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핵 들고 중국에 다가가는 북한'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이란 핵 협상이 오랜 세월 난항을 거듭하다 얼마 전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이제 국제사회의 눈길이 북한 핵 문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이란 핵 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됐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북핵도 대결과 충돌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푸는 것을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이란 핵 협상의 교훈을 강조하면서, “문은 열려 있다”고 북한에 협상복귀를 촉구했습니다. 미국측 대표로 이란 핵 협상을 주도한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도 이란 핵 타결이 북한에 교훈을 주길 바란다고 말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물론, 이란 핵 타결 이후 미국의 북핵 입장이 다소 느슨해진 것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국무부가 “북한을 핵무장 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북핵 불용 입장을 재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이에 관한 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규정하면서 “일방적인 핵 포기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해,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차단했습니다.
양국은 이처럼 북핵 문제를 놓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박사는 이란 핵 타결로 북핵에 대한 미 북 양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예기치 못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현 미국행정부 임기 내 협상 재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비관론입니다.
핵을 움켜쥐고 끝까지 가겠다는 북한의 쇠고집에는,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분석처럼,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북한의 속셈을 미국이 모를 리 없으니 가까운 장래에 협상 재개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김정일 시대에 ‘선군정치’ 구호에서 그랬던 것처럼, 북한은 지금 ‘핵 경제 병진정책’에 매몰된 듯합니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하기 힘든데, 두 가지 모두 이루겠다고 과욕을 부립니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진정한 보유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개혁 개방 없는 경제는 여전히 바닥 수준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어깃장을 놓고,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등으로 소원해진 중국에는 은근히 다가가려는 의중을 드러냈습니다. ‘핵 경제 병진 정책’을 유지하는 데 중국만한 후원자가 없다는 판단을 했나 봅니다.
핵 협상과 관련한 강경발언이 유엔 북한대표부 대사가 아니라 베이징의 북한대사의 입에서 나온 점이 주목됩니다. 북핵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 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평양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군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한 것이나, 평안남도 중공군 묘에 화환을 보낸 것은 중국에 대한 화해 제스처로 풀이됩니다. 핵 문제뿐 아니라, 잘만 하면 중국의 경제 지원도 따낼 수 있으니까요. 중국 중앙당교 장례구이 교수는 김정은의 이런 행보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피를 나눈 혈맹이라고 하지만, 미지근한 북중 관계가 봄 눈 녹듯 쉽게 풀릴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신종대 교수는 북한의 화해 제스처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즈음해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거란 세간의 우려가 현실화하면, 미국 군축협회 그렉 틸먼 연구원의 전망대로 북한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관계는 더욱 냉각될 겁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 경제 병진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