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물 많은 나라의 물 부족

북한 여성이 물지게를 지고 가고 있다.
북한 여성이 물지게를 지고 가고 있다. (AFP PHOTO)

0:00 / 0:00

앵커 :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물 많은 나라의 물 부족'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남한에서 소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께서 한반도의 자원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을 무척 부러워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은 북한에는 압록강과 두만강이 있어 수자원이 풍부해 주민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라며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자자손손 마실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 북한은 강의 수량을 활용해 수력발전에 주력했고, 남한은 석탄으로 가동하는 화력발전에 치중했었습니다. 북한에선 맑고 깨끗한 물이 콸콸 넘쳐난다고 배웠습니다.

그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지 40여 년이 흘렀습니다. 지금 북한주민은 청청한 물로 풍족하게 목을 축이고 있을까요?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요즘 마시는 물이 깨끗하지 않아 어린이들이 숨지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유엔아동기금은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설사병을 꼽았습니다. 농촌의 경우 이들 어린이 10명 중 약 3명이 설사병과 폐렴으로 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오염된 물을 마셔서 생긴 병입니다. 나라를 잘못 이끄는 지도자 때문에 아무 잘못 없는 어린 새싹들이 피지도 못하고 꺾이고 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며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면 그들의 미래도 북한의 미래도 건강해지기 어렵습니다. 장래에 나라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병약한데 어떻게 튼튼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의 보육원을 돕고 있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기구가 지원하는 보육원 145곳 중 60여 곳이 수도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육원 어린이들이 깨끗하지 않은 우물물로 살아간다는 겁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맨발로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땅을 몇 시간씩 걸어 가 길어 온 물을 마신 뒤 병에 걸리는 것은 물이 오염됐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도 물을 길으러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15세 이상 주민 열 명 중 두 명이 물 긷기가 일과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힘들여 물을 길어와도 식수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식수 사정은 평양도 좋진 않습니다. 평양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정권이 모든 국가자원을 투입하는 평양이 이럴진대 다른 곳은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북한정권이 별 대책을 강구하지 않자 국제사회가 나섰습니다. 북한 주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기금은 식수 확보를 위해 올해 640만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스위스정부도 4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비정부기구들도 동참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한인 중고등학생들은 북한 주민을 돕는 성금 모금을 위해 24시간 금식기도회를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깨끗한 식수만 제공된다면 북한 어린이 10명 중 7명은 물과 관련한 질병을 앓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땔감이 없어 나무를 마구 베 삼림이 황폐화하니 큰물이 오면 곳곳에 물난리가 납니다. 이로 말미암은 수자원 오염으로 가뜩이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식수가 더 부족해집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르면 10년 내 세계가 ‘물 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식수부족으로 북한 주민의 고통은 더욱 심해질 겁니다. 수자원은 자꾸 오염되고, 정부는 상수도 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보수할 여력이 없습니다. 어린이들이 계속 수인성 질환에 걸려 고생하다가 심지어 사망하기도 할 겁니다.

그래도 북한정권은 수도관을 보수하거나 새로 설치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핵개발에 연간 약 6억 달러를 펑펑 쓰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