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아편 장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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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아편 장려책’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한이 아편 생산 증가에 사활을 건 듯 매달리고 있습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가 최근 공개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수용소 인근의 양귀비 재배 구역이 10년 새 15배나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시에 속했다가 2010년 황해북도에 편입된 상원군에는 대규모 양귀비밭이 있으며, 농번기엔 대학생들까지 동원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 차원의 아편 농사에 대해 철저히 입단속을 시키고 있습니다.

아편은 헤로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국제마약단속전략보고서’에서 북한이 마약을 거래해 불법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아편은 중국의 마약밀매단이나 국제 범죄조직을 통해 불법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20여개국으로 마약을 불법운반하던 북한 외교관과 노동자 50여 명이 체포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아편 불법수출로 많게는 연간 1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으니 북한이 이처럼 안면 몰수하고 불법을 자행해 온 것입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북한 마약은 중국 동북부의 지린(길림), 옌볜(연변) 조선족 자치주와 랴오닝(요녕)성 단둥(단동)시를 주요 통로로 중국에 유입돼 베이징(북경)과 톈진(천진) 등 내륙으로 운반됩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인신매매의 덫에 걸려 반강제로 마약의 노예로 전락하는 탈북여성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의 마약은 외국뿐 아니라 북한 안에서도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가난한 북한주민들은 일반 약품을 구할 수 없어 마약으로 통증을 달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중독되는 거지요. 경제가 더욱 형편없는 국경지역 주민들의 마약복용은 한결 더 심하다고 합니다. 생활이 고달파 현실도피를 위한 방편으로 마약에 의지한다는 겁니다. 가정주부들이 한 집에 모여 집단적으로 마약을 흡입하다 한 명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약이 생일선물의 인기품목에 들 정도이며, 단속반이 여중생 교실을 기습 단속해 보니 상당수 학생의 가방에서 마약흡입기가 발견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국경경비대원들이나 충성심 강한 간부들도 마약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함경북도 경선군에서는 환각상태에 빠진 보위부장이 한국 정보요원들이 경성군에 있는 김정일 전용별장을 폭파하려 한다는 엉뚱한 보고를 상부에 올리는 바람에 전국에 비상이 걸리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회령시의 한 보위부 간부의 집에서 17만 달러와 함께 다량의 마약이 발견되기도 했답니다.

북한이 정부조직인 109상무, 118상무 등을 동원해 마약 단속에 나서고 있다지만, 다른 한편에선 마약 생산에 앞장서고 있으니 과연 마약 단속이 제대로 될 지 의문입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에서는 얼마 전 마약을 제조하고 밀매한 2명이 공개 처형됐습니다. 마약 도시로 알려진 함경남도 함흥에선 수십 명이 마약제조와 거래혐의로 체포되기도 했고 마약과 관련해 도당 간부가 살해되기도 했지만 마약범죄는 수그러들 줄 모릅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북한주민들은 쉽게 마약 장사에 빠져들고 마약에 중독됩니다. 북한의 이웃 중국은 이미 오래전 마약의 위험에 대해 깨닫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청나라 시대에 서방에서 들어온 아편때문에 중국사람들이 병들어가자 서방국들과 전쟁을 불사했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마약을 엄중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반면 나라를 살찌우는 개혁 개방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세계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오랜 세월 마약 범죄로 혼돈 속에서 헤매던 남미의 콜롬비아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최근 수년간 연평균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남미에서 바닥권에 맴돌던 경제를 4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강력한 마약단속과 개혁 개방으로 경제를 살린 중국과 콜롬비아 대신, 전 세계 아편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아편 생산에 목을 맨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길을 가려는 모양입니다. 마약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는데 말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