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명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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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교육을 주제로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한국의 교육문화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부터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로 새로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역시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추석명절 연휴가 끝났지만, 명절 후 후유증을 겪고 있는 한국 주부들의 '명절증후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노재완:

이나경 씨, 안녕하세요?

이나경: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지난주 추석이었잖아요. 어떻게 보내셨어요?

이나경:

뭐.. 그냥 집에서 가족들이랑 조용히 보냈습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도로가 명절을 쇠러 가는 차량들로 붐벼 어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은 식구들이랑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 에버랜드라든지 민속촌에 가려고 했는데 왔다 갔다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낼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식구들이랑 집 근처에서 외식도 하고 편안하게 잘 쉬었습니다.

노재완:

아. 그랬군요. 말씀하신대로 명절 때는 차를 타고 어디 멀리 간다는 건 무리고요. 대신 서울시내는 사람들이 많이 빠져 나가 오히려 한적하고 좋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고생스런 고향길이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겨운 고향과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에 열심히 고향으로 달려갑니다.

이나경:

그런데 선생님, 요즘 신문을 보니까 명절연휴 기간 과다한 노동과 정신적인 부담으로 명절이 끝났지만, 힘들어 하는 주부들이 꽤 많더라고요. 심지어 명절 때 부부싸움을 하고 그게 화근이 돼 이혼하는 부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재완:

고향에 가서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추석 연휴 동안 대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는 일까지 여성들이 해야 할 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주부들이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고된 집안일로 고통스러워하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시댁과의 갈등, 동서 간의 불화, 처가와 시댁의 차별 때문에 명절을 보내고 나서 우울증이나 정서불안을 느껴 병원을 찾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선 이러한 현상을 흔히 명절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이나경:

명절증후군요? 그런 말도 있었네요.

노재완:

네. 명절증후군은 한국에서 여성들이 대개 명절을 전후해 느끼는 일종의 정신적 압박인데요. 흔히 “짜증이 난다”, “답답하다”, “머리가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다”, “심란하고 우울하다“ 는 호소가 많고요. 심한 경우엔 현기증, 호흡곤란, 허탈감 등의 여러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실제 병은 아니지만,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전후 2~3일이 제일 심한 증후를 보이고요. 대개는 1주일 정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명절을 지내고 나면 씻은 듯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명절증후군을 겪었던 주부들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주부1: 가서 음식 장만하고, 시댁에 먼저 가고 친정에 자주 못 가고..

주부2: 다른 집은 더 이쁜 거 비싼 거 해왔다더라, 이런 말 들으면 시부모님한테 좀 섭섭하죠.

주부3: 일 빨리 끝나고 친정 가고 싶은데 더 있으라고 할 때 좀 섭섭하죠.

주부4: 남자들은 친구 만나러 간다고 나가죠. 그러니까 아예 기대도 안 해요.

이나경:

명절 때 가사 일이 많아 힘들고 짜증나는 것은 북한도 비슷한데요. 하지만, 여기 한국처럼 무슨 증후군, 스트레스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남편들이 아내들을 많이 도와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뭐.. 설거지 해주는 씻기 세척기라든지 방청소 해주는 진공청소기 같은 집안일을 돕는 전자제품들이 있잖아요.

노재완:

사실 명절증후군이라는 것 자체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인데요. 핵가족화 된 가정의 주부들이 명절에만 갑자기 가족들이 모여 합쳐짐으로써 일어나는 여러 가지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나경:

그런데 그거 아세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시어머니도 같은 여성인데, 아들이 부엌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노재완:

네.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근데 아내를 위해 일을 돕고 싶어도 솔직히 어머니 눈치 때문에 못하는 남편들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남편들도 명절만 되면 아내 비위 맞출라, 어머니 눈치 볼라 중간에서 죽을 지경입니다.

이나경:

제가 생각할 때 그렇습니다. 일단 남자들도 가사 노동에 참여해야 하고요. 며느리들도 맏며느리만 일이 집중되지 않도록 노동을 골고루 분담해야 합니다. 게다가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두 모이다 보니 시부모, 동서, 시누이들 간에 생기는 심리적 갈등과 알력도 만만치 않은데. 문제는 이를 표현하지 않고 안으로 삭여야만 하는 어려움입니다. 좌우지간 일단 여성들의 명절증후군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네. 그렇습니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가정불화의 불씨가 되지 않으려면 아까도 잠시 말씀하셨지만, 부부가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보다는 상대와 대화하며 갈등을 풀어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