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평양 스타일

충북 청주시 서원대학교 축제에서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충북 청주시 서원대학교 축제에서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사진-연합늇 제공)

0:00 / 0:00

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평양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무연탄, 철 등 지하자원을 수출해온 북한이 이젠 금까지 내다 팔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1년간 금 2톤 이상을 팔아 1억 달러를 확보했다는 보도입니다. 잇단 도발행위로 남북관계가 냉랭해져 남한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실패로 끝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잔치로 돈을 펑펑 써댔으니 금을 팔아서라도 달러를 모아야 하는 처지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소중한 자원을 마구 파는 것은 결국 후대를 위해 선용해야 할 나라의 자산을 허투루 쓰는 일입니다.

북한이 자원을 팔지 않고 아이디어만으로 달러를 벌어들일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가수 싸이가 부른 노래 ‘오빤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서울의 한강 남쪽 부촌인 강남의 생활상을 풍자한 노래입니다.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물론 CNN 방송도 이를 보도했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라간 ‘강남 스타일’ 음악비디오를 지구촌 2억 5천만여 명이 들었습니다.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도 이 비디오에 등장하는 ‘말 춤’을 흉내 냅니다. 그야말로 지구촌이 ‘강남 스타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아직 공식 집계되진 않았지만, 아마 수천 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강남은 외국인이 열광할만한 지역은 아닙니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돼 있고 한국의 패션을 선도하고 있으며 돈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특성이라면 특성입니다. 그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수 싸이가 이런 지역을 배경으로 아이디어를 얻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강남 스타일’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평양입니다. 끼가 넘치는 북한의 가수를 등장시켜 ‘평양 스타일’ 음악비디오를 만들면 ‘강남 스타일’을 제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달러도 수월하게 거둬들일 수 있겠지요.

평양은 강남보다 세계인들이 더 궁금해 하는 곳입니다. 강남에 부자가 많지만, 평양에는 북한의 전체적인 수준을 고려할 때 부자가 고도로 집중된 도시입니다. 그런 점에서 ‘평양 스타일’ 비디오에서 더 기이한 풍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닙니다. 생활 자체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터라 ‘평양 스타일’은 큰 관심을 자아낼 겁니다. 강남에서는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게 일상이지만, 평양 젊은이들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모습은 뉴스거립니다. 놀이기구를 타는 젊은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모습도 담을 만합니다. 김정은의 아내 리설주가 남편의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도 북한지도자에겐 이례적이라 눈길을 끌 겁니다.

강남은 누구나 구경할 수 있는 곳이지만, 평양은 다릅니다. 폐쇄사회의 부촌이며 수도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강남 스타일’보다 ‘평양 스타일’에 솔깃할 겁니다. 또한, 강남은 그저 서울의 한 지역이지만, 평양은 권력의 핵심지역입니다. 강남보단 적지만, 평양에도 고층건물이 꽤 있으며 특히 평양에는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갖가지 동상과 기념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평양은 제 입맛에 맞게 꾸며진 ‘역사박물관’입니다. 이 북한 권력의 심장부를 해학적으로 묘사하면 그 재미가 더할 겁니다. 북한정권의 행태를 음악비디오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평양 스타일’이 당연히 ‘강남 스타일’보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뛰어날 겁니다.

‘강남 스타일’ 음악비디오에는 한국 가수 싸이가 한강에서 요트를 타고 말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웃습니다. 만일 북한의 가수가 대동강 위에서 요트를 타고 말 춤, 아니 그저 아무 춤이라도 추면 한층 더 웃길 겁니다. 이처럼 강남보단 평양에 풍자할 것이 많습니다. 북한 가수가 ‘평양 스타일’을 제대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더라면 달러를 많이 벌어들였을 겁니다. 전세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 ‘강남 스타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태어나지도 않은 ‘평양 스타일’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북한정권은 주민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일엔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대신 달러를 확보하려고 금을 마구 팔아 치우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