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엊그제 중동과 평양에서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예선전이 각각 벌어졌는데요. 레바논 원정에서 한국은 1대2로 패한 반면, 북한은 난적 일본을 1대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죠. 당연히 북한은 잔칫집 분위기일 테고, 한국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레바논 전의 패배가 충격이 컸던 탓일까요. 경기가 끝난 직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들어 월드컵 축구에서 4강과 16강에 진출했던 아시아 최강, 한국 축구가 약체 레바논에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말입니다.
이번 시간은 축구 얘깁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어젯밤 축구 보셨어요?
이하영: 네, 당연히 봤죠. 너무 속상해요. 한국이 레바논을 쉽게 이길 것으로 기대했는데, 어이없이 1대2로 지고 말았습니다.
노재완: 어제 텔레비전을 통해 축구를 본 모든 한국 국민이 크게 실망했을 텐데요. 저도 그 경기를 보면서 평소 한국 축구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하영: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던 한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기력이 형편없었어요. 사실 경기를 하다 보면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더라도 납득이 가야 하는데, 어제 레바논전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노재완: 한국 언론도 어제 경기에 대한 평가에서 그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과거 불타는 투지와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레바논 관중의 열렬한 응원에 주눅이 들었는지 특유의 빠른 공격이 없었습니다.
이하영: 보니까 전반 초반부터 한국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습니다.
노재완: 일단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선수들이 많이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이하영: 맞아요. 박주영, 이청용, 그리고 기성용 선수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이런 중요한 경기에 이런 경험 많은 선수들이 빠진 이유는 뭡니까?
노재완: 이 세 명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들인데요. 박주영 선수는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올 수가 없었고요. 이청용과 기성용은 몸 상태 좋지 않아 빠졌다고 합니다. 물론 이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경기에 뛰었더라면 결과는 또 달라졌겠죠.
이하영: 이번에 어이없이 패배했다고 선수들을 질타만 할 게 아니라, 위로와 격려도 필요할 것 같아요. 이번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빠지면서 대신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뛰었는데, 이번 경기로 선수들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입니다. 월드컵 진출을 위해선 아직도 경기가 많이 남아 있거든요.
노재완: 그럼요. 결국 언젠가는 이 선수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될 것 아닙니까. 아마 이번 레바논전의 패배가 선수들의 발전에 보약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박주영과 이청용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도 결국 이런 과정을 무수히 거쳐 올라왔거든요. 처음부터 잘 하는 선수는 별로 없습니다.
이하영: 앞서 열린 북한과 일본 경기에선 북한이 1대0으로 이겼다고 들었는데, 우리 북한 동포들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북한이 일본을 꺾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얼마나 기쁘고 좋아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노재완: 네, 평양에서 열린 만큼 북한 주민 모두가 텔레비전을 통해 이 경기를 지켜봤을 텐데요. 현재 한국과 함께 아시아 최강이 일본 아닙니까.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북한의 승리를 놀라운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하영: 그런데요. 일본을 이겼음에도 북한이 아시아 최종예선전에는 진출할 수 없다면서요?
노재완: 네,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일본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다만 자국에서 하는 일본과의 경기였던 만큼 온 힘을 다했고, 또 반드시 이겨서 인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을 겁니다.
이하영: 북한 사람들은 특히 일본과의 경기만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여기 한국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노재완: 체육경기에서 일본과의 경기를 할 때 한국과 북한은 정말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투적으로 합니다. 유럽에서 영국과 독일이 축구를 하면 정말 대단하거든요. 하지만 한-일전이나 북-일전과는 비교할 수 없죠.
이하영: 물론 북한의 축구 기량이 일본한테 조금 달릴 수 있겠지만, 승리를 위한 결연한 의지는 일본을 꺾고 남음이 있습니다.
노재완: 그렇습니다.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북한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보다는 좀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신력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일념이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드는 거죠.
이하영: 한국은 이제 남은 경기가 쿠웨이트 전인데요. 보니까 그 경기는 우리 한국에서 열리더라고요.
노재완: 네, 그 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한국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하게 됩니다. 비록 이번에 중동 원정에서 레바논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잘하리라 믿습니다. 특히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하면 다시 아시아 최강의 면모를 보여줄 겁니다.
이하영: 맞아요. 최종예선전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선 한 번쯤 이런 쓰라린 패배는 약이 될 수가 있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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