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부 법정 공휴일을 날짜 지정제에서 요일 지정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6월 6일로 정해진 현충일을 6월 둘째 주 월요일로 바꾸는 식입니다. 미국이 전몰자 추도기념일(메모리얼 데이)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정한 것과 같은 형태인데요.
토요일, 일요일을 합쳐 사흘 연휴가 보장되기 때문에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관광, 여행 같은 여가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한국 국민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이번 시간은 공휴일 요일 지정제에 대한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더운데 지난 한 주 어떻게 보내셨어요?
이하영: 네, 지난주에는 바쁘게 일하느라 더위도 잊은 채 지냈습니다.
노재완: 휴가철인 이 여름에 특별히 바빠진 이유라도?
이하영: 사실은 제가 다음 주 쯤에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거든요. 그래서 일을 미리 좀 하느라 바빴습니다.
노재완: 그랬군요. 더운데 고생하셨네요. 아무래도 직장에서 휴가를 가려면 자신의 일을 잘 정리하고, 혹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리 끝내놓고 가는 게 좋겠죠.
이하영: 물론 갔다 와서 일을 해도 되지만, 미리 해놓고 가면 다녀와서도 마음이 편하고요. 근데 노 기자님, 얼마 전에 신문에서 보니까 5월 5일 어린이날, 6월 6일 현충일, 그리고 10월 3일 개천절 휴일을 아예 요일로 지정해서 쉰다고 하던데요. 그게 무슨 말인 모르겠어요.
노재완: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고요. 현재 심도 있게 논의 중입니다. 공휴일 지정 요일제는 말 그대로입니다. 기존의 공휴일을 요일을 지정해 쉬는 겁니다. 모든 법정 공휴일은 아니고요. 말씀하신 어린이날, 현충일, 개천절 등에 한해서입니다. 나머지 새해 첫날(양력설), 삼일절, 광복절, 석가탄신일, 성탄절 등은 날짜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지정 요일제가 어렵습니다.
이하영: 보니까 월요일을 지정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더라고요.
노재완: 아무래도 월요일로 지정해야 토요일, 일요일을 합쳐 사흘을 연속해서 쉴 수 있으니까요. 법정 공휴일의 요일 지정제 도입은 국민의 휴식권을 확대하고 근로자 삶의 질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휴일의 요일 지정제가 되면 그만큼 여행도 더 많이 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이하영: 듣고 보니까 이해가 갑니다. 휴일이 늘어나면 자연히 소비가 늘 테니까요. 게다가 관련 산업이 발전하게 되니까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테고요.
노재완: 얼마 전 텔레비전 보도를 보니까 관광, 여가 분야에서만 14만 명의 고용창출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네요.
이하영: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연간 총 휴일 수는 얼마나 되나요?
노재완: 최근 자료를 보면 법정공휴일 14일을 포함해 총 118일입니다. 그러나 법정공휴일이 해마다 최소 2일에서 많게는 8일까지 토요일, 일요일과 겹쳐 실질적인 휴무일은 적게는 110, 많게는 116일입니다. 많이 줄어들죠. 실제로 2009년과 2010년에는 휴일이 각각 110일과 112일을 기록했습니다.
이하영: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노재완: 프랑스가 116일, 미국과 독일이 114일이고요.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우 119일, 중국, 대만, 홍콩 등도 120일 정도 됩니다. 보시다시피 다른 아시아권 국가보다도 적은 수준입니다.
이하영: 여기 한국에 왔을 때 노는 날이 많아 솔직히 처음엔 놀랐습니다. 물론 놀아서 좋긴 한데, 토요일, 일요일을 연속 놀고 공휴일도 놀고 참 이렇게 놀기를 좋아해서 국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까 주제넘은 걱정도 했었는데요. 몇 년 살다 보니까 그때야 알겠더라고요. 여가 산업이 발달해 있는 한국에선 누군가가 놀아줘야 그러니까 돈을 쓰는 사람 있어야 버는 사람이 있고 또 쓰고 이런 식으로 해서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요. 그러고 보면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잘 노는 것도 일류 국가로 가는 데 필요한 것 같습니다.(웃음)
노재완: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최소 3일 이상의 연휴가 증가할 경우 관광, 소비를 통한 생산유발 효과 8조 원, 부가가치 창출 효과 3조 5천억 원 등 총 11조5천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24조 원의 사회적 편익이 증가한다고 나왔습니다. 24조원은 달러 환산하면 2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죠.
이하영: 북한은 풍요로워야 할 설날이나 추석 때도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명절이 지나면 그 다음 날을 신경 써야 하고 하루 잘 먹고 잘 지냈다면 다음은 더 허리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이 오니까 여행은 물론 여가 생활조차 엄두를 못 냅니다. 그러다가 풍족한 한국에서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을 보면 참 행복하게 산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법정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정부가 나서 그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려고 하는 것을 보니까 더더욱 그런 생각이 나더라고요. 장시간 노동과 식량 부족으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선전하는 북한 당국을 보면서 북녘땅에 있는 우리 북한 동포들이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도 했고요.
노재완: 사실 장시간 노동은 정신적으로 많은 피로를 느끼게 되고 집중력도 떨어뜨려 각종 질병과 재해를 유발하는데요. 이는 곧 가정의 행복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복지의 가장 큰 기본은 무엇보다 가정의 행복 아니겠습니까. 복지 향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요즘에 노동 시간 단축은 시대적 흐름입니다.
이하영: 순국선열을 기리는 6월은 어차피 보훈의 달이니까 휴일의 보장성을 높이고 또 국민의 쉴 시간을 충분히 주자는 뜻에서 6월 6일 현충일의 월요일 지정은 아주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고요. 5월 5일 어린이날도 마찬가집니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우리 북한 청취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에선 연휴 계획을 잘 짜서 해외여행을 한해에 여러 번 다녀올 수 있고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연휴기간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여행을 가는 직장인도 많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휴일이 많아지는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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