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지난 20일은 한국에서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1991년에 제정한 것인데요. 최근 한국에선 관공서는 물론, 개인 건물에서도 장애인용 위생실을 쉽게 볼 수가 있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았던 한국 사회가 새로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장애인 정책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 안녕하세요?
아니경
: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 어제 장애인의 날이었잖아요. 혹시 주변에 가까운 사람 중에 장애인이 계신가요?
이나경
: 여기 한국에 와서 알게 된 분들 가운데 장애인은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장애인을 보는 정도지 가까운 사람 중에는 없어요.
노재완
: 한국 사회에 살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일반 사람들의 태도를 많이 보셨을텐데요.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각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나경
: 제도적인 면만 본다면 장애인에 대해 배려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북한은 장애인에 대해서 무관심한 편이거든요. 물론 국가 일에 동원됐다가 불구가 된 경우는 상당한 배려를 받지만 선천성 장애인들은 적잖은 차별에 시달려야 합니다.
노재완
: 사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복지 시설뿐만 아니라, 취업, 학교, 결혼 등 삶의 전반에 걸쳐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사회의 약자이잖아요.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이들의 삶은 정말 비참해집니다.
이나경
: 네, 맞습니다. 육체적인 불편함은 그렇다 치고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게 될 수가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현재 한국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복지정책이 잘 돼 있는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현재 한국의 장애인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노재완
: 한국의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08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된 장애인 수는 약 213만 명입니다. 물론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을 포함하면 이 보다 훨씬 많겠죠. 남녀 비율로 보면 남성이 59%이며, 여성은 41%로 조사돼 있습니다.
이나경
: 장애인들이 생각보다 꽤 많네요. 남쪽 인구가 5천만이라고 봤을 때, 전체 인구에 5% 정도나 되는 거네요.
노재완
: 네, 그쯤 되죠. 어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렸는데요. 행사에 나온 대부분의 장애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지원정책으로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꼽았습니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더불어 일하고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이나경
: 그 말인 즉,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하고 싶다는 거겠죠. 사실 말이지 장애인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편견을 잘못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남의 도움만 받고 살면서 무슨 삶의 의욕이 생기겠어요.
노재완
: 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보다 더 중요한 복지가 없을 것 같아요.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근로 가능한 장애인 비율이 80%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장애인 고용률은 현재 44.7%로 전체 절반이 넘는 장애인들이 직장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수치인데요. 이 때문에 한국에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장애인에 대한 정부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나경
: 신문에서 보니까 50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사업체는 전체 인원의 2% 이상을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고 나와 있던데, 법을 준수해 장애인을 근로자로 고용하는 사업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재완
: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또 나름 현실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장애인을 고용했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이 돌아올까 염려된다는 얘기도 있고요. 또 장애인 고용은 큰 문제가 아닌데, 이들을 위한 시설 투자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나경
: 아무래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장애인을 고용하는 게 손해가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장애인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회 기여라는 측면에서 좀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재완
: 솔직히 장애인들은 취업을 했다고 해도 낮은 보수로 생활 유지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취업한 장애인들의 월급을 보면 최저 노임을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최저노임은 80여만원입니다. 미화로 환산하면 700달러 정도입니다. 한국의 물가를 감안하면 아주 적은 돈이죠. 그런데 장애인들은 아픈 사람들이 많잖아요. 80만원 벌어서 일부 병원비로 쓰고 나머지로 또 생활해야 하니까 생활이 어렵습니다.
이나경
: 한국이 세계 경제 10위 안에 드는 경제 선진국답게 장애인에 대한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 네, 그렇습니다.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 아니 적어도 불편함이 적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통합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