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두 종류의 무인기'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파켓콥터’(Paketkopter) 날개가 네 개 달린 헬리콥터 모양의 비행체입니다. 파켓콥터가 최근 독일 라인 강을 건너 비행했습니다. 그러나 파켓콥터에는 조종사나 승객이 타지 않았습니다. 탑승자 없이 혼자 3킬로그램의 물품을 싣고 공중으로 50미터 정도 올라가 1킬로미터 거리를 약 2분 만에 날아갔습니다.
무인기 파켓콥터는 차량 진입이 어려운 지역 주민에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데 사용될 계획입니다. 독일의 세계적 종합물류 회사인 ‘DHL’이 개발한 파켓콥터는 아직 시험 단계이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주민들에게 상당한 편익을 제공할 것입니다.
‘옥토콥터’(Octocopter). 날개가 여덟 개 달려 있다고 해서 붙여진 비행체의 이름입니다. 옥토콥터도 혼자서 하늘을 납니다. 옥토콥터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이 개발 중인 무인기입니다. 옥토콥터는 인터넷을 통해 아마존에 주문해 온 품목을 소비자의 집이나 원하는 곳에 신속하게 배달하게 됩니다.
옥토콥터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주문 물품을 싣고 반경 약 16킬로미터까지 30분 내로 배송합니다. 하늘을 나는 옥토콥터인지라 물품의 무게에 제한이 있지만, 한 번에 2킬로그램 정도는 거뜬히 배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존은 앞으로 전자상거래의 십중팔구를 옥토콥터에 의존할 계획입니다.
각종 규제도 있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어 치밀한 기술 개발 후 상용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파켓콥터나 옥토콥터와 같은 무인기 배송은 구상이나 실험 단계에서부터 유통업계의 혁명적인 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인기 배송이 정착되면 소비자는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상거래 간소화란 측면에서 획기적인 일이며 나아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이바지할 것입니다.
북한도 소리소문없이 무인기를 개발했습니다. 무인기 개발 의도를 공개해선 안 되는 이유가 있었는지 여하튼 비밀리 진행했습니다. 세상이 북한의 무인기 개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 무인기가 남한 땅에 떨어진 후였습니다. 북한이 남한 영공으로 날려보낸 무인기는 최근 경기도 파주,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 추락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이들 소형 무인기가 북한의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특히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에선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시설물을 촬영한 기록이 나왔습니다. 현재 북한 무인기의 기술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개발 여하에 따라 남한의 특정 표적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무인기에 폭탄이나 생화학 무기를 탑재해 저공비행으로 목표물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남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북한의 무인기 개발이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이 무인기를 보낸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 때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으니 새삼스런 행태는 아니지만, 북한의 무인기가 새로운 위협 수단으로 개발됐다면 이번 도발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사실 북한엔 무인기가 필요합니다. 몇 대 정도가 아니라 수백 대, 수천 대가 필요합니다. 독일 회사 DHL이나 미국회사 아마존이 구상하는 무인기 파켓콥터, 옥토콥터의 대량생산 계획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수많은 무인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마구 만들어 남의 땅을 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주민을 위해 유익한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남의 땅에 들어가 군사 기지 등 주요 시설을 찍는 대신, 수시로 북한 시골이나 오지 주택을 촬영해 주택 개선 사업에 활용하라는 겁니다. 길거리를 배회하며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 꽃제비들을 촬영해 이들을 안전한 보호시설로 보내는 일을 하라는 겁니다.
무인기를 북한 전역의 대형 창고에 항상 대기시켰다가 산간지역에 사는 주민이 아프면 신속하게 약을 전달하고, 고아원에 영양과자가 부족하면 불 난 집에 불 끄러 가듯 화급을 다퉈 배달하면 주민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주민들은 어려운 사람을 내 가족처럼 돕는 북한당국에 환호하고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할 겁니다. 그리고 국제사회는 무인기로 주민을 돕는 북한당국을 보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할 겁니다. 북한정권으로선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