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평양 외국인 전용 교회'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종교는 믿음입니다. 종교는 숭앙의 대상을 간절히 모십니다. 이 대상은 믿는 이에게 이승과 저승에서 복을 내리는 절대자입니다. 절대자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소망은 믿는 이의 삶 전체를 지배합니다.
북한에는 이처럼 일반적 의미의 종교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식 종교는 있습니다. 이 종교는 ‘김일성교’입니다. 이젠 김정일도 그 궤에 들어가 ‘김일성-김정일교’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여기에 김정은도 합류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교’로 모양새를 살짝 바꾸고 있습니다. ‘김씨 3대교’인 셈이지요.
‘김씨 3대교’를 종교라 부르는 종교학자는 없지만, 믿음을 그 척도로 측량한다면 다른 여느 종교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자신들의 성지 메카를 향해 하루에 다섯 번 절하는 회교도, ‘얌카’로 불리는 작은 모자를 쓰고 다니는 유대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에 나서는 기독교도가 있지만, 과연 ‘김씨 3대교’에 대한 적지 않은 북한주민의 믿음보다 더 강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정권이 만들어 낸 북한의 ‘김씨 3대교’는 경쟁자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감히 견제구를 던질 타 종교가 없습니다. 북한정권이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종교가 조금이라도 밀고 들어오는 기미를 보이면 제초제로 잡초를 뿌리째 제거하듯 싹을 없애버립니다. 마치 종교전쟁을 치르듯 가혹합니다. 다른 종교의 유입은 곧 ‘김씨 3대교’의 종언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고 생난리를 부립니다. 기독교를 믿는 지하교인이 처형됐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증언이나,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으로 지목된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사실 ‘김씨 3대교’는 완전히 조작, 가공된 특이한 ‘종교’라서 다른 종교가 들어오면 모래알처럼 한순간에 흩날릴 것입니다. ‘김씨 3대교’를 버팀목으로 한 북한 정권도 모래성처럼 주저앉을 것입니다. 세뇌와 강압에 의한 ‘김씨 3대교’는 자발적인 믿음으로 다져진 일반 종교와 그 생명력을 견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경쟁 종교에 아예 틈을 주지 않습니다. 경쟁자 없는 ‘김씨 3대교’는 북한에서 독보적이고 안정적인 지위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교회를 저 멀리 인적이 드문 변두리가 아닌, 사람이 북적대는 평양에 세우도록 했다고 합니다. 선전용 관제 ‘봉수교회’가 아니라 정식 교회 말입니다. 기독교 구호단체인 사마리탄스 퍼스의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얼마 전 미국 뉴욕 유엔대표부에 나와 있는 북한 관리로부터 건축 승인 답변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직 교회의 정확한 위치나 규모 등과 관련해 확정된 게 없습니다. 또 이 교회는 북한주민을 위한 게 아니라, 외국인 전용입니다. 마치 기독교가 북한주민들에게 금방 확산될 걸로 기대하는 것은 섣부릅니다.
북한이 자국의 심장부에 교회 건축을 허용한 것은 기독교가 일반주민에 퍼지지 않도록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그랬을 겁니다. 외국인 전용 교회 정도로는 ‘김씨 3대 교’의 털끝 하나 다칠 염려 없다고 믿을 겁니다.
이 교회가 평양에 들어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예상됩니다. 예기치 않은 일로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교회가 서면 믿음은 조금씩 퍼질 겁니다. 아무리 차단하려 해도, 아궁이에서 방바닥으로 새나오는 연탄가스처럼 서서히 스며들어 ‘김씨 3대교’를 질식시킬 겁니다.
북한당국이 교회신축을 허용한 것은 반대급부를 노려서일 겁니다. 국제 단체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든지, 대외적으로 ‘종교자유’를 선전한다든지 하는 점을 고려했음 직합니다. 이득 없이 외국인에, 특히 타 종교에 느슨한 태도를 보이는 북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잃을 것 없고 얻을 것만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북한은 이 전용교회를 드나드는 외국인에게는 진한 미소를 보내는 반면, 이들과 접촉해 기독교를 배우려는 북한주민은 따로 불러내 몽둥이 찜질을 할 겁니다. 그러나 종교는 탄압을 받으면서 자라고 순교를 통해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김씨 3대교’는 역사의 뒤안길에 쓸쓸하게 묻힐 겁니다.
누군가 “평양에 들어설 외국인 전용 교회가 먼 훗날 북한 기독교 성지로, 종교 자유의 상징물로 기념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허튼소리 말라며 머리를 쥐어박을 일은 아닙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