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발사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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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보도되고 있는 '로켓발사 방정식'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김정은 제1비서가 과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까요?

북한 언론은 로켓발사의 당위성을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5일 도발을 예고하듯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의 역사를 다룬 특집방송을 내보내면서 핵실험과 로켓발사가 정당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방송을 실제 발사 계획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지만 적어도 핵 보유국임을 알리려는 의도는 읽힙니다.

북한의 대외용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도 북한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10월의 대축전장을 빛나게 할 일념으로 연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언급해 로켓발사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미국 CNN방송을 초청해 “곧 쏘아 올릴 위성은 지구관측용”이라며 로켓발사를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도 로켓 발사 설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리수용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위성 발사를 문제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자위적 조치들로 끝까지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현학봉 주영대사는 북한이 주권국으로서 위성을 발사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술적 문제만 없다면 기념일을 앞둔 시점에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반면, 국제사회는 자녀에게 돌진하는 차량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어머니처럼 북한의 도발 저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외무장관은 강력한 제재를 경고했습니다. 중국도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더 이상 팔짱만 끼고 있지 않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로켓발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겁니다.

시진핑의 의중은 당창건 행사에 중국 공산당 실세를 파견키로 한 데서 드러납니다. 이번에 파견될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로켓발사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와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등으로 이어져 한반도 주변 정세를 긴장국면으로 몰고 갈 것을 원치 않습니다. 가뜩이나 중국경제도 불안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로켓발사 중단’과 ‘류윈산 방북’을 맞교환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지적대로 중국으로선 ‘북한은 버릴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한국국적 대학생 주원문씨를 전격 석방한 것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그 배경에 ‘중국의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중국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기술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로켓 발사 가능성은 낮습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원은 위성사진 판독 결과, 로켓을 평양의 무기공장에서 동창리까지 운반해 연료를 주입하는 데 열흘 가까이 걸리는데,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본 언론이 평양에서 동창리로 이동하는 화물열차가 포착됐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군 당국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로켓발사 중단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남한 정부는 적십자사를 통해 대규모의 대북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으로선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에 나오면 남한을 비롯해 국제사회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로켓 발사를 강행한다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려는 북한 경제는 다시 주저앉고 주민들은 또 다시 시련의 시기를 맞을 지 모릅니다. 선택은 전적으로 김정은의 몫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