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축구유학의 명암'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주말에 집에서 쉬면서 간간이 즐기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저장돼 있는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의 동영상입니다. ‘축구 신’으로 불리는 메시가 자신이 소속한 스페인 프로팀 바르셀로나의 선수로 출전해 그라운드를 뛰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올해 26살인 메시는 운동선수로는 169센티미터의 단신이지만 타고난 볼 감각과 슈팅 실력으로 관중을 열광케 합니다. 메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바르셀로나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메시는 2000년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후 메시는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됐습니다. 스페인이 월드컵 팀 보강을 위해 메시에게 스페인 귀화를 권유했으나 조국 아르헨티나를 버리지 않는 애국심도 보여주었습니다.
메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습니다. 연봉이 2천만 달러가 넘습니다. 북한에서 쌀 2만톤을 살 수 있는 거액입니다. 이 돈은 모두 메시의 것입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당당하게 번 자신의 돈입니다.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메시에 달려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수도 있고 축구 유망주 양성에 쓸 수도 있습니다.
메시는 축구선수가 되려는 수 많은 어린이들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입니다. 북한에서도 지도자를 우상으로 떠받들지만 차원이 다릅니다. 북한에선 지도자 우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치조작과 세뇌교육을 하지만, ‘메시 우상화’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된 것입니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메시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흠뻑 빠져든 겁니다. 그리고 메시가 일반 서민이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돈을 벌어도, 여기에 대해서 시비를 걸지도 않습니다. 의당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깁니다.
한국의 축구대표팀 주장을 지낸 박지성 선수도 유럽에 진출해 한국 남아의 기개를 떨쳤습니다. 특히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 축구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팀의 미드필더, 즉 허리역할을 잘 소화해낼 땐 소속팀은 물론이고 멀리서 응원하는 한국민에게 청량제가 됐었습니다. 당시 박지성 선수의 연봉은 800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메시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쌀 8천 톤 값입니다. 박지성 선수도 자신이 번 돈을 자신의 뜻대로 선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시와 마찬가지로 박지성 선수는 한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습니다.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겐 ‘우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능력과 노력의 결과에 따라 평가되고 그 과실이 전적으로 본인에게 돌아가는 게 자유 시장경제의 원리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축구 선수들이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고 더 알찬 과실을 수확하려고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을 갈고 닦습니다.
축구는 북한에서도 인기 있는 운동입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축구 부흥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북한이 10-12세의 유소년 31명을 조만간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정은이 운동을 좋아하니 이런 구상을 했을 법합니다. 1인당 연간 2만달러 정도 드는 유학비용도 전액 북한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답니다. 북한으로선 적지 않은 투자입니다.
유소년에게 축구 선진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부여한 일은 아주 잘한 일입니다. 여기까지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축구 유학 보도에는, 이들 유소년이 나중에 유럽 프로축구팀에 입단하면 투자한 것보다 월등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축구 선수를 길러 큰 돈을 벌겠다는 것이지요.
하기야 북한이 주민을 외화벌이 일꾼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 축구유학도 그런 맥락에서 보는 게 무리는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됐을 때 과연 그들이 번 돈을 메시나 박지성 선수처럼 자기 뜻대로 쓸 수 있느냐는 겁니다.
북한에서 ‘메시’ ‘박지성’과 같은 선수가 나왔을 때 과연 그들이 받는 연봉이 누구 호주머니로 들어갈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중 일부, 아니 거의 대부분이 김정은 정권의 금고로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이 자금은 정권 유지에 사용될 겁니다. 자유세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