화 8억 달러가 얼마나 큰 돈인지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이 돈이면 톤당 340달러를 내고 중국산 옥수수 235만 톤을 살 수 있습니다. 톤당 600달러 정도 하는 중국산 쌀은 133만 톤이나 구입할 수 있습니다.

혹 북한이 이 돈으로 식량을 사들이면 만성적인 식량난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추정으로는 북한의 연간 식량부족분은 40만 톤입니다. 8억 달러로 모두 쌀을 사면 적어도 3년은 북한의 모든 주민이 끼니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고, 옥수수를 구입하면 약 6년간은 굶는 주민이 없을 겁니다.

8억 달러는 북한정권이 4월 중 발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광명성 3호 로켓 제작 비용으로 추산되는 금액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광명성 3호 개발에 쓴 돈이 기지건설 비용 등을 포함해 7억-8억 5천만 달러일 것으로 밝혔습니다. 옥수수 206만-250만 톤, 쌀 117만-141만 톤을 확보할 수 있는 거금입니다.

그러니 이 돈이 북한 식량문제 해결에 투입된다면 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해소되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사람은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로 존경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정권은 이 돈을 배 곯는 주민들을 위해 쓰지 않고 고스란히 로켓 발사 추진에 쏟아 부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에 불안만 조성하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고픈 백성을 내팽개친 지도자의 명은 길지 않았습니다. 폭압 정치로 어느 정도 끌고 가더라도 결국 오명을 쓰고 부끄러운 역사만을 남겼습니다. 러시아 혁명사를 보면, 구소련의 독재자 스탈린 치하의 1930년대에 8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당시 스탈린은 450만 톤의 식량을 비축하고 있었고 한 해 곡물 100만 톤 이상을 수출하면서도 굶주리는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했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스탈린이지만 이젠 잔악한 독재자로 역사에 기록돼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김정일 치하의 1990년대 중반 수백만 명이 아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주민보다는 체제유지를 우선시하는 기조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대로 광명성3호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김정은의 완고함에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근 폐막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명박 한국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은 북한정권이 지금이라도 로켓 발사 계획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와 협조해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에 힘쓰라고 간곡히 당부하고 있습니다. 광명성3호를 발사하면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받게 돼 있던 식량지원이 수포로 돌아가고 주민의 고통은 더 커질 겁니다. 그래도 북한정권은 들은 척 만척합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따른 불장난에 국제사회가 들끓어도 북한 편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샀던 중국마저도 북한의 로켓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고, 민생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제 북한의 우방들도 로켓 발사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민생을 도외시한 정권이나 나라가 안정적으로 오래갈 수 없다는 역사의 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긋지긋한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북한주민의 기대수명이 남한주민보다 10살 이상 낮다는 한 연구보고서 내용은, 북한정권이 선군정치의 껍질을 벗고 하루속히 민생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을 말해줍니다.

고대 중국의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요순시대와 관련해 전해오는 일화에 “임금은… 굶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끼니를 걸렀고…”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수많은 주민이 굶는데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로켓을 개발하는 북한의 지도자가 이 글귀를 읽게 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