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전방위 탈북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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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박봉현의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전방위 탈북단속’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한정권의 탈북 단속 강도가 가일층 세지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주로 사용된 탈북 단속 방법은 일명 자수사업입니다. 당국은 탈북자 가족들에게 한국에 가 있는 탈북자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소상히 실토하면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치겠다며 자수를 종용합니다.

북한 당국이 자수하는 사람들에게 선처를 약속하지만, 탈북자 가족들은 가슴이 콩알만 해집니다. 이들은 혹 가족의 탈북을 이실직고했다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아니면 숨기다가 적발돼 엄한 벌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합니다. 실제 북한의 가족들이 자수했다가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가 문초를 받았다는 탈북자의 전언이 북한주민들의 두려움을 잘 설명해줍니다. 또 한국에서 사는 탈북자들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몰라 밤잠을 설친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수사업은 다른 탈북단속 방법과 비교하면 부드러운 편이지요. 자수를 종용하고 회유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싶었는지 북한 당국은 대놓고 협박합니다. 탈북자가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한국의 가족과 전화하거나 만에 하나 탈북을 시도하다간 큰일 날 줄 알라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일례로 함경북도 회령시에 탈북자가 있는 수십 가정이 얼마 전 국가안전보위부에 집단으로 끌려가 이 같은 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압박을 가해도 탈북은 멈추지 않습니다. 위기를 느낀 북한 정권은 더 강력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회유와 협박이 통하지 않자 탈북자 가족들을 적대 세력으로 분류해 강제 이주시키고 있습니다. 한 탈북자는 함경북도 무산에서 100세대가 추방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양강도에서도 많은 세대가 강제로 이주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김정일 정권은 1937년 극동지역에 살던 고려인 수만 명을 체제불안 요소로 간주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킨 구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게서 한 수 배웠나 봅니다.

특히 최근 북한 당국은 행방불명자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행방불명자가 탈북자로 드러나면 그 가족을 외딴곳으로 추방한다고 합니다. 보위원에게 돈을 주고 무마하려 해도 요즘엔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탈북자 가족을 고립시키려 합니다. 북한 당국이 탈북 단속에 초강수를 두는 데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세습되는 과정에서 북한주민의 지속적인 탈북이 민심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가 깔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 가족을 고향에서 멀리 쫓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재산까지 몰수합니다. 탈북자 가족은 한국에서 온 송금으로 동네에서 부자로 불립니다. 이웃보다 돈도 넉넉하고 집도 잘 꾸미고 삽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먼 곳으로 쫓겨나고 살던 집은 당 간부들이 제집처럼 차지해 떡 버티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백주대낮에 버젓이 강탈행위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탈북자는 꾸준히 보낸 돈으로 북한의 가족이 아담한 집을 마련했는데 추방을 당한 것도 모자라 소중한 삶터마저 송두리째 빼앗겼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회유, 협박에 추방, 재산몰수까지 해도 탈북이 수그러들지 않자 북한당국은 또 다른 방법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경지역에 인발(조명)지뢰를 매설해 탈북을 막겠다는 겁니다. 조명지뢰는 건드리면 튀어 올라 주변을 환히 밝힙니다. 이렇게 해서 탈북자를 잡겠다는 계산이지요.

일반 지뢰처럼 살상용은 아니지만, 탈북자를 체포할 뿐 아니라 탈북 기도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조명지뢰를 중국과의 국경지역 곳곳에 매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탈북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입니다. 북한은 먹고살 길을 찾아 부득불 고향을 떠나는 주민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지뢰까지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국경지역에 설치될 지뢰밭은 결국 하나의 장벽이 될 겁니다. 북한정권은 인위적인 장벽으로 민심의 향배를 억지로 되돌리려고 합니다.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기 위해 세워진 장벽으로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있습니다. 동독이 서독과 체제경쟁에서 패하면서 점점 많은 동독인이 서독으로 탈출하자 동독정권이 1961년 고육책으로 세운 장벽이지요. 몰래 장벽을 넘다가 총격에 숨진 동독인이 어디 한둘이었습니까? 그러나 위협과 공포의 상징이던 베를린장벽도 해일처럼 밀어닥친 통일의 염원에 1989년 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자유를 갈망하는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세계 각국의 인권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은 예상대로 최악의 나라로 꼽혔습니다. 인간답게 살 기본적인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많은 북한주민이 정든 고향을 떠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정권은 성난 민심을 총칼로 다잡으려고만 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