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봉급 없는 완전고용

북한의 성, 중앙기관 정무원들이 농장벌에서 금요노동을 하고 있다.
북한의 성, 중앙기관 정무원들이 농장벌에서 금요노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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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봉급 없는 완전고용'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한 정권은 북한이 '완전고용' 상태라고 자랑합니다. 북한에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실업자가 없다는 얘깁니다. 노동자들은 저마다 일자리를 갖고 적절한 직책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귀가 솔깃해지는 얘깁니다. 얼핏 노동자의 지상낙원처럼 들립니다. 국가 경제나 세계 경제가 나빠지면 나라마다 해고 광풍이 불어 많은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직장 걱정하지 않고 있다니 말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북한의 현실은 외부세계에서는 물론이고 북한 내부에서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언론 자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특히 북한 정권이 자랑하는 '완전 고용'의 진실을 파악하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몇년 전 국제기구의 한 보고서가 북한 정권의 거짓을 들춰내 주었습니다. 유엔 산하의 세계식량계획은 특별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노동자의 30%가 영구적이거나, 일시적으로 실업 또는 불완전 고용 상태"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정권의 '완전고용' 주장은 외형상 그럴듯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 놀면 안 됩니다. 남자는 어느 직장에든 소속돼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희망이 반영되지는 않지만, 정부가 일자리를 배치해줍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취업은 한 셈이지요. 젊은 남자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단속요원에게 적발되면 혼이 납니다.

문제는 노동자들이 배속된 직장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직장이냐는 것입니다. 때 되면 봉급이 나와야 하고, 그 봉급으로 가족들이 아주 기본적인 생활은 유지할 수 있어야 직장으로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닙니까? 하지만 북한의 직장에서는 직원들에게 봉급을 충분히 주지 않습니다. 기업이나 공장이 생산적인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어떻게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북한 돈 2천 원 정도 하는 월급으로는 화폐개혁 실패로 가격이 껑충 뛴 쌀 1kg 정도 사면 끝입니다. 그런데도 이마저도 이런 명목, 저런 구실로 상당 부분을 원천징수해 정작 손에 쥐는 것은 쥐꼬리뿐이라고 합니다. 실제 수령액으로는 쌀 1kg도 살 수 없습니다. 남자가 직장에서 받는 봉급으로는 가계를 꾸려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가정주부가 장마당에 나가 돈을 벌어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모두 직장에 배치되니 명목상 '완전고용'일지는 몰라도, 노동현장에서는 잉여인력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한국처럼 세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쉼없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근로자들과 달리 산업생산이 매우 낮은 북한의 직장에서는 일손에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는 노동력 동원이 자주 있는 것입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평양에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현장 등에 불려다닙니다. 고용시장이 산업현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마음대로 주무르니 이런 기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노동시장이 이처럼 비현실적이니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로선 앞길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젊은이들이 당이 정해주는 직장에 가보면 "자리는 보장해 줄 수 있지만, 노임이나 쌀은 기대하지 말라"는 싸늘한 답변을 듣는 게 다반사라고 합니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해 봐야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변변치 않은 현실에 답답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졸업생들은 국가보위부나 인민보안부와 같은 권력기관을 직장다운 직장으로 꼽습니다. 이 경우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입니다. 대학졸업생들이 수년간 자신이 갈고닦은 실력을 자신과 나라를 위해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도 이들 직장에 취업하기는 인맥이나, 집안배경 등 특별한 '끈'이 없인 엄두도 못 낸다고 합니다.

물론 자유세계에서도 직장을 구하는 일은 간단치 않습니다. 특히 경제가 나쁘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경기가 호전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고용시장이 활력을 되찾습니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줍니다. 자유시장경제는 완전고용을 보장하진 않지만, 탄력이 있고 유연합니다. 생명력이 있어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반면 북한의 계획경제는 겉으로는 완전고용을 외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지나치게 경직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정권이 자랑하는 완전고용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가 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