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어느덧 3월의 끝자락입니다.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계절로 향하지만, 요즘 한국 사람들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원인은 물가 상승 때문인데요.
이상 한파와 구제역 파동으로 식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름 값 급등까지.. 그 뿐인가요. 일본 강진에 이은 원전사고로 수산물 수입이 금지되면서 덩달아 수산물 가격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4월 중순부터는 농수산물 가격이 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 불안으로 물가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이번 시간은 물가상승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요즘 일본 원전사고와 리비아 내전 등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한데요. 아무래도 한반도는 중동 리비아 내전 보다는 이웃 일본의 원전사고가 더 큰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이하영: 한반도 전역에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도무지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원전 사고가 조금 진정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상황은 언제 다시 뒤바뀔지 모를 일이고.. 정말 걱정입니다. 근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노재완: 더 큰 문제라니요..
이하영: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해 수산물 수입이 금지되면서 식단을 준비하는 우리 여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구제역파동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가 싶더니.. 생각지도 않은 일본 강진이 발생하면서 수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니까요.
노재완: 돼지고기에다 수산물까지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가정주부들은 걱정이 많겠습니다. 그러나 물가는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또 내리기도 하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하영: 물론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 정도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자녀 공부시키고 학원도 보내고 또 한 푼이라도 아껴서 저축해야 하는 가정주부들은 솔직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당장 힘드니까요. 주변에서 보면 남자들은 물가가 오르는지 내리는지조차 관심 없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노재완: 무슨 그런 말씀을.. 남자들은 물건 안삽니까? 물론 남자들이 돈 버는 일만 생각하고, 일반 생활 물가에 대해선 여성 보다 관심이 별로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요즘 독신으로 사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하영: 오해 마세요.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대체로 그렇다는 얘깁니다. 솔직히 시장을 보고 생활을 꾸리는 건 남자보단 여성의 몫이잖아요.
노재완: 네, 그럼요. 문제는 이런 물가가 먹을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집집마다 적어도 자동차 한 대씩 있는 한국에선 차에 들어가는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 상승이 가정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큰데요. 최근 기름 값 상승으로 차를 놓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이하영: 그래서인지 요즘 나들이객들이 줄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일요일 저녁에 서울 방향 경부고속도로가 차들로 꽉 막히는데, 얼마 전부터 그런 정체가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요즘 물가상승의 원인이 기름 값 때문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유가 상승이 원자재 인상 말고 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노재완: 산업의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지만, 모든 산업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가가 올라가면 모든 물가가 같이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밥 상점에서 파는 김밥의 경우에도 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들어가게 되고 이는 김밥집 주인에게 원가 인상의 압박을 가하게 됩니다. 결국 김밥 가격도 상승하게 되죠. 또 유가의 인상은 대체 연료의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대체연료의 원료가 되는 콩과 옥수수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하영: 아, 그런 거였군요. 이제 이해가 됐습니다. 저는 요즘 오르는 식자재 물가 때문에 봄나물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재완: 하긴 봄철에 몸에 좋은 산나물이 최고죠. 이른 봄에 나오는 냉이와 쑥, 그리고 두릅은 최고의 건강식품입니다. 봄나물 얘기 들으니까 갑자기 냉이국이 먹고 싶어지는데요.
이하영: 사실 한국이야 겨울에도 과일, 채소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북한에선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봄이 더 기다려지는 것 같습니다. 봄철만 되면 사람들이 산과 들 여기저기 다니면서 봄나물 캐느라 바쁩니다. 북에 있을 때 저도 직접 나물을 캐서 먹었는데요. 한국에 와서도 내손으로 캐서 먹고 싶어 봄만 되면 가까운 산에 자주 나갑니다. 물론 왔다 갔다 차비를 생각하면 시장에서 그냥 사 먹는 게 싸고 편하지만 나물 캐는 재미가 있으니까.. 근데 참 신기한 게 있습니다. 내가 먹고 싶어서 봄나물 캐는 것은 즐거운데 북에 있을 때 외화벌이를 위해서 산에 올라가 봄나물 캐면 왜 그리 힘들고 싫었는지..
노재완: 자동차 운전도 마찬가집니다.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한테 물어보면 같은 운전이지만, 손님을 태우고 운전하면 지겹고 힘들다고 합니다. 반면 이따금 가족들과 놀러 가기 위해 밤새 운전해도 즐겁다고 말합니다. 손님을 태우고 운전하는 건 일입니다. 결국 노동이죠. 하지만, 가족들을 태우고 놀러 가는 건 여가입니다. 당연히 즐겁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이하영: 결국 자발성이 중요한 거군요. 하긴 비슷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남자들한테 산에 가서 봄나물 캐라고 하면 아마 하기 싫어 힘들어 할 겁니다. 여자들은 공짜로 반찬을 얻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거든요.
노재완: 그건 남녀의 차이가 아닐까요. 남자들에게 아기를 하루 종일 보라고 하면 완전 초죽음이 될 겁니다.
이하영: 자녀를 키우는 부부가 서로의 일을 몇 개월씩 바꾸어서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모르긴 해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한 달도 안 되서 못한다고 할걸요..(웃음)
노재완: 네, 그건 인정합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남자라 하더라도 말씀드린 대로 자녀 키우는 일만은 잘 못할 겁니다. 솔직히 아이 보는 일이 보통 일입니까. 차라 나가서 중노동을 하고 말지.. 그런 점에서 여성들은 정말 위대한 것 같습니다.
이하영: 위대하기 보다는 모성애가 강한 거죠.
노재완: 그 말이 정답이네요.(웃음)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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