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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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한국은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됩니다. 여기 남쪽에선 추석 당일은 물론 앞뒤로 하루씩 쉬는데요. 올해는 월요일인 12일이 추석이니까 토요일인 10일부터 화요일 13일까지 나흘 동안 쉽니다.

해마다 추석만 되면 한국에선 천만 명 가까이가 대이동을 합니다. 각자 고향 길을 나서는 겁니다. 때문에 이 기간 전국의 고속도로는 자동차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향에 대한 향수는 더 깊어진다고 하죠. 고향은 나의 과거가 있는 곳이며, 정이 든 곳입니다. 여러분은 고향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번 시간은 고향에 대한 얘기입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올해 추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되는데요.

이하영: 추석날 되면 자주 하는 말이 있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노재완: 네, 풍요로운 마음과 오곡백과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는데요. 또 추석하면 고향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하영: 물론이죠. 저 같이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추석이 되면 고향이 더 그리워지고.. 때론 고향 생각으로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노재완: 왜 아니겠어요. 부모님, 친구 생각으로 눈물 날 때가 많죠.

이하영: 네. 특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노재완: 어떤 거요?

이하영: 여기 남쪽과 마찬가지로 북쪽에서도 송편을 빚을 때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이 있어요. 북한의 송편은 한국의 송편보다 3~4배가 더 큰데요. 아마 여기서 그렇게 빚으면 너무 커서 아무도 집지 않을 겁니다.(웃음)

노재완: 만두도 그렇잖습니까. 평양 만두 보면 되게 크잖아요. 그러고 보면 북쪽이 대체로 뭐든 크게 만드는 것 같아요. 북쪽은 교통이 여기 남쪽 보다 많이 불편하잖아요. 어떻습니까. 북쪽도 추석 때 사람들의 이동이 많습니까?

이하영: 북한이 교통 불편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죠. 사실 1주일이나 한 달을 걸려서도 친척들이 모두 모일 수만 있다면 어떤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다닐 텐데 지역만 벗어나려고 해도 증명서 발급을 받아야 하고 그것도 제한이 심해 마음대로 다닐 수 없습니다.

노재완: 그러니까 교통의 불편 보다 더 큰 문제가 이동의 자유라는 말씀이시네요. 북한에서도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추석 때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많이 이동했다고 들었습니다.

이하영: 네. 하지만,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교통사정이 어려워지고,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고향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집안에 어른이 돌아가시면 가급적 산소를 먼 곳에 쓰지 않습니다.

노재완: 6.25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온 이산가족들, 북에서는 보통 흩어진 가족들이라고 하죠. 이 분들은 고향을 떠난 지 60년이 넘었어도 고향을 그립니다.

이하영: 고향을 그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요. 더구나 요즘 같은 세상에 전세계 그 어디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데 유독 갈 수 없는 우주보다 더 먼 나라가 바로 북한 아닙니까. 저는 그 분들의 간절한 마음 잘 이해합니다. 저는 고향을 떠난 지 이제 겨우 10년이 지났는데 가끔 초조해 할 때가 있습니다.

노재완: 왜요?

이하영: 혹시 내 생애 고향에 돌아가지 못 할까봐요.

노재완: 아직 40대 초반인데, 뭘 그리 걱정하십니까. 그런 생각 마시고요. 차라리 통일이 되면 고향 가서 뭐할까 그런 고민하세요.

이하영: 저는 지금까지 남쪽에서 살면서 유독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 있다면 설날과 추석이예요. 그래서 이번 추석에 고향은 못가니까 고향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서로 위로하고 또 추석에 모였으니까 합동차례를 지내면서 고향의 그리움을 함께 할 생각입니다.

노재완: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못가는 탈북자들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한가위 나눔 행사를 열고 옷과 생활용품 등을 전달한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남쪽에서 추석과 관련해 가장 기억나는 게 있다면요?

이하영: 한국에 온 지 첫 해로 기억됩니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과 제일 가까운 임진각 망배단에 가서 고향을 바라보면서 차례를 지낸 적이 있는데 지금도 추석만 되면 그 때 생각이 가장 많이 납니다.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할 시간에 자원 봉사원들이 함께 해주셔서 고향보다 더 따뜻함을 느꼈어요. 북한에서는 자발적으로 나와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뭅니다. 강제동원이 많아서 사정이 있어서 동원에 못 나가면 사상이 어떠니 하면서 하도 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와 일하거든요. 한마디로 강제노역이죠. 휴일을 스스로 반납하고 고향에 못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했다고 말하면 아마 북한에서 들으면 거짓말을 한다고 할 것입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