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송년회

12월 초부터 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서서히 송년 모임이 열리기 시작한다. 사진은 8일 저녁 서울 곳곳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모습.
12월 초부터 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서서히 송년 모임이 열리기 시작한다. 사진은 8일 저녁 서울 곳곳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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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2월은 송년의 달인데요. 여행의 자유가 있는 한국에서는 이맘때만 되면 평소 가까이 했던 사람들은 물론, 멀리 있어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까지도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보면서 한바탕 놉니다.

해마다 연말에 하기 때문에 이런 모임을 흔히 망년회, 혹은 송년회라고 부르는데요. 송년 모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있죠? 바로 술자리입니다. 여러분들은 올해 어떤 송년회가 준비돼 있나요?

이번 시간은 송년회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 서울에 함박눈이 많이 내렸잖아요. 아쉽게도 금방 녹았지만, 새하얀 눈을 보니까 기분 전환도 되고 너무 좋더라고요.

이하영: 지난번에 서울에 첫눈이 내리긴 했는데, 밤에 잠깐 내려 감상을 제대로 못했는데, 오늘 정말 눈다운 눈을 본 것 같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눈을 보는 거, 특히 첫눈은 우리에게 묘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노재완: 요즘 보니까 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서서히 송년 모임이 열리더라고요. 조금 빠르다는 느낌도 있는데, 요즘엔 12월초부터 시작됩니다.

이하영: 원래 망년회는 해를 마무리 한다는 의미에서 12월 마지막 주에 많이 하는데, 여기 한국은 오히려 그땐 가족들과 함께 보내더라고요.

노재완: 한국은 언제부터인가 망년회 보다는 송년회라는 말을 많이 쓰기 시작했는데요. 사전을 찾아봤는데요. 송년회는 지난 한해를 보내며 뒤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이고요. 망년회는 지난해의 온갖 수고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자는 뜻으로 나와 있더라고요.

이하영: 아~ 그런 뜻이었군요. 그 동안 송년회, 망년회라는 말을 자주 쓰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몰랐습니다. 북한은 송년회 보다는 망년회라는 말을 더 많이 합니다.

노재완: 직장 같은 경우엔 그래도 아직까지 12월 마지막 주쯤에 많이 하는데요. 동창회, 그리고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동호회, 그밖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만남 등의 경우엔 말씀하신 것처럼 일찍 시작합니다. 보면 늦어도 12월 25일 전까지는 거의 마무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하영: 금년 한 해도 다 가는구나는 생각을 하게 하니까 기쁨 보다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한 일도 없는 같기도 하고.. 또 고향 생각을 하면 서글픔마저 들기도 합니다. 어릴 때야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시간이 가는 게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차 해 가는 게 싫더라고요.

노재완: 아무래도 그렇죠. 사실 저도 그래요. 하지만 가는 해 우리가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요즘 명동이나 강남역 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 가보면 벌써 구세군 자선냄비와 종소리, 그리고 크리스마스 노래를 쉽게 들을 수가 있습니다.

이하영: 지난 주말에 옷을 사려고 백화점이 많이 모여 있는 을지로에 나가 쇼핑을 했는데요. 북한에선 쇼핑이란 말을 쓰지 않고, 큰 시장, 혹은 장마당 이런 표현을 하는데요, 아무튼 쇼핑하면서 거리를 다니니까 연말을 느끼게 하는 장식품들이 상가마다 걸려 있고, 여기저기에서 크리마스 캐롤도 들리고, 좋더라고요.

노재완: 한국에선 모임의 특성에 따라 송년회도 조금씩 다른데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송년모임에선 여러 가지 장학금을 주고 기부금이나 봉사활동에 참사한 사람들에게 상도 주고 그렇습니다.

이하영: 저도 몇 번 그런 모임에 가 본적 있는데요. 보면서 의미 있는 모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송년모임의 꽃은 역시 술자리와 노래아닙니까. 큰 모임에선 노래 잘 하는 분들이 한몫 챙기죠. 푸짐한 선물을 많이 받고 그러니까요.

노재완: 북에서 오신 분들을 보면 노래를 다 잘 하시더라고요.

이하영: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북쪽 사람들은 노래 부르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경연대회 같은 곳에 많이 부르니까요. 노래가 생활화됐다고 할까요. 북한에서도 해마다 12월이면 가는 해를 보내고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망년회를 하는데요. 해마다 12월 27~30일경 연말총화가 끝나면 간부 집으로 가서 많이 합니다.

노재완: 북한에선 망년회에 필요한 쌀이나 술, 고기 등은 직장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면서요?

이하영: 네, 잘 아시네요. 먹고 살기 힘든 고난의 행군 때도 정말 망년회만큼은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외화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바치는 물건에서 조절을 해서 팔아서 망년회 준비를 하고 각자가 자기들이 하는 일에서 조절을 하여 요령껏 했습니다. 이런 일을 잘 해결하는 지배인이나 책임자가 인기 있었습니다.

노재완: 북한에선 일상적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망년회만큼은 제 것을 들이지 않고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날이라고 볼 수 있네요.

이하영: 그렇죠. 제일 잘 한다고 할 경우 일반적으로 돼지 한 마리 잡거나 그렇지 못하면 개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잡으면 설날 고기 공급도 되고 망년회도 즐길 수 있고 뭐 그렇죠.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당연히 부족함이 있지만, 적어도 제가 있을 때는 그런대로 잘 먹고 그랬습니다. 어찌 보면 잔치 날과 같았어요. 아직도 그때가 기억이 많이 납니다.

노재완: 여기 한국은 술자리 뒤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 같은 곳에 가서 노래 부르고 놀잖아요. 북한도 그런 노래방 같은 곳이 있나요?

이하영: 글쎄요. 제가 나올 때까지는 없었는데요. 최근 중국 등에서 노래방 시설이 들어오면서 큰 도시 마다 하나 둘씩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있을 때야 뭐..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고 반주는 손풍금이나 기타, 하모니카로 다양하게 하면서 놀았죠.. 아,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