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닝 멘트]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반도는 지금 일촉즉발의 위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북쪽이 23일 오후 남쪽 서해 북방한계선에 위치한 연평도 일대를 해안포로 선제 공격한데 이어, 남쪽도 맞대응으로 자주포를 이용해 북쪽 강령반도 일대를 포격했는데요. 양쪽의 포격은 일단 그쳤지만 아직까지도 군사적으로 아주 긴장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시간은 한반도를 위기로 몰고 간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하영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하영: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솔직히 오늘은 편안하게 안녕이라는 말을 하기가 좀 그럴 정도로 한국 전체가 어수하고, 분노에 차 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인데요..
이하영: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해안에서 포사격을 한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솔직히 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북한 당국은 말로만 민족의 평화니 동포애니 하지.. 어떻게 민간인들이 사는 곳을 향해 그렇게 포사격을 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백발이 넘는 포탄을 말입니다. 군인들의 안타까운 사상과 평화적 주민들의 피난 대피행렬을 보면서 북한의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과 호전성이 어느 지경까지 이르렀는가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노재완: 그러게요. 천안함 사태가 벌어진 지 불과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또 발생했으니.. 한국 국민들의 분노는 지금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전쟁을 각오하더라도 강력하게 군사적 보복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서해 연평도는 남쪽의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들이 살고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곳입니다. 인명 피해를 주고, 섬 전체를 불바다로 만든 것은 어떤 핑계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렇게.. 이번 연평도 사건이 6.25전쟁 이후에 가장 큰 남북 간의 교전이 아니었나 싶고요. 북한은 23일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것에 대해 남측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해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이하영: 사실 북한이 포격의 구실로 삼은 호국훈련은 원래 해마다 해왔던 남쪽의 연례 군사훈련입니다. 당연히 북한도 그 사실을 알고 있고요. 그러니까 북한이 주장한 전쟁 위협의 상황도 아닙니다. 북한 당국은 그 훈련이 북측을 자극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북쪽은 남쪽보다 수십배 아니, 수백배 더 자극을 많이 했죠.
노재완: 한국 국민들이 이번에 또 화가 나는 것은 이번 사건이 분명히 북한의 일방적인 선제공격에서 시작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남쪽의 선제공격에 대한 대응공격이었을 뿐이라고 책임을 남쪽에 넘기는 북한 당국의 억지 주장 때문입니다.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의 언론도 이번 사건을 두고 북한의 도발이라고 규정했는데 말입니다.
이하영: 저는요. 기습적으로 연평도를 포격해 숱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주고도 사과는 고사하고 사실까지 오도하며 나선 그 뻔뻔함과 거짓말에 같은 인간으로서 저렇게 할 수 있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실시간 보도를 통해 보고 있는데 북한은 그것을 포장하고 홍보용으로 만들어서 인민들에게 거짓되게 얘기하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깝고 그런 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우리 북한 동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노재완: 얼마 전 한국은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을 초청해 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국제사회에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국력을 남김없이 과시하지 않았습니까. 남쪽이 이처럼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반대로 북쪽은 우라늄 핵개발 운운하고 급기야는 이런 도발을 준비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이하영: 더군다나 지금 중국 광주에서 아시안 경기대회가 계속 열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아시아인들의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꼭 이렇게 만행을 저질러야만 했는가 입니다.
노재완: 어제 밤 탈북자들을 만나 얘기를 해봤는데요. 북한에 있을 때는 남쪽이 도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살았는데 한국에 와 살면서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더라고요. 특히 북쪽의 군사적 공격을 받지 않으려면 경제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는 식의 강도 논리를 펴고 있는 것에 대해선 창피함마저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하영: 지난주에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친구와 어제 통화하면서 남편이 곧 퇴근할 텐데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도발만을 일삼는 북쪽에서 태어난 것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고 저한테 말했습니다.
노재완: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북한 출신이면 외교관이던 탈북자이건 상관없이 비슷한 생각을 할텐데요. 문제는 이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본국에 가서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할 수 없다는 거죠.
이하영: 그럼요..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 얘기도 못하고 벙어리처럼 살아야 하는 이 사람들의 마음은 또 오죽하겠습니까.
노재완: 양심적인 사람들이라면 조국의 그런 모습에 너무너무 부끄러워 할 것 같습니다.
이하영: 북한은 이렇게 도발해 놓고 아마 어제 오늘 제3방송을 통해 남조선이 전쟁열을 고취시키고 있다고 선전했을 겁니다. 먹고살기 어려운 인민들은 이렇게 살기보다는 차라리 전쟁이 일어나 콱 죽었으면 좋겠다고 할테고요.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자포자기식으로 말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북에서 오신 분들과 제가 어제 손전화로 이런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문자 한번 보실래요?
노재완: 네, 여기부터 보면 되나요?
이하영: 잠깐만요. 이거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노재완: “뉴스를 보면서 많이 놀라시고 마음 아프시죠... 오늘 같은 날은 테레비를 많이 보지 말고 그냥 앞으로 있을 좋은 날만 생각하세요.” 그리고 두 번째가.. “힘들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오늘 같은 날은 아시안경기대회만 보세요. 나올 수밖에(탈북)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하영: 이 문자 받고 참으로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북한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따뜻함을 느끼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북에 있는 가족들이 더 생각이 나고 그렇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영토 내에서 분쟁이 없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그런 날이 과연 언제일까요?
노재완: 그렇습니다. 남북이 6.25전쟁을 치르고도 반세기 넘게 한반도에서 이런 분쟁이 계속 발생한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운 일인데요. 그래도 민족을 사랑하는 이하영씨 같은 분이 많기에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머지않아 우리 앞에 오리라 믿습니다. 또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하고요.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이하영,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