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핵무기 대량생산'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핵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일본 언론을 비롯한 외신은 김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당 간부 교육용으로 작성된 노동당 내부문건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한 핵무기의 대량생산을 제1목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습니다. 지금도 지구촌은 북한의 세 번째 핵실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라는 간곡한 권유에도 북한은 “평화적 목적이니 상관 말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을 믿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제사회가 믿건 말건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 내부문건에서 “(우라늄 농축이) 군사적 측면에서 원자폭탄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며 대량의 핵무기를 생산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핵무기를 하나나 둘, 또는 셋이 아니라 대량으로 생산하라고 했습니다.
핵무기를 대량생산하라는 지시는 수십, 수백 개 나아가 수천 개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대량 생산은 규격화된 제품을 기술과 기계를 사용해 많이 만들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대량생산을 활용하면 제품의 제조원가를 낮추고 질을 표준화하여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경제 체제에서는 대량생산을 활성화해 수많은 제품을 짧은 시간에 생산해 주민들의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빵, 과자는 물론 자동차까지 대량생산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은 북한에도 필요한 생산 체제입니다. 주민들이 배를 곯지 않도록 쌀, 감자,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대량 생산해야 합니다. 연간 수십만 톤씩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비료가 충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비료도 대량 생산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사를 제대로 짓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비료뿐 아니라 북한의 협동농장에는 농기구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협동농장을 소규모로 쪼개 농부의 생산 의욕을 높이려 해도 나눌 농기구가 없어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단 한 끼의 대용도 못 하는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려고 합니다.
북한 주민은 각종 질환으로 고생합니다. 의약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말라리아가 확산돼도 속수무책입니다. 그래서 서방 선진국들이 만든 ‘세계기금’이 수백만 달러를 투입해 예방 접종하고 모기장, 살충제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이긴 하지만, 경각에 달린 북한주민의 건강을 못 본체 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은 주민을 위해 의약품을 대량 생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주민에게 우환을 가져다 줄 핵무기의 대량 생산에만 의욕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북한 학생들은 교과서가 부족해 맘껏 공부하지 못합니다. 한 학급에서 절반가량은 교과서가 없어 상급학생들이 보던 것을 물려받아 본다고 합니다. 종이 사정이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취해진 조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학생이 공부에 충실하도록 종이생산을 늘려 교과서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정권은 어마어마한 예산이 드는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려고 합니다.
북한에는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비누와 치약도 귀합니다. 옷도 마찬가집니다. 최근 평양에 들어선 대형상점인 ‘광복지구상업중심’에는 쓸모 있는 생필품이 한자리에 있어 주민들에게 편익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양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런 백화점을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특권층만이 아니라 2천500만 주민이 고루 혜택을 보도록 하려면 백화점을 전국 곳곳에 세우고 상품을 대량 생산해 공급하면 됩니다. 그런데 북한정권은 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려고 합니다.
북한주민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오늘도 버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비와 눈을 가릴 집이 있어야 합니다. 북한은 평양 창전거리 살림집 준공을 떠들썩하게 자랑했으나, 정작 입주하려는데 창문이나 문짝 등 내부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주민들이 골탕을 먹었다고 합니다. 내부를 꾸밀 자재가 부족했던 겁니다.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성원을 받은 내로라하는 평양 제일의 살림집이 이럴진대 지방의 살림집이야 어떻겠습니까? 북한 정권은 건축자재를 대량 생산해 주민에게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안에 들어가 하룻밤도 지낼 수 없는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합니다.
건축 얘기를 하다 보니, 건설 현장에 동원되는 학생이 생각납니다. 북한은 걸핏하면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 막노동을 시킵니다. 기계가 해야 할 일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대형 공사에 필요한 장비를 대량 생산하면 학생들은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정권은 학력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려고 합니다.
북한의 핵무기는 주민을 먹일 수도, 입힐 수도, 재울 수도 없습니다. 핵무기는 주민들을 헐벗고 불안하게 할 뿐입니다. 이런 핵무기를 대량 생산한다면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