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3월에 졸업식이 열리는 북한과는 달리 한국은 2월초부터 각급학교마다 졸업식이 열립니다. 졸업식은 정든 학교를 떠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에 설레임도 큽니다.
졸업식 문화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딱딱하고 엄숙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활기찬 모습 속에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은 졸업식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요즘 졸업식이 한창인데요. 한국의 졸업식 풍경 어때요?
이하영: 한국에 와서 느낀 건데요. 한국은 입학식 보다 졸업식에 더 신경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입학식을 더 중시하거든요. 여기랑 반대죠. 한국의 졸업식 문화를 보면 모든 것이 풍족하니까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든다고 할까요.. 졸업식 분위기도 학교의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졸업식이 학교의 주도 아래 진행되기 보다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의 톡톡 튀는 참신함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노재완: 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얼마 전 조카가 초등학교 졸업식을 해서 보고 왔는데요.. 예전에는 졸업식장에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정말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보니까 우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또 졸업식 끝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가던데, 뭔가 허전하고 아쉽더라고요. 사실 저희 때는 졸업식 때 학교 근처에서 부모님이 중국 식당에서 자장면과 탕수육 시켜주었거든요.
이하영: 더 맛있는 거 사달라고 그러지 그랬어요?
노재완: 그 때는 밖에서 사 먹을 만한 게 자장면과 탕수육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왜 그리 자장면이 맛있었는지 오죽하면 졸업식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자장면 먹는 거 때문입니다. 웃기죠?
이하영: 자장면 저도 좋아하는데요. 지금이야 먹을 게 너무 많죠. 뭘 먹을까 고민이 될 정도로 말입니다. 근데 요즘 졸업식의 문화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니까 학교 마다 졸업식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노재완: 네, 최근 서울에서 아주 이색적인 졸업식을 해 화제가 된 여학교가 있었는데요. 학교 졸업식을 학생들이 직접 준비하고, 교사, 북한에선 보통 교원이라고 부르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같은 졸업식이 요즘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잠시 현장의 소리를 들어볼까요?
이하영: 네..
[졸업식 녹취]
학교장: 수정아, 사랑해요.
졸업생: 다른 학교랑 다르게 해서 좋아요.
교사: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학생들이 될 텐데 그 일에 우리학생들이 더 잘 준비해서 세상에서 아주 귀하게 쓰임 받는 학생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노재완: 과거에는 졸업장을 수여할 때 학교장이 학생 대표 한 명에게만 했거든요. 근데 이번에 보니까 교장 선생님이 연단에서 졸업생 전원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수여했고요.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이름도 직접 거명하면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하영: 저는 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당부한 "세상에서 아주 귀하게 쓰임 받는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에서 마음 깊이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노재완: 이하영 씨도 한국에 오셔서 대학 다녔죠?
이하영: 네, 서울에서 보건대학을 다녔습니다. 벌써 5년 됐습니다.
노재완: 아, 그러면 여기 대학 졸업식 분위기는 잘 아시겠네요. 그때 어땠습니까?
이하영: 졸업식 때 저는 북한에 있을 때처럼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졸업식 날 보니까 어떻게 알고 왔는지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네분이나 축하해 주기 위해 오셨더라고요.
노재완: 졸업식에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와서 축하해주셨다 하면 이하영 씨가 평소 그 분들에게 잘 하셨기 때문에 오신거죠. 가족이 아닌데 졸업식 찾아가서 축하해주는 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졸업식장에서 깜짝 놀라겠어요?
이하영: 사실 교회성가대에서 제 옆에 앉는 권사님이 졸업식에 누가 오는 사람 있냐고 물어봐서 특별히 오는 사람이 없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졸업식 날에 권사님과 함께 교회의 친구들 3명이 꽃다발을 해가지고 찾아왔어요. 그날 주변을 보니까 온갖 꽃다발과 축하해주려고 오는 수많은 사람들로 졸업식장은 물론 주변 일대 거리까지 너무너무 붐볐습니다. 그걸 보면서 졸업식의 화려함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긴장되고 설레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졸업식 때를 생각하면 너무너무 고맙고 새로운 시작의 응원이라서 책임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재완: 그럼, 그날 졸업식 끝나고 그냥 헤어졌나요?
이하영: 끝난 다음 고기집에 가서 갈비구이를 먹었는데요. 졸업식 끝나고 온 사람들로 식당 마다 붐벼 1시간가량 기다렸다가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필 그날따라 날씨가 추워서 약간 고생도 했는데요. 그래도 훈훈한 정을 느껴 기분은 너무 좋았습니다.
노재완: 앞서 말씀드렸지만, 졸업식 날에 원래 그렇게 춥습니다. 아무튼 재밌게 보내셨네요.
이하영: 그럼요. 지금 생각해보면 졸업식 날 하마터면 혼자서 외롭게 보냈을 뻔했습니다. 다행히 그 분들이 함께 해 주셔서..
노재완: 북한의 졸업식은 한국과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요.
이하영: 네, 북한은 시작은 화려하고 끝은 흐지부지한 반면, 한국은 반대로 시작은 조용하고 끝은 화려한 것 같습니다.
노재완: 결국 입학식은 북쪽이 졸업식은 한국이 더 멋지다는 얘기네요.
이하영: 네, 그렇죠. 특히 대학 졸업식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한국에선 대학 졸업식 날만 되면 학교는 물론 주변에 이르기까지 졸업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사람들로 가득한데요. 이 때문에 학교로 진입하는 도로는 이들이 타고 온 차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그 중에서도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가 있는 신촌 일대는 2월 졸업식 날만 되면 난리가 나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신촌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으로 유명한 곳인데, 졸업식을 보러온 사람들까지 합세하면서 졸업식 날 이 일대 교통은 정말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노재완: 저도 졸업식 날 이 일대를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요. 세상에 달리면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를 무려 1시간 넘게 걸려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이하영: 아이고, 고생 단단히 하셨네요. 그렇다고 차를 버리고 그냥 갈 순 없잖아요.(웃음) 졸업식이 있는 날엔 아예 차를 갖고 나오지 말아야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즐거워야 할 대학 졸업식이 취업난 등으로 많이 웃음을 잃은 거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취업을 못하고 그냥 졸업하는 학생들이 꽤 많잖아요.
노재완: 학력이 높은 사회로 소문난 한국에서 학력에 맞는 회사에 취직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졸업은 곧 새로운 곳을 향해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자신에 맞는 일을 선택하고 도전하는 겁니다.
이하영: 네, 그럼요. 말씀하신 것처럼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이니까요. 새로운 도전의 장을 향해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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