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북한의 부자들

0:00 / 0:00

MC: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북한의 부자들’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지금 살고 계시는 동네에 부자들이 있습니까? 혹시 옆집이 부자입니까, 뒷집이 부자입니까? 아니면 길 건넛집이 부자입니까? 이렇게 물으면 “부자는 무슨 부자, 마을 주민 모두 하루하루 끼니 때우기도 어려운 형편인데” 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이 가난하고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도 부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 미화 10만 달러 이상의 현금자산을 가진 부자들이 5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북한 인구 2천400만 명 가운데 약 2%입니다. 100명 중 2명 꼴로 떵떵거리고 산다는 얘깁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북한 부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북한부자를 세분하면 고위간부, 국외장기파견 일꾼, 외화벌이 종사자, 그리고 중국, 미국, 일본과 연계된 주민과 그 친척 등입니다.

북한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까요? 북한 부자들은 배를 곯는 대다수 주민들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치품 사재기에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제품에 매료돼 있습니다. 텔레비전, 디지털카메라,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서 샴푸, 방향제 등 화장품까지 상당수가 한국산입니다. 북한 부자들 사이에 한국산 품질이 중국산이나 일본산보다 더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들 제품이 배고픈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그런데 권세를 누리는 부자들은 겉으론 한국을 적이라고 떠들면서 속으론 한국산을 선호하고 애용합니다.

특히 북한 부자의 자녀는 일반 가정의 또래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삽니다. 평양에 살다가 최근 탈북한 주민은 노동당 간부의 자녀가 한 달 용돈으로 100달러 정도 쓴다고 합니다. 이들은 생일 맞은 친구에게 20달러짜리 선물도 주저 없이 사주고, 귀한 햄버거도 맘껏 먹는다고 합니다. 북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미화 1달러 남짓임을 고려하면 부자 자녀의 씀씀이가 얼마나 헤픈지 알 수 있습니다.

또 부유층은 한국의 인기 연예인이 입은 옷을 따라 입으려고 비싼 돈을 주고 특별주문하기도 합니다. 한 벌에 수십 달러에서 많게는 100달러를 호가하는 옷들도 별 부담 없이 가볍게 사 입고 뽐냅니다. 부유층 자녀는 실내골프장, 당구장, 볼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외화식당에서 수십 달러짜리 식사를 하고 노래방에 가서 맘껏 즐깁니다. 이 순간 말없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어린이들이 부지기수인데 말입니다.

북한 부자들은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해 사교육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평화문제연구소가 펴낸 통일교육 교재를 보면,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자 교원에게 돈을 주고 자녀 교육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열성은 그렇다 해도, 자녀에게 돈을 펑펑 쓰게 한다는 것은 북한의 어려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입니다.

북한 부자들의 축재 과정에는 상당 부분 부정과 비리가 개입돼 있습니다. 평소에 공용 물품을 빼돌리는 것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북한을 자주 드나드는 중국 무역업자는 북한의 한 간부는 당국의 전용차량에 쓰일 휘발유를 빼돌려 아들에게 노트북을 사 주었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나라나 어느 사회나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사정이 다릅니다. 가난한 주민은 먹을 게 없어 굶기를 밥 먹듯 하고, 그 자녀는 한창 성장할 때 영양실조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황이 심해져 죽어가는 주민이 한둘이 아닌 것은 청취자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못 먹는 수준이 아니라, 부자들이 호의호식할 때 대다수 주민은 기아에 허덕이는 사회입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중 30% 이상이 영양부족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약 840만 명이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겁니다. 주민 세 명 중 한 명이 영양실조인 나라, 북한. 그 북한에서 부자들은 온갖 구린 방법으로 거둬들인 돈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이웃에 나 몰라라 하며 흥청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