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올해는 일찍부터 동장군이 찾아왔습니다.
어제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영하 6도를 기록하는 강추위가 몰아쳤는데요.
여러분 중에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유난히 건강을 챙기는 한국 사람들은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도 달리기를 하고, 산에 오릅니다.
그리고 가급적 고기는 피하고 야채만을 골라 먹습니다.
좀 웃기는 얘기지만, “이 시대는 ‘살과의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은데요.
이번 시간은 다이어트, 즉 ‘몸까기’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 날씨 무척 춥죠?
이하영: 보다시피 저는 너무 추워서 얼굴을 아예 목도리로 칭칭 감고 왔습니다. 아까 보시다시피 눈만 보이게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추운 날씨에도 몸매를 자랑하려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남쪽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렇게 추운데도 이른 아침부터 건강을 위해서 헬스장에 나가고요. 북한식으로 말하면 체력 단련실에 가서 운동하는 거죠.
노재완: 한국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집착. 그 중에서도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이하영: 다이어트는 북한식으로 말하면 ‘몸 까기’죠.. 이 몸 까기를 위해서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을 보면서 처음엔 정말 이상하게 생각했죠. 살찌는 게 뭐가 그리 나쁜가 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요즘 보면 살빼기에 도움을 주는 상품들이 어디가나 인기 최고인 것 같습니다. 탈북한 후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중국인들이 몸 까기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먹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너무 호강스러운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은 중국보다 더 열성적이더라고요.
노재완: 네, 맞습니다. 다이어트는 요즘 한국인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인데요. 풍요해진 식탁만큼 지나치게 살찌는 것과 체중이 많이 나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음식마다 열량이 적은 웰빙 음식, 그러니까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들이 날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하영: 요즘은 시간이 곧 돈이라고 하는 시대라 거리에는 자가용이 넘쳐나고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너무 잘 발달되어 있어요. 시골에 몇 가구 살지 않는 외진 곳까지 구석구석 버스가 다녀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구간이 별로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노재완: 물론이죠. 운동도 중요하지만요. 살이 찌지 않으려면 식이요법이 중요합니다. 요즘 어느 집에서나 밑반찬은 기본으로 5가지 이상이고, 특히 기름진 음식이 많아서 야채를 많이 챙겨 먹어야 합니다.
이하영: 한국은 사계절 가리지 않고 야채를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되는데, 그래도 계속 운동하지 않으면 살이 찔 가능성이 높죠. 최근 북한에서는 이밥에 고기국을 3년 안에 먹을 수 있게 해준데요. 전 컴퓨터 인터넷에서 글을 보면서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재완: 네, 저도 신문에서 봤습니다. 보니까 후계자인 김정은이 얘기했더라고요.
이하영: 생각해보세요. 지금 시대에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못사는 사람들이 야채 값이 비싸서 그냥 고기를 먹고 공사장 노동자들도 고기를 주면 고기 못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싫어해서 효소식품이라 건강에 좋다는 된장을 넣은 시래기국을 너도나도 찾는데.. 아마 동북아시아에서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 소원인 나라는 북한 빼고는 거의 없을 걸요. 지금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야채를 많이 찾는 사람이 많아 야채가격이 자꾸 오르잖아요. 야채파동은 있어도 고기파동은 없는 것 같아요. 고기는 넘쳐나고 가격은 내려가고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은 울상을 짓고 있고..
노재완: 네, 그렇죠. 듣고 보니까 북쪽 사람들이 돈 들여서 ‘몸 까기’ 다이어트를 하는 남쪽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에는 빈곤의 상징이 비만이라고 하잖아요.
이하영: 우스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세계의 이름 있는 부자들과 명인들 중에 몸집이 옆으로 펴져있는 사람은 전혀 없지 않습니까?? 선진국에서 부의 상징은 날씬하고 균형잡힌 몸매라고 하면 후진국 부의 상징은 비만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이밥에 고기국 먹는 방법은 아주 쉽고 간단합니다.
노재완: 아, 그래요? 그게 뭔데요?
이하영: 북한이 개혁, 개방만하면 됩니다. 3년이 아니라, 1년 안에 이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습니다. 통로가 열려있어야 좋은 세상 좋은 사회라고 하지요. 길을 여는 사회인가 길을 막는 사회인가가 지금 세계화 시대에서 가장 기본이고 잘 살 수 있는 길은 개혁, 개방뿐입니다.
노재완: 북한 지도부도 당연히 그건 알고 있겠죠. 엄밀히 얘기하면 개혁, 개방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아닐까요. 정권을 지키고,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하영: 사실 녹음이 우거진 한국의 산과 들을 보면서 벌거숭이로 변해가는 북한의 산과 대비가 되고 땔감이 부족한 주민들이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배가 고프면 더 추울텐데 추운겨울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보내길 바랍니다.
노재완: 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꼭 겨울철만 되면 인민들이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하고, 뭐 좀 도와줄 생각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 저도 애처로울 때가 많습니다.
이하영: 제발 덕분 북한이 한국을 향해 도발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도 이제 그만하고요.. 얼마 전 북한으로 보내기 위해 중국 단동항에 쌓아두었던 구호물품들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인해 다시 한국으로 되가져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맘이 아팠습니다. 인민들에게 얼마나 귀중한 물품들인데.. 북한 지도부가 정말 우리 인민들을 손톱만큼이라도 걱정하고 생각했다면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