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역효과 낸 선전물'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선천적으로 불치병이나 난치병을 안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몸의 약한 부분은 살아가면서 치유될 수 있습니다. 남한이나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수시로 강조합니다. 건강 상태와 개인의 건강 관심도에 따라 다르지만, 석 달에 한 번, 또는 여섯 달에 한 번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습니다. 아무리 느긋한 사람이라도 일 년에 한 번은 의사를 만나 자신의 건강을 점검합니다. 건강 이상 증세가 조기에 발견되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쉬쉬하면서 감추다가 죽음을 재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몸의 어느 부분이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알리는 것을 죽는 것처럼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약점 공개를 자멸과 동일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그렇습니다.
북한이 최근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영국의 동영상 뉴스사이트인 라이브 리크(Live Leak)에 공개된 동영상의 제목은 ‘갈수록 암담해지는 자본주의 사회 현실’(How Americans Live Today)입니다. 동영상에 담긴 내용은 미국을 폭력과 빈곤의 온상으로 묘사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 살 데가 아닌 ‘생지옥’으로 규정했습니다.
우선, 총기사건으로 어린이들이 숨지자 총기 규제를 외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담아 미국이 안전하게 살 수 없는 나라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또 길이나 지하도에서 누워 있거나 구걸하는 노숙자들을 집중 조명해 주민들이 굶어 죽는 나라로 연결 지으려 했습니다. 북한의 선전 동영상은 주민들이 먹을 게 없어 새를 잡아먹어 새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했습니다. 어린이를 죽이기 위해 총을 사들인다고도 했습니다. 현실을 제 입맛에 맞게 뒤틀었습니다.
물론 맞는 부분도 없진 않습니다. 미국에는 노숙자가 있습니다. 총기사건도 있습니다. 끼니를 때우는 게 어려운 가정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느 사회나 정도와 종류가 다를 뿐이지 크고 작은 사회 문제가 있습니다. 남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이나 남미, 중동에도 있습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에도 있습니다. 북한에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공개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감춘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움을 줍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듯이, 민주주의 국가는 사회의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 치유책을 마련하려 머리를 맞댑니다. 몸에서 종양을 발견했을 때 암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이런 일에 골몰합니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힘쓰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깎아내리려고 만든 동영상은 미국에는 별 타격을 주지 못합니다. 미국이 이를 감추지 않아 세상이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북한의 선전물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투명한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깨끗한 법입니다. 북한이 동영상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있던 것은 미국에 민주사회가 열려 있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만일, 북한에서 거리를 배회하거나 구걸하는 꽃제비를 미국에서처럼 대놓고 촬영하다가 보안원에 적발되면 어떻게 될까요? 삿대질을 당하고 욕을 먹고 멱살을 잡히고 카메라를 뺏길 겁니다. 심하면 어디론가 끌려가 석방될 기약 없이 억류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의 치부를 완벽하게 숨기려 합니다. 그러므로 이를 드러내려는 어떤 움직임도 북한에서는 반국가 행위가 됩니다. 이런 나라에 문제를 치유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북한의 선전 동영상 중간 부분에 미국의 한 정치인이 차량에 올라가 노숙자들에게 커피를 따끈하게 타서 한 잔씩, 그리고 음식도 나눠주는 모습이 나옵니다. 행동하는 민생정치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나 노동당 고위간부들이 장마당 바닥에 떨어진 음식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꽃제비들을 불러모아 따뜻한 음식을 한 그릇씩 나눠주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북한의 다음 선전 동영상에 바로 이런 모습이 담겼으면 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