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뺑급 세상'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한에서 주패(포카)를 할 때 제일 높은 ‘A’를 ‘뺑’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뺑급’은 잘 나가는 사람, 즉 부자거나, 높은 간부를 칭하지요. 돈 많고 힘센, 말로만 듣던 뺑급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뺑급은 한 벌에 3-4천달러나 하는 외투를 척척 삽니다. 미국에서도 부자 아니면 엄두도 못 낼 고가품입니다. 화장품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의 국영상점 지배인들이 중국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고가품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가품만 찾는 뺑급 고객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싼 물건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비싼 외투나 고가 화장품은 고사하고 변변한 외출복 하나 없고 기초적인 분도 얼굴에 바르지 못한 채 먹고 사느라 일터에서 온종일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보내는 많은 여성에겐 뺑급은 완전히 딴 세상 사람들입니다. 한껏 뽐내고 다니는 평양의 여성들과 북한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여성을 비교해 보면, 빈부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뺑급은 20달러짜리 신발, 50달러짜리 가방도 거리낌 없이 삽니다. 1달러 정도 하는 일반 근로자의 월급을 고려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뺑급’이 드나드는 국영상점은 귀족상점이라는 말까지 생겼겠습니까?
뺑급은 해외출장을 나가면 미국이나 한국에서 인기 있는 고가 평면 텔레비전을 삽니다. 대다수 주민이 진공관 텔레비전에 만족해 하고 있는데, 보란 듯 돈 자랑을 합니다. 세탁기, 냉장고 등 값비싼 대형 가전제품도 턱턱 사들여갑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기 편에 이 물건들을 싣느라 부산한 광경이 종종 목격됩니다. 나랏일 보라고 출장을 보냈더니 고가 외제품을 들여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냉장고와 세탁기를 집에 두고 있는 주민은 전체의 10%가 될까 말까 합니다. 빨래거리를 한 보따리 머리에 이고 강가에 가서 빨래하는 주부들, 냉장고가 없어 여름이면 음식보관에 애를 먹는 주부들이 보면 울화통이 터질 겁니다.
뺑급은 자녀에게도 돈을 펑펑 씁니다. 한 달에 20달러를 주고 개인교사를 고용합니다. 일반 학생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특혜를 뺑급 자녀는 누리는 것이지요. 서민은 자녀의 실력을 높여주고 싶어도 뺑급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계층간 위화감은 더욱 심화합니다. 게다가 일반 아이들은 구경하기도 힘든 손전화(휴대폰)를 뺑급 자녀가 들고 다니는 모습은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돈이 많은 뺑급은 북한 돈보다는 달러나 위안화를 더 좋아합니다. 북한 돈은 필요할 때만 조금씩 바꿔 씁니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에 주민은 가슴이 철렁하지만, 뺑급은 달러나 위안화로 지불하니 환율, 물가 급등에도 걱정이 없습니다. 널뛰는 물가에 일반 주민들만 허리가 휩니다.
그뿐 아닙니다. 뺑급은 무슨 돈이 그리 많은지, 중국에 은행계좌를 만들어 외화를 묻어두고 있습니다. 당국의 가택수색으로 적발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사전에 외화를 중국에 옮겨놓으려는 속셈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5만 위안 이내는 입출금이 손쉬워 뺑급에겐 쓸만한 재산 은닉처입니다.
이들은 더 높은 곳에 줄 뇌물로 쓰려는지, 자자손손 잘 먹고 잘 살려는지, 중국에 돈을 빼돌리고는 녹음이 우거지고 샤워장이 설치된 개인민박집에서 여유롭게 온천을 즐깁니다. 건설현장에 동원돼 땡볕에서 노동하고 있는 수많은 주민들의 힘겨운 삶이 이들의 안중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김씨 일가가 수십 년간 외쳐 온 조선 인민을 위한 민주주의 공화국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