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시험할 4차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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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인내심 시험할 4차 핵실험'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격렬한 축구 경기에서는 몸과 몸이 부딪히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반칙을 하게 됩니다. 웬만해선 반칙을 범한 선수에게 특별한 징계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칙의 강도가 심하고 운동선수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심판은 주머니에서 옐로카드, 즉 노란색 종이를 꺼내 보이면서 경고합니다. 그리고 심판은 반칙한 선수의 등 번호를 수첩에 적습니다.

만일 이 선수가 또다시 옐로카드를 받을 만한 심한 반칙을 하면 그땐 레드카드, 즉 빨간 종이를 꺼냅니다. 이는 경고가 아니라 퇴장을 의미합니다. 중대한 반칙을 두 번 하면 더는 경기장에서 계속 뛸 수 없습니다. 선수는 선수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에서입니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과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보는 시청자들은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퇴장 당하는 선수에 야유를 보냅니다.

북한에선 비교적 생소한 야구경기는 축구보다 규정이 더 복잡합니다. 일례로, 공을 던지는 투수와 이를 나무 방망이로 때리는 타자 사이에는 명확한 약속이 있습니다. 투수가 타자에게 치기 좋은 구역으로 공을 세 번 던질 때까지 타자는 이 공을 멀리 쳐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방망이만 허공에 휘둘러대고 세 번 다 공을 치지 못하면 타석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세 번이면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 충분한 기회를 주었는데 공을 치지 못했으니 더는 타석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세 번을 허공에 휘두른 타자에게 네 번째 기회는 없습니다. 세 번 모두 허탕을 친 타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물러나고, 관중은 이 타자를 향해 평소에 성실하게 기량을 쌓으라고 주문합니다.

비단 운동경기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기회는 무한정 주어지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내기를 할 때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이나 북한이나 한민족은 정이 많아 한 번 진 상대에게 재기할 기회를 줍니다. 그래서 세 번까지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진 사람이 한 번 더 하자고 떼를 쓰면 그건 밉상입니다. 자꾸 그러면 우정에도 금이 갑니다. 친구와 이웃에게서 따돌림을 당합니다.

규정도 규범도 이웃의 따돌림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경계할 대상이 있습니다. 북한 정권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만류하는 핵실험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그러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닷새 만에 이를 규탄하고 대북제재 이행과 제재위원회 구성을 결정한 결의 1718호를 채택했습니다. 핵실험에 대한 첫 공식 경고였습니다. 그러면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을 바랐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유엔 결의를 무시한 채 2009년 5월 25일 막무가내로 2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유엔은 약 보름 뒤 북한의 도발을 더 강력히 비난하면서 강경한 제재를 담은 결의 1874호를 채택했습니다. 두 번째 경고였습니다. 반복되는 핵실험을 좌시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결연함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세상에 보란 듯 3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이미 1,2차 핵실험으로 유엔이 두 차례 제재 결의를 공표했는데도 조금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축구 선수라면 이미 명예롭지 못하게 퇴장 당했을 것이고, 야구 선수라면 타석에서 물러났을 텐데, 북한은 도발을 정당화하려고 장광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당연히 유엔은 3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는 결의 2094호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의 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지구촌의 안정에도 심각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라는 공통인식이 확고부동해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한 술 더 떠, 4차 핵실험도 불사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지난 3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이 구두 성명 형식으로 규탄하자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고를 무시한 채 위협과 도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참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포기하는 것만이 북한이 살고,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이 안정되는 길이라고 북한 정권을 설득합니다. 국제사회는 손을 내밀고 북한이 잡아주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이나 남한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도 무한정 지속하긴 어렵습니다. 북한이 세상을 위협하는 행위를 거듭할수록 인내는 한계점에 도달할 겁니다. 그러다 장마로 물이 불어 댐이 넘치듯, 인내가 한계를 넘어서면 결코 북한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